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당선이 확실시된 후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앞에 마련된 더불어민주당의 국민개표방송시청 현장에서 지지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있다. 류영주 기자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기간은 물론 야권의 대선후보 지위에 오른 순간부터 보수 진영으로부터 집요한 공격을 받았다.
그들은 이 대통령이 과거 네 차례 법원으로부터 벌금형을 선고 받은 것을 두고 '전과4범'이라는 중범죄자 프레임을 씌웠다.
전과4범이라는 딱지는 그가 윤석열 정권 때 기소된 12개의 혐의와, 과거 형수 욕설 사건 등과 화학작용을 일으키면서 여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그를 대통령 자리에 올려놓은 민심을 놓고 보면 그에 대한 '악마화'의 시도는 일반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먹히지 않았음이 확인됐다.
판·검사 대신 변호사의 길 선택…친구와의 약속
1978년 야구 글러브 공장인 '대양실업' 소년공 시절의 이재명 대통령의 모습. 이재명 대통령 측 제공여기서 한 가지 가리어진 사실은 이들 4개의 사건이 이 대통령이 사법시험을 통과하고 난 뒤에 벌어진 일이라는 점이다.
공장에 다니면서 중고등학교 과정을 검정고시로 마친 그는 만 22세의 어린 나이에 사시를 패스했지만 판·검사 대신 굳이 변호사의 길을 택했다.
이유는 이랬다.
그는 대학(중앙대)시절 5.18 사건의 진실을 뒤늦게 알고는 분노에 치를 떨었다. 그럼에도 운동권에 합류하지 않고 사법시험에 매진했다. 대신 운동권에서 활동중인던 친구에게 약속했다. 자신은 사시에 합격해도 판검사 대신 변호사로 사회운동을 하겠다고.
그는 실제로 우수한 성적으로 사법연수원을 마쳤지만 친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성남에서 변호사로 개업했다.
10대의 나이에 열악하고 폭력적인 공장을 전전했던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며 약자의 권리 보호에 앞장섰다.
파크뷰 특혜분양 추적, 전과의 서막
노동·인권 변호사로 지역사회에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던 2000년, 그는 성남 정자동의 한 아파트(분당 파크뷰) 특혜분양 사건 진상규명 운동에 관여한다.
당시 성남시(김병량 시장)가 상업용지던 땅을 주거용지로 용도변경해 주는 과정에서 정관계 유력자들이 아파트 449채를 특혜 분양받은 전형적인 토건 비리 사건이었다.
이재명은 이 용도변경 과정을 추적했다. 이권 세력으로부터 온갖 협박을 당해 가스총까지 휴대하고 다녀야했던 시절이었다.
그가 유력 신문·방송사와 협력해 사건을 여론화하던 중 KBS 추적60분 최철호 PD가 자신을 검사로 속여 김병량 시장과 통화한 내용을 그대로 방송하는 일이 벌어진다.
선거를 앞두고 있던 김병량은 최 PD를 '공무원자격 사칭죄'로 고소하면서 이재명까지 피고소인에 포함시켰다. 통화가 이뤄진 장소가 이재명 변호사 사무실이었고, 이재명이 '사칭'을 방조했다는 이유에서다.
1심 법원은 최 PD에게 벌금 300만원, 이재명에게 250만원을 선고했다. 특히 이재명에게는 김병량을 맞고소한 것을 놓고 무고죄를 추가했다.
2심 법원은 최 PD가 반성하고 있다며 선고유예를 선고했지만, 이재명은 억울하다며 대법원에 항고했다. 그러나 결국 150만원 벌금형을 확정받고 만다.
7년 뒤 김병량은 파크뷰 시행사에게 설계용역을 자신의 지인에게 주게 한 혐의(제3자 뇌물수수)가 인정돼 징역1년(집유2년)형을 확정받았지만 이재명은 이렇게 전과1범이 되고 말았다.
시립의료원 조례 투쟁, 두 번째 벌금형으로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마련된 더불어민주당 국민 개표방송 행사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두 번 째 '별'을 단 것은 이재명이 2004년 성남의료원 건립운동을 주도하면서다.
당시 성남 구시가지의 종합병원들이 잇따라 폐업하는 일이 벌어진다. 의료공백을 우려한 시민들은 시립병원을 설립하자며 '추진위'를 결성했는데, 추진위 대표로 이재명이 추대됐다.
추진위는 1만 8천명이 서명한 시립병원 설립 조례 제정안을 시의회에 발의했지만 당시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주도의 시의회는 조례안을 47초만에 부결시켰다.
부결 당시 시민들은 시의회에서 격렬히 반발했는데, 이재명을 포함한 일부 시민들이 특수공무집행방해로 고발당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 받는다.
이재명은 조례안 부결 당일 경찰의 추적을 피해 성남의 주민교회(이재명 대통령이 2일 오후 마지막 기자회견을 연 곳) 지하실에서 피신해 있었는데, 바로 그 곳에서 정치할 결심을 하게 된다.
그로부터 7년 뒤 성남시장이 되고난 이재명은 전국 최초로 지역 공공의료원인 '성남시립의료원'을 건립해내고 만다. 당시 상황에 대해 이재명은 2일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와의 인터뷰에서 "그 이전까지는 정치할 생각은 꿈에도 없었다"며 "그런데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결국 현실 정치에 참여하는 게 유일한 길이겠다는 걸 깨닫고 정치를 결심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공무원 회유 중 음주운전, 세 번째 전과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마련된 더불어민주당 국민 개표방송 행사를 마친 후 차량에 탑승해 인사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세 번째 '별'을 달게 된 사건 역시 2004년 당시 한나라당 소속 성남시장(이대엽, 전 영화배우)과의 싸움에서 비롯됐다.
이대엽 시장의 조카가 성남시 금고역할을 하던 농협으로부터 거액의 엔화를 특혜 대출받은 의혹을 보도한 기자를 이대엽이 고소한 사건이 단초가 됐다.
무료 변론을 맡았던 이재명은 성남시 내부 제보를 이끌어내며 특혜 정황을 입증해 이대엽으로부터 결국 고소 취하를 받아 냈다.
그러나 성남시 공무원들을 밤늦게까지 회유하는 과정에서 음주운전을 하는 실수를 범해 150만원의 벌금형을 받고 만다.
지하 명함 배포로 선거법 저촉, 네 번째 벌금형
네 번 째 전과 역시 이대엽 시장과의 싸움에서 발생했다.
이재명은 2006년 성남시장에 도전했다가 이대엽에 10만표 차이로 완패한 뒤 2010년 리턴매치 때는 이대엽을 상대로 17만표 차이(득표율 51.16%)로 승리했다. 그러나 이재명은 지하철역 연결 통로에서 명함을 배포했다가 선거법상 '지하철 구내' 전단 살포 금지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고발돼 벌금 50만원(당선 유효형)을 선고 받았다.
민주당은 이재명 악마화 작업의 토대가 된 전과4범 프레임에 맞서 단순한 '범죄 이력'이 아니라 '정치적 투쟁의 결과'라는 프레임을 형성하려 노력했다.
따라서 이재명의 대선승리는 그에 대한 전과4범 프레임이 오히려 그의 억강부약(抑强扶弱)의 정신을 환기시킨 결과를 낳았을 거라는 관측도 가능해 보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당선증 교부로 오전 6시 21분 이후부터 기사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이재명 '대통령'으로 호칭을 변경했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