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환 기자·연합뉴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공약으로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와 더불어 '검사 파면 제도' 도입을 내걸었다. 지난해 '징계 검사'가 최근 10년 중 최다 인원을 기록한 가운데, 파면 제도 도입이 검찰 개혁을 앞당길 수 있다는 환영의 목소리와 검찰의 독립성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17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이 후보는 제21대 대통령선거 10대 공약 중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검사 파면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검사징계법에 따라 검사로서의 체면이나 위신을 손상한 검사는 징계를 받는다. 다만 일반 공무원들과 달리 검사는 △해임 △면직 △정직 △감봉 △견책 등 파면을 제외한 5가지 징계만 받을 수 있다. 검찰청법 37조 또한 '검사는 탄핵이나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파면되지 아니한다'며 검사의 신분을 견고히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후보는 검사에게도 타 공무원들과 같이 '파면' 제도를 도입해, 징계의 실효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해당 공약을 발표했다. '해임'의 경우 공직 재임용 제한 기간이 3년이지만, '파면'의 경우 5년으로 더욱 길다. 퇴직급여 또는 연금 감액 범위도 '파면'이 '해임'보다 더 크다.
최근 징계를 받은 검사가 급증한 것도 공약이 나온 배경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대검찰청으로부터 징계를 받은 검사는 총 17명으로, 그 중 해임된 이는 5명에 달했다. 최근 10년 중 지난해 가장 많은 검사가 징계를 받은 것이다.
조치 유형별로 살펴보면 △해임 5명 △정직 9명 △감봉 2명 △견책 1명으로, 비위 유형별로는 △품위손상 9명 △직무태만 1명 △규정위반 3명 △직무상의무위반 2명 △음주운전 2명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는 이규원 조국혁신당 전략위원장도 포함돼있다. 이 위원장은 법무부의 업무복귀 명령에 응하지 않은 채 무단 결근하고, 이후 조국혁신당 대변인으로 활동하며 각종 논평을 작성하는 등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해임 처분을 받았다.
대전고등검찰청의 A 검사도 압수수색 과정에서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고, 마치 압수수색 방해행위를 제지하다가 상해를 입은 것처럼 병원에 누워 수액을 맞고 있는 사진과 입장문을 배포했다는 이유(품위 손상)로 정직 2개월 처분을 받았다.
부산고등검찰청의 B 검사도 회식 중 술에 취해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해 품위를 손상했다는 이유로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올해에도 벌써 3명 이상의 검사가 징계를 받았다. 지난 9일 이른바 '라임 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고액의 술 접대를 받은 수원지검 나의엽 검사를 포함해 총 3명의 검사가 정직 1개월 혹은 견책 등의 징계를 받았다.
이처럼 검사 징계가 늘다 보니, 검사 파면 제도가 검찰의 무소불위 권력을 견제하는 '검찰 개혁'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환영의 목소리가 나온다.
검사에 대한 징계 파면제도를 주장해 온 최영승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는 "검사는 행정부 소속 공무원으로, 재판의 독립을 보장하기 위한 법관과 같이 취급할 수 없다"면서 "그럼에도 그간 지나칠 정도로 강하게 검사의 신분을 보장해온 것이 검사의 자의적 권한 행사로 이어져 정권 및 이해관계인과 쉽게 결탁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파면 제도가 도입될 경우 검사가 자기 절제, 즉 사법권을 남용하기 힘들 것"이라며 "검사의 공소권 남용 등 권한 남용이 그간 논란이 되어왔지만, 탄핵이 아닌 방법으로도 검사를 파면할 수 있도록 한다면 수사권, 공소제기권 행사에 신중을 기하게 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표했다.
이창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검경개혁소위원장은 "무소불위의 권한을 휘둘러온 검찰에 대한 견제와 균형이 이루어지는 것이 사법 시스템의 주인공인 국민을 위한 길"이라며 "그간 행정부 공무원인 검찰에게 과도하게 주어졌던 검찰의 특혜를 줄인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며 "검사의 수사 및 기소 관련 재량이 너무 많은데, 그것을 축소하는 것이 본질"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일각에서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해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도 나왔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국회 의결도, 헌법재판소 선고도 필요 없는 파면 제도를 만들겠다는 건 검사의 신분상 보장이라든지 독립성 유지 등을 많이 위축시킬 것"이라며 "검사도 행정공무원이긴 하지만 판사에 준하는 준사법기관이라 신분 보장이 필요한데, 헌법상에 정해진 탄핵 절차에 의하지 않고 바로 파면한다는 건 과도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검사 파면의 주체인 법무부도 결국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의 말을 들어야 하는 관계"라며 "결국 검찰이 대통령 권력에 더욱 복속되는 결과가 나타날 것이고, 권력자에 대한 수사를 하기에 부담이 크기에 눈치를 보게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