소록도 수녀들과 이야기 나누는 김혜경 여사. 연합뉴스이재명 대통령의 배우자 김혜경 여사는 제21대 대선 선거운동 기간 내내 비교적 조용한 행보를 이어갔다. 이를 두고 지난 대선 과정에서 나온 '김건희 리스크'를 반면교사로 삼은 전략적인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 여사는 이번 대선 공식 선거운동 기간 내내 이 대통령의 유세 일정에 한 차례도 참여하지 않았다. 또,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서 사전 투표한 이 대통령과 달리 부산 동구에서 사전 투표했다.
대부분 일정을 비공개로 진행한 김 여사는 주로 정치색과 거리가 먼 종교계와 사회적 약자층을 찾아다니며 '조용한 내조'에 집중했다. 이를 통해 '사회 통합'의 메시지를 전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여사는 지난달 12일 서울 중구 조계종 중앙신도회 행사 참석을 시작으로 공식 선거운동 마지막 날까지도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과 가톨릭대 주교관을 방문하는 등 종교계와의 만남을 이어갔다.
지난달 14일에는 광주 오월어머니집을 찾아 5·18 유족들과 면담을 가진 후 빛고을노인건강타운 구내식당에서 배식 봉사를 했고, 지난달 27일 전남 고흥군 소록도를 방문해 한센인 주민들의 고충을 듣고 중앙교회와 성당에서 기도를 올렸다.
해인사 방문한 김혜경 여사. 연합뉴스이 때문에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처럼 국정에 개입하는 듯한 인상을 주지 않으려는 전략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앞서 공천 개입 논란, 비화폰 사용 의혹 등 김건희씨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는 윤석열 정부에서 수차례 논란이 된 바 있다.
김 여사는 법인카드 사적 유용 등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지만, "모든 것이 저의 불찰"이라며 사과한 뒤 대중 앞에 나서지 않았다. 이후 대선 선거운동 기간에도 조용히 이 대통령의 뒤에서 내조를 이어갔다.
이와 관련,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4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김혜경 여사는 A 학점"이라며 호평했다. 그러면서 "정치는 옳고 그른 걸 따지는 문제가 아니라 국민들의 상식과 같이 가는 것"이라며 "국민들은 영부인이 대통령처럼 나와서 설치는 걸 별로 안 좋아한다. 내조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건희씨는 사회활동을 하면서 이미지가 안 좋아진 사람이다. 그런 경우에는 나와서 옳은 말을 해도 국민들은 오해할 수 있다"며 "앞으로 김혜경 여사에 대해서도 무조건 비판할 거다. 말을 줄이고 조용히 내조하는 게 정답이다"라고 덧붙였다.
김 여사는 1966년 충북 충주에서 2남 1녀의 장녀로 태어났다. 서울 선화예고를 졸업하고 숙명여대 피아노과에 입학한 그는 대학 졸업 후 이 대통령을 처음 만났다. 당시 오스트리아 유학을 준비했던 그는 이 대통령이 반지 대신 어릴 적 일기장을 건네며 프러포즈해 1991년 3월 결혼했다.
이 대통령이 인권 변호사와 시민운동가를 거쳐 성남시장에 당선되면서 김 여사는 정치인 배우자의 길을 걷게 됐다. 이후 경기도지사, 당 대표를 거쳐 대선에 도전하는 과정까지 모두 함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