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법 동부지원. 송호재 기자부산 해운대구에서 아버지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이 첫 공판에서 혐의를 인정했다. 다만 친형을 살해한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2부(김병주 부장판사)는 19일 오전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A(30대·남)씨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A씨는 지난 3월 26일 오전 6시쯤 부산 해운대구의 한 아파트에서 아버지 B(60대·남)씨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2022년 8월 직장에서 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은 뒤 해고되면서 별다른 수입 없이 경제적인 어려움에 시달렸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친형이 숨지자 A씨는 변호사와 법원 담당자 등에게 친형 재산을 상속받을 수 있는 지를 알아봤다. 친형은 2019년 숨진 어머니로부터 자택 등을 상속받은 상태였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아버지의 상속권 포기가 있어야만 상속받을 수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에 A씨는 지난 3월 14일 아버지 B씨에게 연락해 친형의 사망 소식을 알리면서 "형이 주식과 코인으로 빚을 많이 졌고 집도 잃었다"고 속이며 상속권 포기를 유도했다. 하지만 B씨는 자신에게 사망 사실을 뒤늦게 알린 점 등을 이유로 화를 내며 이를 거절했다. 이후 부산을 찾은 A씨는 범행 전날인 3월 25일 B씨를 찾아가 재차 상속권 포기를 요구했으나, B씨는 "너가 형을 죽인 거 아니냐"는 취지로 의심하자 범행을 결심했다.
재판에 참석한 A씨는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를 모두 인정했으며, 변호인은 양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성장배경 등에 대해 추후 입증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아직 기소되지 않은 친형 살해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친형은 지난해 12월 31일 서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부검에서 약물 반응이 검출됐으나, 직접 사인은 질식사로 확인됐다. A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친형도 살해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기도 했으나, 현재는 친형 살해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친형 살해 혐의에 대해서는 검찰이 경찰에 보완 수사를 요청한 상태며, 검찰은 조만간 사건을 기소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고려한 듯 검찰은 A씨의 범행 동기를 비롯해 사건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아버지를 살해한 사건과 친형 사망 사건을 병합해 재판을 진행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하기도 했다. 검찰 측은 "아버지 살해 동기가 친형의 죽음과 연관돼 있는 만큼 병합 재판을 요구한다"며 "두 건의 혐의가 모두 인정돼 자신의 가족들을 연쇄 살해한 사건으로 드러날 경우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구형에도 영향을 미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A씨 측은 친형을 살해한 혐의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사건을 병합해도 관련 없다는 의견을 냈다. A씨 변호인은 "친형 살해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두 사건을 병합해 재판을 받더라도 구형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재판부의 결정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