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중인 전직 대통령실 직원 A씨의 유튜브 영상. 해당 유튜브 캡처"서랍을 비우라고 해서…"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첫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을 "무덤 같다"고 비판한 가운데, 자신을 윤석열 정부 직원이라고 주장한 A씨가 대통령실 내부 브이로그 영상을 게재한 것이 뒤늦게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다.
5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A씨는 대통령 선거 40일 전부터 '회사 없어지기'라는 제목의 영상들을 찍어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게재했다. 해당 영상에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한 모습, 서랍을 비우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가장 주목 받는 영상은 '회사 없어지기 D-18' 콘텐츠다. 해당 영상은 A씨가 대통령실 앞에서 손을 흔드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이어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는 모습이 나오는데, A씨는 "오늘도 회사를 가서 도대체 뭘 해야 할까 걱정"이라면서 "서랍을 비우래서 청소를 열심히 할 계획"이라고 말한다. 이후에는 퇴근 후 지인을 만나는 모습으로 마무리한다.
대통령실 출근하는 이재명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이는 이 대통령의 '대통령실 첫인상 발언'과 맞물리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새 정부 첫 인사를 발표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실에 대해 "꼭 무덤 같다"며 "아무도 없다. 필기도구를 제공해 줄 직원도 없다. 컴퓨터도 없고, 프린터도 없다. 황당무계하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 때문에 윤석열 정부가 직원들에게 향후 수사를 대비해 일부러 모든 증거를 없애라고 지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5일 "내란과 국정농단에 대한 증거인멸이라고 생각한다"며 "즉각적인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A씨 역시 "서랍을 비우라고 해서 청소를 열심히 할 계획"이라고 말해 의혹이 확산될 전망이다.
한 누리꾼은 "국가 재산을 마음대로 버린 것"이라며 "집기류를 왜 다 버렸냐. 세금으로 산 건데, (새 정부가) 일을 못 하겠다고 하더라. 버린 것들 다시 갖다 놔라"라는 댓글을 달았다. 이 밖에도 "증거를 남겨줘서 고맙다", "서랍 비우라고 했지, 책상을 없애라고 한 건 아니다", "18일 전에 다 비우라고 지시했나 보다", "증거인멸 자백 영상", "프린터기 찾아달라" 등의 반응이 나왔다.
해당 유튜브 캡처앞서 A씨는 지난 3월 1일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시위에 참여하기도 했다. 영상 속에서 정치색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현직 공무원 신분으로 정치 집회에 참여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논쟁이 펼쳐진 바 있다.
현행 국가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법에 따르면, 공무원 개인의 정치적 표현은 금지된다. 정당 가입, 정치 자금 기부, 정치인 후원, 정치적 목적 시위나 집회에 참여할 수 없다. 이를 어기면 '정치운동죄'로 3년 이하의 징역과 3년 이하의 자격 정지에 처해질 수 있다.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실 기강에 대한 지적도 쏟아지고 있다. 다른 영상에는 A씨가 주요 군사시설인 대통령실 정문을 지나는 모습과 더불어 직원들의 얼굴이 고스란히 노출됐다. 여기에 대통령실 경내 모습도 나왔으며, A씨 소속이 적힌 대통령실 출입증까지 공개됐다. 현재 A씨는 논란이 되자 해당 영상들을 모두 비공개로 전환한 상태다.
해당 유튜브 캡처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5일 윤석열 정부를 겨냥해 "인수인계할 직원도 두지 않고 사무실에 컴퓨터, 프린터, 필기도구조차 없는 무덤으로 만들어 놓고 나간 것은 범죄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금의 행태는 인수위 없이 즉각 가동돼야 할 새 정부의 출범을 명백하게 방해하는 행위"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실에서 취임 후 첫 국무회의를 주재한다. 이 대통령은 회의에서 국정의 연속성과 함께 공무원 사회의 안정된 분위기 유지, 공직 기강 확립 등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