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5일 국회 본회의에 참석해 의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를 겨냥한 3특검법(내란∙채상병∙김건희 특별검사법)을 통과시킨 데 이어, 지난 정부에서 재의요구권(거부권)이 행사된 상법 개정안을 빠르게 통과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집권 초기 야당과의 협치가 필수적인 만큼 공직선거법∙형사소송법∙법원조직법 개정안에 대한 속도 조절론은 제기되지만, 법안 처리 강행시 '허니문' 기간일지라도 여야간 격돌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된 '내란∙채상병∙김건희 특검법'은 구(舊) 여권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을 정조준하고 있다.
내란 특검법은 윤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 내란 행위, 외환유치 행위, 군사 반란 등 11가지 범죄 의혹을 수사 대상으로 한다. 채상병 특검법은 고(故) 채수근 상병 사망사건의 사고 경위와 수사 방해 의혹 등이 수사 대상이다.
김건희 특검법의 수사 대상은 총 16개에 달한다.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명품백 수수 의혹, 명태균씨가 연루된 불법 여론조사∙공천 개입 의혹, 건진법사 관련 의혹 등이 해당한다.
보수 진영에 대한 광범위한 특검 수사가 이뤄질 경우 대선에서 패한 국민의힘은 정치적 재기가 더욱 어려워지는 만큼, 국민의힘은 3특검법에 대한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이 대통령 취임 후 열린 첫 국회 본회의에서부터 양당의 당론이 어긋난 것이다.
이 대통령의 공약인 만큼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한 상법 개정안도 신속히 처리되는 수순이다. 국회의장실과 여야 합의를 거쳐 다음주 초에 국회 본회의를 열어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민주당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상법 개정안은) 거부됐던 법안이라 상대적으로 거부감이 많이 들 것이라 생각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상법 개정안 요구가 가장 크다"며 "상법 개정안은 지금 얘기가 나오는 상황이지만 당장 다음주에 처리할 수 있는지는 미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쟁점 법안인 공직선거법∙형사소송법∙법원조직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당내 갑론을박이 오가는 상황이다. 다만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이 오는 18일로 예정돼 있어 이번 달 안으로 법안이 처리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 기념 오찬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내에서는 해당 법안들에 대한 반발도 거세다.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이 대통령 취임 기념 오찬에서 "여당이 본회의에서 처리하려는 공직선거법·법원조직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은 매우 심각히 우려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집권해 거부권 행사 변수가 사라진 만큼 해당 법안들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무리 없이 국무회의를 거쳐 공포될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 출범 이후 100일, 길게는 반 년 동안 여야가 협치를 위해 서로 노력하는 것이 그동안 정치권의 관례였다. 이 같은 '허니문' 기간에 민주당이 속도감 있게 쟁점 법안들을 주도적으로 처리할 경우 집권 초기부터 정국이 얼어붙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신대학교 철학과 윤평중 명예교수는 "허니문 기간에는 가능한 많은 국민들의 지지와 동의 속에 국정을 이끌어가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라도 민주당이 국가의 법질서와 규범을 뒤흔드는 조치를 지금 시점에서 취하는 것은 극도로 절제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3특검법 처리 등 민주당이 국민 여론을 반영해서 정당하게 하는 부분도 있다"면서도 "민주공화국 또는 헌정체제가 제대로 기능하려면 여든 야든 압도적인 다수당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더라도 정치적 금도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희대학교 공공거버넌스 채진원 교수는 "국민들 눈에는 대화와 충분한 타협, 숙의 없이 힘자랑만 해서 법안을 통과시키는 모양새는 좋지 않다"며 "집권당의 의석수가 많은 만큼 법안 처리는 언제든지 할 수 있으므로 시간이 걸리더라도 여야 합의 처리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