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이 9일 의원총회에 앞서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의 임기 연장 여부와 당 지도체제 정비를 놓고 격론을 벌였다.

김 비대위원장도 지도부로서 대선 패배 책임을 지고 당장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과 '9월 전당대회 개최'를 공언한 만큼 쇄신안이 관철될 때까지 현 비대위 체제를 한시 연장할 수 있다는 입장이 충돌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같은 대립구도는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계 등 '계파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이날 국회 본관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국민의힘 4선 이상 중진 회의에는 최다선인 6선의 조경태·주호영 의원과 5선의 김기현·나경원·윤상현 의원, 4선 김도읍·김상훈·박대출·박덕흠·윤영석·윤재옥·조배숙 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9월 전당대회 개최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추진 △대선후보 교체 시도 진상규명 및 당무감사 실시 △당론 민심 반영 제도화 △내년 지방선거 100% 상향식 공천 실시 등 전날 김 비대위원장이 발표한 5대 개혁안을 집중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덕흠 의원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9월보다) 전당대회를 빠르게 해야 한다. 그래야 빨리 체제가 정리되고, 다음에 뭘 할 수가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새 지도부를 꾸려야 내분도 일단락되고 당 쇄신에도 속도가 붙는다는 취지다.
 
김 비대위원장 임기 관련 질문에는 "임기를 정하자는 얘기는 없었다"면서도 "(김 위원장 기존 임기가) 6월 말까지이고, 새로운 원내대표가 선출되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임기 연장 시도 자체가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도 나왔다. 김도읍 의원은 "(재임을) 더 하려면 전국위원회에서 임기 연장을 해줘야 하지 않나"라며 "절차는 본인 맘대로, 뜻대로 되는 게 아니다. 전국위의장이 전국위를 안 열어주면 못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김 위원장의 혁신 의지가 확고하다면 무조건 전당대회를 앞당기는 것보다는 김 위원장 임기를 늘리는 게 더 바람직한 방향일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조경태 의원은 "저는 김 위원장 임기가 좀 연장되더라도, 혁신안이 완수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줘야 되지 않을까 하는 말씀을 드렸다"고 말했다. 회의 당시 김 위원장 사퇴 촉구 의견이 우세했느냐는 질의에는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고 답했다.
 
조 의원은 '9초 전대' 방안과 관련해선 "9월이면 정기국회가 열리지 않나. 8월(말)까지는 새 지도부가 구성되는 것이 합당하다고 생각한다"며 "정기국회 이전에 새 지도부를 통해 일신하는, 개혁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조 의원은 이른바 '단일화 파동'과 관련, 김 위원장이 공언한 당무감사권 발동에도 찬성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일부에선 '우리끼리 긁어 부스럼 일으킬 필요가 있겠냐'고 하는데 우리 당 내 민주주의를 훼손시키는 당내 쿠데타 성격이 짙기 때문에 이 부분의 진상 규명은 반드시 해야 된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번에 (김문수 전 장관에서 한덕수 전 총리로) 후보를 바꿔치기 하려고 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된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과 원내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힌 권성동 원내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탄핵반대 당론 무효화'도 찬반이 엇갈렸다. 조 의원은 "(그래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수용하는 의견도 좀 많이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이에 반해, 대표적 반탄(탄핵 반대)파였던 윤상현 의원은 "탄핵 반대라는 것은 윤 (전) 대통령 개인 탄핵을 넘어서서 자유민주주의 체제·법치주의 탄핵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당론 철회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윤 의원은 "저는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비윤(非윤석열)의 핵심 중의 핵심이다. 저같이 대통령 국정 운영에 대해 쓴소리 한 사람이 있는지 한 번 얘기해 보라"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아울러 "우리 내부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와서 내부 분열, 자중지란으로 비춰질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보수와 당의 재건을 위해 여러 의견이 나오는 게 결국 긍정적인 방향이 아닌가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동시간대 국민의힘 3선 의원들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비공개 간담회를 갖고 같은 주제로 논의를 진행했다.
 
김성원 의원은 회의 종료 이후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의 거취와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있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의견을 취합해서 위원장께 제가 별도로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전당대회 시점을 두고도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빨리 해야 한다는 의견과 내부적으로 체제를 정비하고 전당대회를 치러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의원총회를 열고 김 위원장의 거취 등을 논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