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 국회사진취재단"경제 예시 설명일 뿐" VS
"무한 동력인가?"
지난 18일 열린 제21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첫 TV 토론회에서 이른바 '호텔경제학'으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격돌했다.
토론이 끝난 뒤에도 이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며 호텔경제학 의미를 나타내는 그림이 확산되고, 과거 이재명 후보가 관련 발언을 했던 영상 또한 재조명되고 있다.
이준석 후보는 이날 '저성장 극복과 민생경제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한 토론 당시, 이재명 후보에게 "호텔경제학이라고 들어보셨냐"고 질문했다.
그러자 이재명 후보는 "본인이 지어낸 말"이라며 "성장에 대해 말한 게 아니다. 경제 순환이 필요하다는 것을 극단적으로 단순화해서 설명한 것"이라고 답했다.
해당 발언은 지난 16일 이재명 후보가 전북 군산 유세 당시 언급해 주목을 받았다. 이재명 후보는 당시 "한 여행객이 호텔에 10만 원의 예약금을 내면 호텔 주인은 이 돈으로 가구점 외상값을 갚고, 가구점 주인은 치킨집에서 치킨을 사 먹는다. 치킨집 주인은 문방구에서 물품을 구입하고, 문방구 주인은 호텔에 빚을 갚는다"고 예시를 들었다.
그러면서 "이후 여행객이 예약을 취소하고 10만 원을 환불받아 떠나더라도 이 동네에 들어온 돈은 아무것도 없지만 돈이 돌았다. 이것이 경제"라고 주장했다.
2017년 당시 이재명 캠프 측은 "캠프에서 공식적으로 만든 것도 아니고 지지자가 가볍게 그린 것"이라며 "이론적으로 따지는 건 지나치다"고 말한 바 있다.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이준석 후보는 이에 대해 "결국 '케인지언(케인스) 승수 효과' 같은 걸 노리고 하신 말이냐"고 물었고, 이재명 후보는 "승수 효과를 얘기한 거다. 돈이라는 건 고정돼 있으면 있어도 없는 것"이라며 "한 번 쓰여지느냐, 두 번 쓰여지느냐, 세 번 쓰여지느냐에 따라서 그 자체에서도 경제 흐름이 생긴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이준석 후보는 "무한 동력이냐"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관련 그림에서 보면 돈이 도는 과정에서 사라지지 않고 계속 한계 소비 성향이 '1'로 계속 돈다"고 설명을 요구했다.
이재명 후보는 "'1'로 돌지는 않는다. 그건 극단적인 예시를 한 번 들어본 것일 뿐"이라며 "왜 그렇게 단순화하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경제는 순환이 중요하다는 취지였다. (이준석 후보가) 이해를 못 하시는 것 같다"고 받아쳤다.
토론이 끝났지만 이를 둘러싼 논쟁이 여전히 뜨겁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19일 페이스북에 "문재인 정권은 '소주성', 이재명은 '노주성(노쇼 주도 성장)'으로 경제 망치겠다"는 글을 올렸다. 보수 논객 정규재씨도 같은 날 "이 그림을 보면 정부가 한 번만 도와주면 경제가 돌아가는 것처럼 보여진다"며 "예약 펑크 내는 이 여행객을 정부가 한 번만 도우면 경제가 돌아갈 것이라는 환상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고 비평했다.
다만 이재명 후보의 주장대로 '경제를 쉽게 설명하기 위한 예시일 뿐'이라는 반박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토론회 당시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후보들의 여러 발언을 사실 확인했다.
호텔경제학에 대해서는 "이재명 후보가 명명한 적이 없다"며 "무제한적 통화 발행을 주장한 적도 없다"고 했다. 이어 "호텔 사례는 케인스의 승수 효과를 비유하기 위한 예시"였다며 "이 사례를 현대통화이론에 입각했다는 이준석 후보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고, 경제 이론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부족한 주장"이라고 덧붙였다.
2017년 이 후보가 유튜브에 올린 영상. 해당 영상 캡처이재명 후보가 지난 2017년 3월 19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게시한 영상도 공유되고 있다. 영상 속 이 후보는 "경제라는 건 순환이다. 예를 들어보겠다"며 같은 예시를 든다. 그러면서 "사회에 아무리 돈이 많아도 한 곳에 딱 멈춰있다면 그 경제는 죽는 것"이라고도 말한다.
또 다른 예도 들었다. 이 후보는 "재벌 대기업 30개 사내 유보금이 770조 원"이라며 "2015년 기준 우리나라 1년 국민 총생산이 1559조 원이었다. 무려 절반에 해당되는 금액이 사내 유보금으로 쌓여있는 것"이라고 알렸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에 돈이 돌아야 하는데 순환을 하다가 재벌 창고로 들어간 것"이라고 설명한다.
해당 영상을 공유한 이재명 후보 지지자는 "돈이 왜 순환돼야 하는지를 남녀노소 누구나 알기 쉽게 설명하기 위해 든 단순 예시일 뿐"이라고 적었다.
이준석 후보는 "이것이 나중에 실제 구현된 사례가 짐바브웨나 베네수엘라"라고도 주장한 바 있다. 또 "그 나라들이 '하이퍼인플레이션(hyperinflation)'이라든지, 복지 과잉 때문에 어떤 경제적 곤란을 겪었는지는 국민들이 아실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현대 통화 이론에 대해 "인플레이션을 적절히 관리할 수 있다면 통화를 직접 발행하는 국가는 적절한 수준까지 재정 지출을 확대할 수 있다는 비주류 경제 이론"이라며 "베네수엘라, 짐바브웨도 현대 통화 이론에 입각해 정책을 펼치지 않았다. 애초에 이 국가들은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는 수준에서 재정 지출을 관리하지 않았다"고 바로 잡았다.
민주당이 진화에 나섰음에도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개혁신당 천하람 의원은 1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돈이 어떻게 중간에 안 사라지고 계속 똑같이 10만 원으로 도냐"며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도 "돈이 도는 것까지는 좋은데 그럼 결국 취소해서 호텔은 망하게 된다. 이 호텔에 대한 책임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따져묻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