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천정부지로 치솟았던 국제 금 가격이 다소 잠잠해졌습니다.
지난해 3월 트로이온스당 2100달러선에서 본격적인 랠리를 시작한 금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을 계기로 2700달러대부터 가파르게 상승해 지난달 말 3509달러로 역사적 고점을 기록했습니다. 최근에는 3200달러대에서 숨 고르기를 하는 모양새입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이 오른 가장 핵심 이유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입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는 '스태그플레이션(물가상승+경기둔화)' 우려를 확대했죠.
하지만 미국과 중국이 관세 유예를 합의하면서 금 상승 모멘텀은 일단 꺾인 분위기입니다.
역사적 고평가vs최대 6500달러…관건은 '트럼프 관세'
금은 언제쯤 전고점을 돌파할 수 있을까요?
국제 신용평가사 S&P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했던 2011년 8월 금은 1600달러대에서 1911달러까지 급등하며 고점을 기록했고,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이 극심했던 2020년 7월에야 회복했습니다. 9년이나 걸렸죠.
금의 밸류에이션도 '고평가'로 분석됩니다. 금/은 비율이 103배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120배를 돌파했던 당시를 제외하면 역사적 고점 수준이고요. 뱅크오브아메리카의 5월 기관투자자 대상 서베이에서도 금을 고평가라고 응답한 비율이 2011년 이후 최대치입니다.
반면 금이 장기적인 상승 국면이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세계금협회(WGC)가 집계한 각 국가 중앙은행의 올해 1분기 금 매입 규모는 244톤으로 전년 동기나 지난 분기 대비 감소했지만, 연간 1천톤 수준을 올해도 유지할 전망입니다.
또 글로벌 IB(투자은행) 제프리스(Jefferies)는 1980년 금이 정점에 달했을 때 미국 1인당 가처분 소득 대비 금 가격이 10% 수준이었던 점을 근거로 금이 최대 650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이처럼 엇갈린 전망 속에 가장 큰 변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LS증권 홍성기 연구원은 "금융시장에서 극단적인 전망이 나오는 배경은 달러 자산에 대한 신뢰 위기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제 때문"이라며 "향후 관세 협상에서 미국의 요구가 어떻게 관철될지에 따라 금 가격의 장기 상승세 지속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트럼프가 밀어주는 '비트코인'
연합뉴스반면에 비트코인 가격은 역사적 고점인 10만 6천달러선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은 연초 대비 최대 하락폭이 –17.8%로 나스닥(-20.9%)보다 방어를 잘했고, 현재 수익률도 플러스로 전환해 아직 마이너스인 나스닥보다 나은 탄력성을 보였습니다.
아직 관세 협상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은 상황에서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확대할 수 있는 만큼, 비트코인을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한화투자증권 김유민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이 협상을 통해 관세를 인하했지만 일시적이며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 장기적으로 증시 변동성은 지속될 것"이라며 "안전자산에 투자한다면 과열권에 진입한 금 대신 비트코인을 추천한다"고 밝혔습니다.
김 연구원은 비트코인이 유리한 시장 환경이 마련되고 있다며 구체적인 이유도 제시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트코인의 전략 비축을 공약한 가운데, 뉴햄프셔주가 미국 최초로 비트코인 전략 비축 법안을 처리해 오는 7월 시행할 예정입니다. 애리조나주는 비트코인에 직접 투자할 수는 없지만 준비금으로 보관할 수 있도록 했고요. 텍사스주를 비롯한 여러 주에서 비트코인을 부착하는 법안을 심사 및 준비하고 있습니다.
2021년 이후 모든 가상자산 관련 활동을 금지한 중국이 비트코인 채굴을 합법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나옵니다. 가상자산이 차츰 제도권으로 편입되는 가운데 중국도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트럼프 일가의 가상자산 사업 확장도 비트코인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는 요소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전 자신의 이름을 딴 밈코인으로 최소 8억 200만달러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
참고기사 : 밈코인 1조 번 트럼프, 1.3경 ETF 시장에 도전장[계좌부활전])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들이 '월드리버티 파이낸셜'이라는 기업을 통해 'USD1'이라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했습니다. 현재 시가총액 21억 달러를 돌파해 스테이블코인 가운데 7위, 전체 가상자산 중에서는 48위입니다. 또 채굴기업도 설립해 나스닥 상장사와 합병할 계획입니다.
이해관계 충돌 우려가 계속되고 있지만, 미국법상 형사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하는데요. 미국의 행정부 공직자 이해충돌 금지법에서 대통령과 부통령은 예외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탄핵이나 청문회 등 정치적 제재가 아니면 트럼프 일가의 제동을 걸 수단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