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국회의원 50여 명이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을 도왔다는 이유로 현대자동차로부터 거액의 손해배상소송을 맞은 노조 활동가들의 노동권을 보장하라며 대법원에 탄원서를 집단 제출했다.
제22대 국회의원 52명은 19일, 현대자동차가 파견법 위반에 맞선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에 연대한 전(前) 민주노총 금속노조 활동가 등 4명에게 청구한 손배소송 재상고심을 두고 "대법원에서 파기환송 취지에 맞게 다시 판단하라"고 촉구하는 탄원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2023년 6월 대법원은 이미 개별당사자들의 행위와 손해와의 인과성을 다시 판단하도록 사건을 고등법원에 돌려보낸 바 있다. "쟁의행위를 결정 주도한 주체인 노동조합과 개별 조합원의 책임 범위를 동일하게 보는 것은 헌법상 근로자에게 보장된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 2월 부산고등법원은 파기환송심에서 피고인들이 현대차에 20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활동가들이 실제로 낼 돈은 확정이자까지 더하면 총 35억 원에 육박한다.
이에 대해 국회의원들은 탄원서를 통해, 두 차례나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으나 윤석열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노란봉투법에는 "파업의 원인이 기업의 불법행위에 있다면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의 잘못으로 인한 파업에도 무리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수 없도록 막아야 한다는 인식이 국회에서 인정받을 정도로 공감대를 얻었다는 얘기다.
또 "(기업의) 불법행위에 대해 맞선 노동권 행사를 돈으로 가로막고, 단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만으로 교섭권조차 박탈하는 기업의 법제도남용으로부터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자 함"이라며 노란봉투법의 입법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서도 "2010년 울산공장에서 발생한 쟁의행위의 1차 책임은 '현대자동차'에 있"다며 "본 사건 쟁의행위에 이르게 한 배경에는 파견법 위반과 관련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고용노동부'와 '검찰'의 책임 또한 헤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2004년 노동부는 현대차의 파견법 위반에 대해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조치했지만, 검찰은 현대차에 대한 기소를 계속 미뤄왔다.
이후 검찰은 2010년과 2012년의 대법원이 하청노동자들의 근로자지위를 확인한 판결과 하청노조의 파업, 2013년과 2014년 두 차례의 국회 국정감사까지 거친 끝에 노동부의 시정명령으로부터 10여년이나 지난 2015년에야 현대차를 파견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이마저도 2023년 1심에서 벌금 3천만 원에 그쳤고, 피해입은 하청노동자들의 항의에도 검찰은 항소조차 하지 않았다.
국회의원들은 "쟁의행위를 사실상 지원 또는 연대한 것에 불과한 본 사건 피고 4인만을 남겨둔 것은 명백한 파업참가 행위에 대한 보복 조치"라고 덧붙였다.
'유엔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규약 위원회(이하 사회권 위원회)'는 지난 4차 심의 후 한국정부에 파업권 위축을 지적하며, "'업무방해죄'를 적용한 형사처벌과 민사상 손해배상청구가 지속되고 있는 등 쟁의행위 참가 노동자를 상대로 한 보복조치에 대해 독립적인 조사를 실시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한편, 이번 사건에 대해 심리불속행제도로 인해 대법원이 심리하지 않고 기각하는 '심리불속행 기각'이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시민 2400여 명이 "제대로된 법리판단"을 요구하는 시민탄원서를 전날 대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애초 본 사건은 대법원에 법리판단을 다시 받고자 시민들이 나서 인지대 등 법률비용 1400여만원을 모금한 끝에 재상고를 한 바도 있다.
박래군 손잡고(손배가압류를잡자, 손에손을잡고) 시민단체 대표는 "이번 파기환송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재검토되지 않는다면 쟁의행위의 책임을 연대자 개인에게 묻는 손해배상 역사상 가장 후퇴된 판례가 나오게 될 것"이라며 "심리불속행은 절대 안 되며, 반드시 대법원에서 다시 법리를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본 사건은 연대자에게 업무방해방조죄를 묻고 그것을 근거로 민사 손해배상까지 책임을 지우고 있다는 점에서 유엔 사회권위원회 권고에도 정확히 배척된다"고 질타했다.
앞서 지난 17일, 손잡고는 UN(국제연합) 사회권위원회에 제출된 5차 정부보고서에 대한 반박 의견서에 해당 현대차 손배사건을 주요 사례로 담아 국회에 제출하고, 5차 정부보고서에 대한 재검토를 요청한 바 있다.(관련기사 : "간접고용도 노동법 적용" UN에 거짓 보고서 낸 尹정부)
탄원서를 제출한 국회의원 52명의 명단
|
더불어민주당 : 강득구, 고민정, 권향엽, 김남근, 김남희, 김문수, 김성환, 김윤, 김주영, 김태선, 김현정, 남인순, 문금주, 민병덕, 박정, 박주민, 박해철, 박홍근, 박홍배, 박희승, 복기왕, 서미화, 서영교, 송옥주, 송재봉, 윤건영, 윤호중, 윤후덕, 이강일, 이수진, 이용우, 이학영, 장철민, 정을호, 정태호, 진성준, 최민희, 한정애, 허성무 (39명) 기본소득당 : 용혜인(1명) 사회민주당 : 한창민(1명) 진보당 : 윤종오, 전종덕, 정혜경(3명) 조국혁신당 : 서왕진, 황운하, 신장식, 박은정, 차규근, 강경숙, 정춘생, 백선희(8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