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5일 부산 부경대에서 열린 타운홀미팅 '부산의 마음을 듣다' 간담회를 마친 뒤 행사장을 떠나며 시민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미국이 관세 인상을 예고한 시한(8월 1일)이 임박하면서, 정부는 각 부처를 중심으로 협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비공개로 보고를 받으며 상황을 지켜보는 가운데, 협상 마무리 단계에서 직접 조율자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협상 막바지…대통령은 '비공개 보고' 중심 행보
대통령실 관계자는 27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통상 현안 대책 회의에서 나온 계획에 따라 실제 이행에 들어가는 시점"이라며 협상이 막바지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별도 일정을 잡지 않고, 참모들로부터 관세 협상 진행 상황을 보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대통령실 강훈식 비서실장은 지난 25일 통상대책회의를 열고, 8월 1일 전에 상호 호혜적인 타결 방안을 도출하려는 양측 의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용범 정책실장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다음날에도 범정부 통상현안 긴급회의를 개최했다. 회의에는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장관, 조현 외교부 장관은 물론 미국에서 협상을 진행 중인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도 화상으로 참가했다.
이 대통령은 이러한 회의 내용을 보고 받으면서도 대외적으론 관세 협상과 거리를 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5일엔 부산 타운홀 미팅을 주재하며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등 지역 현안을 논의했고, 경기도 시흥의 SPC 삼립 시흥공장을 찾아 산업재해 실태를 점검했다.
앞서 대통령이 주재하는 수석보좌관 회의에서도 '공무원 적극 행정', '이주노동자 인권 보호' 등 국내 이슈에 집중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전략적 침묵…결정 단계에 직접 나설 가능성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미국무역대표부 회의실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 대표와 한미 관세 협상 진전 방안 등에 대한 논의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행보를 두고 우선순위가 잘못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비서실장과 정책실장 등이 대통령과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강유정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대통령은 국익을 중심으로, 세계의 복잡한 상황을 염두에 두고 협상에 임하라고 했다"고 답했다. 한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은 협상 상황을 아침저녁으로 보고받고 꼼꼼히 챙기고 있다"며 "결국 결정은 대통령이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지 않는 건 외교 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있다. 고위급과 장관급을 중심으로 '바텀업 방식' 협상이 진행 중인 만큼, 대통령의 공개 발언이 오히려 협상 여지를 좁힐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이달 초 기자회견에서 관세 협상과 관련한 질문에 "얘기 자체가 영향을 미칠 수도 있어서 참 말하기 어려운 주제"라며 자세한 언급을 피했다.
협상 막판에 대통령이 직접 역할을 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대통령은 협상 단계가 아닌 결정 단계에서 얘기해야 한다"며 "아직 그럴 시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구윤철 부총리와 조현 장관은 관세 부과 시한 하루 전날인 31일 미국 베센트 재무장관과 루비오 국무장관을 각각 만날 예정으로, 시간이 촉박해 대통령의 결단이 요구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