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앞줄 오른쪽 세번째)과 참석한 의원들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의 혁신을 바라는 의원모임 주최로 열린 '대선 패배 후 민심과 국민의힘 혁신방안' 토론회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변화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조건이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정당은 도태되고 말 것"이라며 당 쇄신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임기가 열흘 남짓 남은 김 위원장은 '탄핵반대 당론 무효화' 및 '대선 후보 교체 관련 당무감사' 등이 골자인 5대 혁신안의 즉각 실행이 그 변화의 최소 요건이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권영진 등 일부 재선 의원들이 주축인 '당의 혁신을 바라는 의원모임'이 주최한 '대선 패배 후 민심과 국민의힘 혁신방안' 토론회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김 위원장은 "과거의 방식, 익숙한 언어, 반복된 구호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혁신은 말이 아닌 실천이어야 한다"며 "개혁안을 말씀드린 것도 이런 이유"라고 밝혔다. 또
"혁신안은 국민의힘이 처절하게 반성하고 있다, 변화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최소한의 노력"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대선에서 '후보 단일화'(김문수→한덕수)를 주도한 구(舊) 주류인 친윤(친윤석열)계의 반발과 미온적 태도로 개혁안이 무산 위기에 처한 상황을 짚은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 생존의 마지막 문턱에 와 있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며 "당 안에는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국민 눈높이'라는 단 하나의 기준을 세우면 해답은 명확해진다. 기득권과 민심이 어긋나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역설했다.
당원 여론조사와 자신이 내놓은 개혁안의 조속한 실행을 재차 압박한 셈이다. 앞서 김 위원장은 전날, 원내 기구로 혁신위원회를 발족해 쇄신 방안을 사실상 원점에서 논의하자는 송언석 원내대표를 향해 '단순한 문제를 왜 복잡하게 만드는지 모르겠다'는 취지로 발언한 바 있다.
당내 최다선인 6선의 주호영 의원(국회 부의장)도 "선거에 참패하고도 '선거 백서'가 제대로 나온 적이 없다. 우리 당이 혁신하려면 '절대로 해선 안 되는 일'을 적어놓고 공유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송언석 원내대표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리백화점 이재명 정부 인사청문회 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이날 발제에 나선 전문가들은 보수진영이 지난해 12월 3일 전부터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계엄과 탄핵은 곪은 문제가 터진 표면적 사건일 뿐이라는 취지다. 단적으로 지난 20대 대선 때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이번 대선의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등 대권 주자들을 '당 밖'에서 수혈해 왔다는 점을 들었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국민의힘이) 만년 2등이 되고 있다"며,
가히 '보수부활 프로젝트'라 할 만한 총체적 혁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보수의 전성기로 수도권에서 한나라당이 압승한 2008년 18대 총선을 언급했다. 이 때로 돌아가려면 국민의힘의 비전과 정당 자산, 제도 등을 대개조해야 한다고 봤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 또한 역대 보수정당의 개혁은 △현안 중심의 보여주기식 단기 개혁(데코레이션 개혁) △특정 인물이 당내 공감대 없이 경쟁 진영을 개혁대상으로 몰아간 '갈라치기식 개혁' △지도체제 개편 등에만 집중한 '구태의연한 개혁'(창조적 파괴의 부재) 등으로 인해 실패를 거듭해왔다고 분석했다.
국민의힘이 다시 '유능한 정당' 이미지를 회복하려면 정교한 개혁 전략지도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단순히 '자유'와 '시장', '성장', '한미동맹' 등만을 부르짖는 관습적 노선을 탈피해 오세훈 서울시장이 제기한 '약자와의 동행', 한동훈 전 대표의 '격차 해소' 등 제3의 길을 제시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다.
구체적으로 계파 정치를 대표하는 인물들이 곧 있을 전당대회에 출마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김문수 전 대선 후보와 한 전 대표를 콕 집어 "이번 당권 경쟁에 (이들이) 출마하면 그건 혁신이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이번 전대가 대선 경선에서 맞붙은 '김문수 대 한동훈'의 리턴 매치가 된다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 대선에서 패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당 대표가 돼 이끈 '지방선거 완패' 또한 내년 지선에서 재현될 거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