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이재명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회의실에서 열린 안전치안점검회의에 노란색 민방위복을 착용하고 입장하고 있다. 오른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무속 논란이 일었던 청록색 민방위복을 착용한 모습. 연합뉴스"괜히 지자체에서 옷을 바꾸려고 돈 들이지 마라"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5일 안전치안점검회의에서 '노란색(라임색) 민방위복'을 착용하고 윤석열 정부의 '청록색 민방위복'을 사실상 거부했다. 이 대통령은 "나는 맞는 옷이 없어서 맞는 것을 입다 보니 이것(노란색)을 입은 것"이라며 "그냥 있는 것을 입으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는 노란색과 청록색 민방위복을 입은 참석자들이 뒤섞여 있었다. 유정복 인천광역시장 등 일부 지자체장들은 청록색을 착용했지만, 이 대통령을 비롯한 강훈식 비서실장,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등 정부 관계자들은 노란색 민방위복을 입었다.
이 대통령이 '청록색 민방위복'을 착용하지 않는 이유는 지난 2022년 9월 7일에 직접 올린 엑스(옛 트위터) 게시물에서 유추해 볼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시절 이 대통령은 당시 엑스를 통해 CBS노컷뉴스의 <
'청록색 민방위복' 볼멘소리 나오는 까닭(2022년 9월 7일자)> 제하의 기사를 공유하며 "민방위복 바꾸는 것보다 더 급한 민생사안이 많은데 참으로 안타깝다"고 밝혔다.
엑스 게시물을 올린 이날, 이 대통령과 윤 전 대통령은 태풍 '힌남노'로 큰 피해를 입은 경북 포항을 찾았는데 각각 다른 색의 민방위복을 입었다.
이재명 대통령 엑스 캡처이후 이 대통령의 민방위복 색깔은 언론보도 등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조명돼 왔다. 당대표 신분으로 재해현장 등을 방문할 때도 청록색 민방위복을 착용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 이 대통령은 지난 3월 29일 경북 영덕군 영덕읍 산불현장을 찾았을 때도 홀로 노란색 민방위복을 착용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지난 2022년 8월 22일 을지 국무회의에서 청록색 민방위복을 처음 공개적으로 착용했다. 일각에서는 청록색 민방위복이 기존 노란색에 비해 식별이 어렵고, 현 시점에 민방위 마크를 새로 만들 필요가 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은 "최근 민방위복 때문에 논란이다. 이번 을지연습 기간에 행정안전부와 지방자치단체 필수요원 3500명의 민방위복 교체를 위해 약 1억 원의 예산이 소요됐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3월 29일 경북 영덕군 산불현장에 동행한 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지방자치단체장 등 공무원들도 청록색 민방위복을 착용했지만, 이 대통령만은 노란색 민방위복을 입었다. 연합뉴스일각에서는 평화와 시민 보호를 상징하는 국제민방위 마크에 태극기 건곤감리를 활용한 디자인을 굳이 적용할 이유가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부 누리꾼은 민방위 마크를 둘러싼 형태의 건곤감리를 두고 무속 논란을 제기하기도 했다.
당시 논란의 '건곤감리'는 행정안전부의 전문가 자문회의를 거치는 과정에서도 왼쪽 어깨 부분에 달린 태극기와도 중복된다는 의견이 나왔던 것으로 알려진다. 자문위원들은 민방위 관련 업무 이력이 있는 퇴직자, 디자인 파트 전문가 등 내·외부 인사들로 구성됐으며, 행안부는 민방위복 디자인부터 마크 등 전체적인 부분을 자문받았다.
문제는 이같은 새 민방위 마크가 용역까지 맡겨 만든 것이라는 점이다. 당시 정부 한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새 민방위복을) 시범 착용할 때 표지장 가운데 삼각형과 주황색 원형은 국제 민방위 기구에서 사용하는 마크"라며 "그것은 동일하게 사용했었는데 사괘(건곤감리)를 처음 시범 착용하면서 일반 국민들의 반대 의견이 많았다"고 밝혔다.
그는 "처음에 민방위복을 9가지 색상을 가지고 국민 여론조사를 한 다음, 5가지 색상을 가지고 여론조사를 했었는데 그때 얘기가 좀 많이 나왔다"며 "특히 아무래도 사괘가 들어가게 되면 무속신앙 쪽하고 관련이 있지 않나 그런 얘기부터 시작해서 인터넷상에서 온갖 얘기가 다 나왔었다"고 전했다.
민방위복 복제 변경이 확정된 이후 신형 민방위복을 나라장터를 통해 구매한 지자체와 공공기관들. 나라장터 홈페이지 캡처행안부로부터 새 민방위 마크 디자인 시안 제작 업무를 받은 국립재난안전연구원 한 관계자는 "(민방위 마크 디자인과 관련해) 저희가 디자인을 할 수 있는 직원이 있는 건 아니고 용역을 내보내서 만들었다"며 "디자인 시안은 (용역업체로부터)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재단측은 용역업체를 공개할 수 없다고 했지만, 취재결과 청록색 민방위복의 사괘가 현행 'CD(Civil Defense)'로 변경될 때 용역은 충북지역 A국립대가 총괄했으며, 디자인 파트는 대전지역 B국립대가 맡았다. 용역비는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한편 행안부는 민방위복 개편·시행에 필요한 관련 법령 개정을 추진하고 법적 근거를 마련해 2023년 8월 개편된 민방위복제를 적용했다. 이후 전국 지자체나 공공기관 등 수백 곳이 최대 수천만원을 들여 청록색 신형 민방위복을 구입하며 예산을 사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