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기자실을 방문, 태풍 힌남노 상황에 대해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이 줄곧 청록색 민방위복을 착용한 걸 두고 일부 공무원들로부터 볼멘소리가 나온다. 민방위복이 변경되면 자비로 구매해야 하는 직원도 있기 때문이다.
일부 기초자치단체 중에서도 윤석열 정부의 민방위복 변경 방침에 불만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미 기존 '라임색' 민방위복을 단체구매했기 때문이다.
실제 경상남도 A시는 지난해 직원용 민방위복 2300여 벌을 구매하며 수천만원을 지출한 상태다.
공무원들 "민방위복 사비로"…행안부 "개인구매가 원칙"
블라인드 캡처지난 3일 서울시교육청 한 직원은 익명 게시판에 '민방위 점퍼 바뀌었나'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청록색 민방위복을 입은 한덕수 국무총리의 사진을 올렸다. 해당 직원은 "비상재난 상황에 눈에 잘 띄고 잘 보이는 색을 입어야하는 것 아닌가. 언제 바뀐건가"라며 "색상도 별로고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고 썼다.
이에 또 다른 공무원은 댓글을 통해 "저게(민방위복) 공무원들은 전부 최소 한벌씩은 가지고 있고 다 사비로 산 것"이라며 "동복·하복·춘추복 다 있는데 갑자기 바꾸면 어쩌나. 예전 민방위복 만들어놓은 업체는 무슨 죄인가. 재고를 어디에 처분할까"라고 지적했다.
을지연습이 있던 지난달 22일에도 비슷한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국방부 소속 한 직원은 익명 게시판에 '민방위복 색깔 바뀌었나?'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뉴스 보는데 윤 대통령하고 주변 사람들 전부 노란색(라임색) 옷이 아니라 청록색 옷을 입고 있다"고 썼다.
이에 공무원들은 댓글을 통해 "기껏 바꾼 색이 저건가, 차라리 기존이 낫다. 심지어 기존에도 하복조끼는 녹색이었다", "예산이 남아도네", "얼마나 또 해먹으려고" 등의 반응을 쏟아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3일 저녁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 서울상황센터에서 제11호 태풍 '힌남노' 대비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그렇다면 실제 공무원들은 민방위복을 사비로 구매해야 할까.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6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민방위복은) 필요하면 개인이 구매한다. 국가예산으로 구매해서 보급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부서장들이나 필수 요원들은 기관에서 구매해준다는 게 행안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1년에 한두 번 훈련하는 등 활용성이 낮으신 분들은 개인이 구매하는게 원칙이지만, 중대본 등 상황실에 근무하는 인원 같은 경우엔 기관에서 구매해준다"는 것이다.
경남 A시 기존 민방위복 2300여벌 구매…"미리 알았으면 구매했겠나"
지난달 9일 기존 '라임색' 민방위복을 입고 서울 관악구 신림동 호우 피해 현장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이런 가운데 민방위복 변경 방침이 발표되기 전인 2021년, 직원용 민방위복을 단체 구매한 기초자치단체도 있었다.
지난해 민방위복 2300여벌을 단체 구입한 경상남도 A시는 윤석열 정부의 민방위복 변경 방침에 불만을 제기했다. 평균 5년 이상 입을 수 있는 민방위복을 이르면 복제(服制) 변경 시점이 될 수도 있는 2024년 전후로 새로 구매해야 할 수도 있어서다.
A시 관계자는 이날 CBS노컷뉴스에 "(민방위복이 바뀐다는) 지침이 없어서 (기존 민방위복을) 구매했던 것"이라며 "중앙(윤석열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민방위복 변경을) 추진을 하고 있는 것이라 바꾼다는 것을 (미리) 알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방위복을 바꾼다는 얘기가 있었으면 (구매)했겠나"라며 "민방위복 복제가 변경되면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지난해에 구매했던 민방위복을 입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민방위복의 경우엔 '옷이 떨어질 때까지 입는다'는 점을 강조하며 "(민방위복을) 매일 입는 것이 아니고 특별한 상황 때만 입는 것으로 5년 이상은 입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천만원의 민방위복 구매 예산이 A시 입장에서 큰 지출이냐는 질문엔 "그렇다"고 답했다.
지난해 하계용 민방위복을 구매한 전라남도 B시도 마찬가지다. B시 관계자는 민방위복 변경과 관련해 "현재까지 계획은 없는 것 같다"면서도 "(민방위복 복제가 변경되면) 전체 통일성이 필요해서 바꾸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이어 "중앙에서 입는 것들은 여러가지 중에 시험삼아 입어보는것 같은데 저희한텐 없다"면서 중앙정부와 민방위복 관련 논의를 한 바 없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기자실을 방문해 취재진과 대화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일각의 우려에 행안부 관계자는 "대전제는 (민방위복을) 본인이 구매하는 것"이라며 "보통 비상훈련 등에서 민방위복을 착용하라고 할 때가 있는데 민방위복이 없는 분들은 아마 그때 사야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방위복 변경) 복제가 완성되려면 2024년도는 돼야 할 것 같다. 올해도 노란색(라임색)을 사서 입는 데가 있으며 내년에도 노란색(라임색)을 사야한다"고 밝혔다.
다만 "민방위복을 바꾼다고해서 한 번에 일괄적으로 복제를 바꾸라고 하지 않는다. 혼용기간을 둘 것"이라며 "기존의 라임색 민방위복과 바뀐 복장을 일정 기간동안 혼용해 사용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공무원노조 "쓸데없는 예산낭비…경찰·소방공무원 복장부터 챙겨야"
연합뉴스일부 공무원들이 민방위복 변경과 관련해 불만을 제기하자 전국공무원노조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공무원노조 박중배 대변인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쓸데없는 예산 낭비를 한다. 사주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사입어야 한다"며 "실제로 산불 등이 나면 지자체 공무원들이 동원되는데 이런 상황엔 공무원들이 또 개인 옷을 사 입는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소방공무원들이 불만이 많다. 방화복 등 소방 장비를 교체하는 것에 예산을 써야 한다"며 "실질적으로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인력인 경찰과 소방대원들의 장비와 옷을 지원해주는 게 더 옳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공무원노조는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내년도 1.7% 공무원 임금인상률 결정에 반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