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24일 경북 안동시 웅부공원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6·3 대선을 불과 열흘 앞둔 24일,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만났다. 앞서 '텃밭'인 경북에서 도포 차림에 갓까지 쓰고 집중유세를 펼친 데 이어 박 전 대통령까지 예방하면서
보수 지지세 결집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김 후보를 만난 자리에서
"당이 여러 가지 일들이 많았지만 지난 일에 연연하지 말고 하나로 뭉쳐서 선거에 반드시 이겨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그동안의 일들은 후보가 다 안고, 하나가 되게 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며 "개인적으로 섭섭한 일이 있더라도 다 내려놓고 정말 나라를 위해서 꼭 승리해주길 바란다"고 김 후보에게 힘을 실어줬다.
국민의힘은 이 같은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가 '집토끼'를 끌어 모으는 데 주효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의 지지율 상승세가 '골든크로스'까지 이어지려면 우선 '안방'이자 당의 기반격인 TK(대구·경북)을 비롯한 영남지역에서의 전폭적 지지가 필수인 탓이다.
최근 김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전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 뒤처져 있지만,
격차는 점차 좁혀지고 있는 추세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9~21일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p) 결과에 따르면, 김 후보는 이 후보(46%)보다 낮은 32%의 지지율을 기록했지만 격차는 1주 전에 비해 8%p나 줄어들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김 후보 쪽으로 다시 돌아서고 있는 영남의 민심 동향이다. 직전 NBS 조사 당시 PK(부산·울산·경남)에서 이 후보에 1위를 내줬던 김 후보는, 이번 조사에선 PK에서 43%의 지지를 얻으면서 오차범위 밖으로 이 후보(36%)를 따돌렸다.
지난 22~23일 성인 유권자 1009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리얼미터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도 비슷한 양상이다. 1주 새 김 후보와 이 후보 사이 지지율 격차가 9.5%p에서 9%p로 감소한 가운데, 김 후보는 TK에서 49.1%로 지지도 1위를 지켰다.
이에 대해 당 안팎에서는 전당대회 직후
당 지도부가 주도한 '한덕수 단일화'로 인해 분열됐던 보수 진영이 단일대오 모드로 빠르게 전환 중인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24일 대구 달성군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에서 박 전 대통령을 만나고 있다. 국민의힘 제공선거 후반전에 돌입한 김 후보가 이날 경북 구미 소재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를 방문한 뒤 연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난 데엔, 이 변화에 가속도를 붙임으로써 텃밭 지지율을 빠르게 회복하고 압도적인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가 이날
'박정희 정신'을 거듭 소환한 것도 이 같은 전략의 연장선이다. 그는 구미 유세에서 "대한민국이 오늘날 이렇게 잘 살게 된 모든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로"라고 하거나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명예는 반드시 회복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하며 지지자들의 호응을 유도했다.
영주와 안동, 상주, 김천 등 경북에서만 7개 지역을 순회한 김 후보는 매 유세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슬로건인 '하면 된다'와 이승만 전 대통령의 '뭉치자, 이기자'를 선창하며 연설을 맺기도 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방명록에는 "박정희 대통령, 세계 최고의 산업혁명가"라고 적었다. 보수의 상징적인 전직 대통령들을 계속해서 소환하며 향수를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국민의힘은
이같은 TK·PK의 표밭 갈이가 수도권 등 '캐스팅보터'로 불리는 타 지역에서의 김 후보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영남에서의 지지율을 확고하게 끌어올린다면, 김 후보의 승리 가능성에 의구심을 던졌던 타 지역 보수지지층이 다시 눈길을 김 후보로 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박 전 대통령 예방은 '후보 강제교체' 국면에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홍준표 전 대구시장 등 경선 주자들이 당을 향해 "친윤 쿠데타", "국민의짐" 등의 쓴소리를 던지며 사분오열했던 당심(黨心)을 다시 '원팀'으로 꾸리겠다는 포석의 일환으로도 풀이된다.
박 전 대통령이 "지난 일에 연연하지 말고 하나로 뭉치라", "개인적으로 섭섭한 일이 있더라도 다 내려놓으라"고 당부한 대상은 김 후보 뿐 아니라 다른 당내 주요 인사들에게도 해당되기 때문이다.
김 후보 캠프인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가 박 전 대통령 회동일인 이날, 친한(親한동훈)계인 6선의 조경태 의원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경선 당시 한 전 대표 캠프의 총괄선대위원장이었던 조 의원은 대표적 찬탄(탄핵 찬성)파로, 계엄 등에 대해 비판적 의견을 피력해 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제명'까지 주장했던 인물인 만큼 그의 합류는 원팀화의 과정으로 읽힌다 .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주문해 온 친한계의 지원사격은, 박 전 대통령 예방과 더불어 보수 결집과 중도보수 성향 지지층을 겨냥한 극우 이미지 탈피를 동시에 꾀하는 '쌍끌이' 효과를 낳을 것으로 김 후보 측은 기대하고 있다.
조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처음 제안이 왔을 땐 고사했지만, 민주당의 '삼권 장악' 시도를 보며 (선대위 참여를) 결심했다.
당 쇄신을 위해 계속 목소리를 내야 하지만 지금은 한마음으로 대선 승리를 이루는 게 지상과제"라고 밝혔다. 또 자신의 합류를 계기로 "중도와 합리적 온건 보수의 확장성이 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