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증원' 숨 골랐지만 강경한 '사법개혁'…논쟁 지속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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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취임날 속도 냈던 '대법관 증원법'…조희대, "공론의 장 희망"
개혁 두고 정부와 사법부 향후 마찰 불가피
사법 구조 변화, 국민 영향…'고차 방정식' 풀어야

이재명 제21대 대통령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 홀에서 취임선서식을 마친 뒤 조희대 대법원장 등과 인사를 한 뒤 이동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이재명 제21대 대통령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 홀에서 취임선서식을 마친 뒤 조희대 대법원장 등과 인사를 한 뒤 이동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이재명 정부의 개혁 추진 대상이 된 사법부는 긴장감 속에 대응을 준비하는 분위기다. 대법관 증원법에 대해선 사법부 수장인 조희대 대법원장이 직접 "공론의 장이 마련되길 희망한다"며 정치권 주도의 제도 추진에 우회적인 반대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대법관 증원법은 일단 숨 고르기에 들어갔지만, 사법개혁 강경 기조를 예고하고 있는 정부와, 이에 반발하는 사법부 간 향후 마찰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법 시스템 변화는 국민들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 만큼, 권익 보호를 위한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서도 상당한 논쟁이 예상된다.

李 취임날 속도 냈던 '대법관 증원법'…조희대, "공론의 장 희망"

조희대 대법원장은 지난 5일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법관 증원법'과 관련해 "헌법과 법률이 예정하고 있는 대법원의 본래 기능이 무엇인지, 국민을 위해 가장 바람직한 개편 방향이 무엇인지를 계속 국회에 설명하고 협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공론의 장이 마련되길 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의 백년대계가 걸려 있는 문제고, 오랫동안 논의해온 문제이기 때문에 행정처를 통해 좀 더 설명을 드리고 계속 논의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조 대법원장이 출근길에 특정 사안에 대해 이같이 입장을 상세히 밝힌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만큼 사법부에 있어 중요한 현안이라는 점을 내비치는 동시에, 정치권 주도의 속도감 있는 제도 추진에 원론적인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지난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법안심사소위에서 현재 14명인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단독으로 처리했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첫날 이뤄진 조치인 만큼, 민주당의 '사법 개혁' 의지를 보여준다는 해석이 나왔다.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면서 사법부는 긴장감에 휩싸였다. 배형원 법원행정처 차장은 소위에서 "단기간에 대법관의 과반수 또는 절대다수를 새로 임명할 경우 필연적으로 정치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며 "이런 논란은 임명 시기마다 반복적으로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일단 전체 회의 처리 등 후속 절차를 보류한 상황이다. 대법관 증원은 사법 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사안일 뿐만 아니라, 임기 초반부터 '입법 독주' 양상이 펼쳐진다면 여론의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신중론'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숨 돌린 사법부는 국회 협의에 적극적으로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하고, 향후 법사위 전체회의가 열리면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이 출석해 의견을 밝힐 예정으로 전해졌다.

수도권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대법관 증원은 목적이 아닌 사법개혁을 위한 수단이 돼야 한다"며 "충분한 논의 없이 대법관 증원이 추진될 경우 불필요한 오해가 생길 뿐만 아니라 반발에 부딪힐 수 있다"고 말했다.

개혁 두고 정부와 사법부 마찰 가능성…'고차 방정식' 풀어야

이재명 대통령이 6월4일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선서 행사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오른쪽)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윤창원 기자이재명 대통령이 6월4일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선서 행사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오른쪽)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윤창원 기자대법관 증원법은 일부 속도 조절이 됐지만, 새 정부의 사법개혁 기조는 강경하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우원식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사법부가 권력에 대해 독립하는 건 좋은데 국민과 헌법에 대해서도 독립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사법개혁이 뒤로 밀릴 경우 '왜 뜬금없이 사법개혁을 하느냐'고 (반발)할 수 있다. 적절한 시기에 좋은 방향으로 사법개혁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혁에 속도를 내는 정부와 반발하는 사법부 간 향후 마찰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사법부의 저항이 거세지면 '조희대 특검법'이 본격 추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에 대해 이례적인 절차로 파기환송 선고를 해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했다며 특검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사법 구조를 바꾸는 일은 일반 국민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민감한 사안이기에 정부와 사법부가 '고차 방정식'을 어떻게 풀어낼지도 주목된다.

공약집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법원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소원' 도입도 관심이다.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헌재는 국회에 제출한 의견서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취지에 공감한다"고 밝힌 반면, 대법원은 "사실상 4심제 도입에 따른 불필요한 법적 분쟁, 재판 지연, 사법기능 약화 등의 문제가 초래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밖에 판사가 영장을 발부하기 전에 관련자를 불러 대면 심문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나 대법원이 구속영장단계에서 일정 조건을 부과해 석방할 수 있도록 하는 '조건부 석방제'는 이 대통령의 공약 사항인 만큼, 추진이 예상된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2023년 12월 후보자 시절 인사청문회에서 두 제도에 대해 긍정적 검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다만 해당 제도들은 수사의 밀행성(비밀스럽게 하는 것) 훼손 등을 이유로 검찰이 강하게 반대해 왔다.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도 공약에 포함된 정책들이다.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등은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긍정적 시각과, 사건 당사자 등의 개인정보보호와 조화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함께 나온다. 법관평가위원회는 판사의 근무 평정을 관리하기 위한 별도의 위원회를 두겠다는 것으로, 법원 입장에선 '사법부 독립'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허위사실공표죄 구성 요건에서 '행위'를 삭제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 대통령 당선 시 진행 중인 형사재판을 정지하도록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등의 추진도 이목이 집중된다. 이 대통령이 당선 전 기소된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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