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은 '이준석', 여성은 '이재명'…20대 男女 표심 왜 엇갈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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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조사 결과 20대 이하 여성, 이재명 58.1%
"내란 일으킨 국민의힘 저지 위해 투표했다"
권영국도 5.9%…"차별 철폐·여성 정책 기대"
20대 이하 남성 37.2% 표심은 이준석
"'국민연금 신-구 계정 분리'에 호감"

개혁신당 이준석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가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에 대한 소감을 말하는 모습. 박종민 기자개혁신당 이준석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가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에 대한 소감을 말하는 모습. 박종민 기자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20대 유권자들의 선택은 성별에 따라 뚜렷하게 갈린 것으로 조사됐다. 방송 3사 공동 출구조사 결과, 20대 이하 여성 유권자의 58.1%는 이재명 대통령을 선택했다.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에 대한 지지율도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높았다.
 
이와 달리 20대 이하 남성은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에게 37.2%의 표를 몰아준 것으로 조사됐다. 그 뒤를 이은 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36.9%)였다. 20대 청년층의 표심이 남녀 간 엇갈린 이유는 무엇일까. CBS노컷뉴스는 20대 남녀들을 만나 '선택의 배경'에 대해 들어봤다.
 

20대女, 이재명에 58.1%…"내란 종식 필요"

20대 이하 여성 여러 명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표심이 기운 이유에 대해 '내란 종식'에 대한 열망을 꼽았다. 경기도 성남시에 사는 A(24)씨는 "뚜렷한 정치적 입장은 없었다"면서도 "2024년에 일어났다고는 믿을 수 없는 12·3 내란 사태 때 큰 충격을 받았다. 더 충격적인 것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보여준 국민의힘의 태도"라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에 사는 B(24)씨 역시 "정치 성향이 중도인지라 기권도 고민했지만, 내란 종식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생각해 마음을 바꿨다"고 했다. 서울 노원구 거주자인 C(26)씨도 "심판의 의미가 컸던 것 같다"며 "내란 정당이 정권을 재집권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여성 정책도 표심을 움직였던 요소였다고 얘기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C씨는 이재명 대통령의 10대 공약에 여성 관련 공약이 일부 정책에 포함되는 식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한 점에 대해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면서도 "그동안 행보를 봤을 때 여성을 언급이라도 해줬던 당은 국민의힘이 아닌 민주당"이라고 말했다.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대학생 D(22)씨도 "이재명 대통령이 여성친화적인 인물이기 때문이기보다는, 앞선 윤석열 정부가 '여성가족부 폐지'를 내세운 점에 대한 기억 때문에 20대 여성이 이재명 후보를 선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친윤과 완전히 '손절'하지 못한 김문수 후보와 국민의힘 당 대표로서 윤석열을 당선시키는 데에 기여한 이준석 후보 모두 윤석열의 그늘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따라서 20대 여성에겐 이재명 대통령이 상대적으로 낫다고 여겨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출구조사 결과 20대 이하 남성에서 37.2%라는 높은 득표율을 보인 이준석 후보에 대해서는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같은 연령층 여성들은 이 대통령에 이어 김문수 후보(25.3%), 이준석 후보(10.3%) 순으로 표를 준 것으로 조사됐다.

제21대 대통령선거 투표일인 지난 3일 서울 영등구포의 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는 모습. 윤창원 기자제21대 대통령선거 투표일인 지난 3일 서울 영등구포의 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는 모습. 윤창원 기자
D씨는 "기성 정치인이 젠더 관련 문제에 말을 아끼는 것과 달리 이준석 후보는 본인 의견을 거침없이 드러낸다"면서도 "대부분 그가 대변하는 것은 여성이 아니라 남성이라고 생각한다. 동덕여대 공학 전환 반대 시위, 여성할당제 등에 대해서는 거침없이 비판하지만 여성 타깃 범죄나 성차별 문제에 대해서는 말을 아낀다고 생각됐다"고 비판했다. C씨도 "이준석 후보가 보인 행보는 '혐오 정치'라고 생각한다. 토론회 때도 공정성을 내세운 혐오 발언을 많이 했다"고 평가했다.
 
출구 조사 결과에서 또 눈에 띄는 점은 20대 이하 여성 유권자들이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에게 보낸 지지다. 권 후보는 전체 득표율이 0.98%에 그쳤지만, 출구조사상 20대 이하 여성층에서는 5.9%의 지지를 얻으며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권 후보를 선택한 20대 여성들은 '차별 철폐'와 '여성 정책'에 마음이 움직였다고 했다. 서울 구로구에 거주하는 E(22)씨는 "차별과 불평등을 어떻게 해소할 거냐고 했을 때 진보 정치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권영국 후보를 지지하게 됐다"며 "제가 당면한 사회적인 문제들, 예를 들면 성차별이라든지, 노동시장의 문제나 불평등 문제를 해결해줄 가능성이 열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경기 군포에 사는 F(26)씨는 "여성 정책 중에선 비동의 강간죄 도입, 낙태죄 대체입법, 비혼 출산 지원 등이 인상 깊었다"며 "권 후보의 지지율을 높여서 이런 정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권 후보를 찍었다"고 밝혔다. G(26)씨도 "성소수자, 장애인, 여성 등 키워드를 직접 언급하는 사람이 권영국 후보밖에 없었다"며 "권영국 후보를 뽑는 마음은 자기표현의 수단"이라고 말했다.
 

이준석 선택한 20대男 "국민연금 개혁안에 설득"

"열심히 국민연금을 내고는 있지만 받을 것이라고 믿지 않아요."
 
직장인 남성 H(26)씨는 국민연금 재정이 고갈되고 있다는 보도를 접할 때면 "매달 열심히 내는데 미래에 못 받을 거란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랬던 그의 눈길을 사로잡은 건 이준석 후보의 주요 공약인 '국민연금 신-구 계정 분리'다.
 
이 후보는 신-구 연금 재정을 분리하고 확정기여형 구조의 신연금을 도입해 '낸 만큼은 반드시 받는' 국민연금 구조를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 참여한 20대 남성 중 3명은 모두 이 후보를 지지하게 된 주요 원인으로 "국민연금 개혁안이 가장 설득력 있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 은평구에 사는 직장인 I(27)씨 역시 "'국민연금을 제대로 돌려받을 수 있다'는 내용에 이끌려 이 후보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J(29)씨도 "저출산 현상이 계속 문제가 되다 보니 젊은 세대가 가져야 하는 부담감이 큰데, 이 후보의 국민연금 개혁안이 실행되면 그 부담이 덜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밝혔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지난달 22일 '학식먹자 이준석' 행사가 열린 인천 미추홀구 인하대학교에서 학생들과 점심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 연합뉴스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지난달 22일 '학식먹자 이준석' 행사가 열린 인천 미추홀구 인하대학교에서 학생들과 점심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 연합뉴스
보수 성향은 가지고 있지만 12·3 내란 사태를 일으킨 윤석열 전 대통령이 속해 있던 국민의힘에 큰 실망을 느껴 이 후보를 지지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대구에 있는 사립대학교에 재학 중인 K(19)씨는 "보수 성향인데, 이재명 대통령도 싫고 김문수 후보도 싫어서 이준석 후보를 선택했다. 김문수 후보가 속한 정당은 내란과 연관되지 않았느냐"며 "(비슷한 이유로) 주변 친구들이 대부분 이준석 후보를 찍었다고 하더라"고 했다.
 
K씨는 또 이재명 대통령에 대해선 "(투표권이 없던) 어릴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걸 보고 문재인 전 대통령이 더 낫다고 생각했었다"며 "하지만 점점 나이를 먹고 (문재인 정권을) 경험하면서 진보에 대해 안 좋은 인식이 생겼다"고 밝혔다. J씨는 "포퓰리즘 정책은 내 가치관과 맞지 않는다"며 "이재명 대통령이 주장하는 정책, 예를 들면 기본소득 같은 것이 허황된 얘기 같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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