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사퇴의사를 밝히고 자리를 떠나는 모습. 윤창원 기자국민의힘이 5일 대선 패배 수습 방안을 놓고 혼선을 거듭하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가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직을 내려놨지만, 그 사이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의 속도전에 나서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권 싸움에 골몰하는 동안 자칫 최소한의 견제조차 하지 못할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친윤 지도부 사퇴했지만…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 앞서 비상대책회의를 진행하려고 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친한계를 필두로 패배 책임론이 불거진 가운데 지도부 중 누가, 어떻게 져야 하는지에 대한 비공개 논의만 이어졌다.
결국 권성동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원내대표로서 저의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 그 책임을 회피할 생각도, 그리고 변명할 생각도 없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다만 차기 원내대표가 선출될 때까지 권 원내대표가 관련 업무를 맡는다. 원내대표를 사퇴했지만 대행을 하는 셈이다.
박형수 원내수석부대표는 "원내대표가 사퇴했을 때 대행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며 "사의를 표명했지만, 업무 공백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후임 원내대표가 선출될 때까지는 계속 원내대표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당헌64조는 "원내대표가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원내수석부대표가 그 직무를 대행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친한계에서는 "무늬만 사퇴", "사리사욕"이라고 반발했다.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권성동 원내대표. 윤창원 기자더욱이 권 원내대표가 사퇴 전 김용태 비대위원장에게 동반 사퇴를 제안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친윤계에 대한 당 안팎 반발감은 더욱 커진 상태다.
김 비대위원장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을 철회하려는 의사를 표시한 데다 권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 업무까지 대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당내 의견을 수렴하고 숙고를 거쳐 오는 9일 의총에서 거취를 결정하기로 했다. 다만 당내 핵심관계자는 "다음주 중 원내대표 선거를 하고, 전당대회도 최대한 빠른 시일 내 하자는 쪽으로 중지가 모이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 속전속결에…국민의힘은 속수무책
국민의힘이 수습책을 논의하는 동안 민주당은 그동안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에 막혀있던 법안들을 처리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를 정조준한 특검법들(내란특검법, 김건희특검법, 채해병 특검법)은 기존 안(案)보다 더욱 민주당에 유리한 방향으로 수정된 개정안으로 통과됐다.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6회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김건희와 명태균-건진법사 관련 국정농단 및 불법 선거 개입 사건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재석 198인, 찬선 194인, 반대 3인, 기권 1인으로 가결되는 모습. 윤창원 기자국민의힘은 수적 열위와 야당이라는 한계에 별다른 저항을 하지 못했다. 해당 특검법들은 야당의 역할을 완전히 배제했다는 점 등 독소조항이 있지만 이 점에 대해 아무 견제를 하지 못했다.
다만 진실을 규명할 필요가 있는 사건들이라는 점에서 당위성이 있고 여론의 지지가 높은 데다 윤 전 대통령을 정조준한 특검법에 대해 '반대 당론'을 채택한 것을 놓고 여전히 당권만 좇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희대 채진원 공공거버넌스 교수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관계 정립을 못하면 (국민의힘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국정 운영 견제는 계속 약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