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인 8일 서울 송파노인종합복지관에서 열린 '꽃처럼 찬란한 어르신, 감사해효(孝) 행사'에 참가한 어르신이들이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고 있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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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 용돈'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예전부터 부모님들은 어버이날마다 왼쪽 가슴에 피어오르는 카네이션이 마치 '훈장'과도 같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최근 부모님을 향한 사랑과 존경의 마음을 표현하는 카네이션의 인기가 시들해진 분위기입니다. 실용적인 선물을 선호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꽃의 의미도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실제 어버이날 전날이면 손님들로 바글거리던 꽃시장도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었는데요. 여러분은 어버이날 부모님께 어떤 방식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셨나요?
'어버이날' 소소하고 행복한 이벤트
'아프니까 사장이다' 온라인커뮤니티 캡처8일 한 소상공인 커뮤니티에는 '어버이날 받은 과태료'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글쓴이 A씨는 "출근하려고 차에 탔는데 앞 유리에 과태료 통지서가 붙어있었다. 아파트 단지 안에서 속도위반 경고장을 받아 화가 났다"며 '속도/주차 위반 경고장' 사진을 첨부했습니다.
그러나 A씨는 스티커를 뗀 순간 이내 기분이 풀렸습니다. 경고장 뒤로 '혹시 속으셨습니까? 정말 대단히 죄송합니다! 이제 뒷장을 열어보는건 어떨까요'라는 문구와 함께 대학생 자식들의 손편지와 용돈이 들어있었기 때문입니다.
자식들의 손편지에는 "늘 응원해주시고 믿어주시는 부모님 덕분에 또 하루를 살아간다. 아버지도 우리로부터 그런 힘을 얻으셨길 바란다. 적지만 저희가 번 돈도 약간 넣었다. 사랑한다"고 쓰여있었습니다.
A씨는 "과태료까지 넣어 사랑을 전해온 대학생 자식들로 행복한 하루를 시작한다. 과태료 통지도 받아볼 만하다. 좋은하루 되시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부모님이 먼 곳에 있어 사진만이라도 전송하기 위해 꽃을 산 자식도 있습니다. 자영업자 B씨는 '카네이션을 5송이 사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한 송이는 멀리 있는 엄마에게 사진을 찍어 보내려고 샀고, 두 송이는 부모님 같이 잘해준 건물주 사장님들에게, 남은 두 송이는 알바언니와 옆가게 사장님 어머님께 각각 드리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저희 동네는 24시간 무인 꽃집이 있어서 오픈 준비를 하고 후다닥 꽃을 사러 왔는데, 이 시간에 저말고도 꽃사러 오신분들이 많아 따뜻하다. 부모님 감사하고 사랑한다"고 전했습니다.
해당 글을 본 누리꾼들은 "기분 좋은 아침이 됐다. 아직은 살만한 세상", "예쁜 마음이다", "훈훈하고 부럽다" 등의 댓글을 달았습니다.
성인이 된 자식들에게 어버이날은 부담?
어버이날인 8일 서울 종로구의 한 꽃집에 카네이션 화분이 놓여 있다. 류영주 기자어버이날을 힘들어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실제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어버이날 선물 고민글들이 줄지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국내 공기업을 다니는 A씨는 "힘들어서 그러는데 어버이날 따로 안챙겨도 되겠지? 평소에 할만큼 하는 편인데 마음에 걸린다"며 "2주 뒤에 가족여행 경비나갈 예정인데 그걸로 대신하면 안될까"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해당 글을 접한 누리꾼들은 편지나 카네이션을 드리면 되지 않겠냐고 답을 달았지만 A씨는 "카네이션도 돈이고 독립한지 오래됐는데 연휴 때도 함께 있었으니 연락만 드릴까 한다"고 밝혔습니다.
용돈을 드리기로 결정을 했지만 금액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 직장인도 있었습니다. 또 다른 공기업을 다니는 B씨는 "같이 사는 부모님께 어버이날 용돈을 얼마 드려야 할까"라며 "평소에 따로 드리진 않고 두분 합쳐 50만원이나 60만원정도 고민 중인데 너무 많나"는 내용의 글을 올렸습니다.
해당 글을 접한 한 변호사는 "생신도 챙기고 명절도 챙긴다면 30만원 정도씩 드리면 되지 않을까"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공무원 등 누리꾼들도 "마음 가는대로 드려라. 언제 챙기겠나", "같이 살고 있다면 더 드리는 것도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시댁에 전화를 해야 하냐며 어버이날을 부담스러워 하는 일부 누리꾼도 있었습니다. 공무원 C씨는 "어버이날, 생신, 명절 때면 전화를 드리라고 해서 오늘도 전화를 했는데 어머님이 먼저 끊고 싶어하시는 것 같았다. 남편들은 정말 전화드리는 걸 원하나"라는 고민글을 올렸습니다.
바뀐 사회적 분위기…드리고 싶은, 받고 싶은 선물 1위는 '용돈'
어버이날인 8일 서울 송파노인종합복지관에서 열린 '꽃처럼 찬란한 어르신, 감사해효(孝) 행사'에 참가한 어르신이 대형 카네이션을 들고 사진촬영 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그렇다면 어버이날 가장 드리고 싶은, 받고 싶은 선물은 무엇이었을까요? 예상대로 1위는 모두 '용돈'이었습니다. 실제 각종 설문조사에서도 '용돈'이 차지하는 비율이 60~70%정도 됩니다.
건강식품과 의류, 여행 등은 그 뒤를 이었고, 카네이션은 보통 5번째 이후에 등장합니다. 일부 설문조사에서는 '카네이션' 항목 자체를 넣지 않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카네이션 거래량이 줄어들었다는 통계결과도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4일까지 거래된 국산 절화(자른 꽃) 카네이션은 총 3만5528속입니다.
지난해 동기(5만6366속) 대비 약 37% 줄었든 수치이며, 2022년(7만5937속)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로 감소했습니다. 특히 10년 전과 비교하면 5분의 1 이상 줄어들었습니다.
시들지 않는 카네이션 조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중고 플랫폼을 살펴봐도 지난해 구매한 카네이션 조화를 어렵지 않게 검색할 수 있습니다. 실용적인 선물을 선호하는 분위기 때문에 카네이션의 상징성이 줄어든 것도 이 같은 변화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따뜻한 날이지만 누군가에겐 부담이 되기도 하는 '어버이날'. 여러분은 부모님께 어떤 선물을 드리고 싶나요?
※투표 참여는 노컷뉴스 홈페이지에서 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