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여당으로부터 쟁점 법안에 대한 의견을 요청받고, 4개 법안 처리 연기를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특검 등 산적한 현안 속 새로 출범하는 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가 향후 법안 처리 과정에서 당정간 충돌 없이 조율에 나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14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대통령실은 지난 9일 박찬대 당시 원내대표 측으로부터 12일 본회의 안건 관련 의견을 요청받고, 형사소송법·공직선거법·법원조직법·방송법 개정안 등 4개 법안에 대해 대통령의 '처리 연기' 입장을 전달했다.
대통령실은 추경안 통과를 최우선 과제로 삼으면서, 야당과의 원활한 협의을 위해 불필요한 반발을 피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참모진에게 이른바 '재판 중지·면소법'으로 불리는 형사소송법과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두고 "지금 처리할 필요가 있느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이 헌법 84조에 따라 이 대통령 재판을 멈춰 해당 법안들의 긴급성이 줄어든 만큼, 현 상태의 법안을 사실상 무기한 연기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대법관 정원을 30명으로 확대하는 법원조직법과 방송3법 등 사법·언론 개혁법안에 대해서는 "서두르기보다 각계 전문가와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폭넓게 듣고, 숙의 과정을 거쳐 새 원내지도부가 판단하는 게 낫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대통령실과 조율을 거친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내부 논의 끝에 본회의 법안 처리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방송3법도 상임위 통과를 앞두고 있었지만, 일정이 갑작스럽게 취소됐다.
이튿날 국회를 찾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은 민주당 원내지도부와 만나 "대통령께서 추경의 시급성을 특히 강조하신다"며 "입법 과제도 중요하지만 추경은 시기를 놓치면 안 되는 사안이다. 야당과 잘 조율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신임 원내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기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에서 원내대표로 선출된 뒤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13일 새로 선출된 민주당 김병기 신임 원내대표는 관련 내용을 인수인계받고 원내대표단 구성이 마무리되는 대로 개혁법안 처리 시점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당내에서는 미뤄진 법안들의 당위성을 앞세워 신속한 처리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아, 당정간 온도차가 드러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형사소송법, 공직선거법을 계속 미루면 오히려 '대통령을 위한 법안'이라는 프레임을 인정하는 셈이 된다"며 "이제 재판이 멈춘 상황에서 대통령이 얻을 실익도 없어진 만큼, 이해관계를 떠나 명분과 필요성에 따라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최근 발의된 검찰개혁 법안이나 상법 개정안과 관련해선 "당에서 별도 의견 요청이 없었고 내부적으로도 방침을 정한 바 없다"며 "정당의 자율성을 존중한다는 원칙에 따라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당선 직후 기자들과 만나 본회의 개의 요구 계획 등에 대한 질문에 "상의해서 처리하겠다. 상법 개정안은 신속히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검찰개혁 4법 처리 일정에 대해서는 답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