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으로 돌아간 광화문광장…웃음 띤 시민들 "활기 되찾은 느낌"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닫기
  • 0

- +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지난 1월부터 탄핵 찬반 집회로 붐비던 광화문광장
尹 파면에 李 대통령 당선된 후 일상으로 돌아가 '활기'
시민들 "혼란의 시기 지나 정리된 기분…막힌 데 뚫린 느낌"
"답답함·막막함 해소됐다…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 커"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을 찾은 시민들. 민소운 기자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을 찾은 시민들. 민소운 기자
"오늘은 사람들이 굉장히 많네요. 제 생각일지 몰라도, 사람들이 이제 조금 안정이 된 것처럼 보여요. 저도 편안해졌고요. 그리고 이제 조금 길이 보이네요."

따사로운 햇볕이 내리쬐는 7일 오후, 두 손녀 딸을 데리고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을 찾은 오병희(73)씨는 이같이 말했다.

광화문을 자주 찾았던 오씨는 "계엄 이후 한동안 광화문에 발길을 끊었었다"며 "오늘 오랜만에 왔는데 사람들이 굉장히 많고, 서로 싸우면서 난리를 치고 그런 것도 없어서 조용하고 안정된 기분"이라고 덧붙였다.

'12·3 내란사태'부터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을 지나 조기 대선까지, 날 선 발언들이 오고 간 집회로 조용할 날이 없었던 광화문광장. 제21대 대통령 탄생 이후 처음 맞이하는 주말, 바람 잘 날 없던 이곳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 모습이었다.

이날 오후 광화문광장에서는 집회가 아닌 국악 축제가 열렸다. 탄핵 찬성파와 탄핵 반대파로 나뉘어 갈등이 격화됐던 이전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시민들은 분수 아래를 지나며 시원한 물줄기를 맞기도, 부채춤 공연을 넋 놓고 바라보기도 하며 주말의 따스한 도심을 온몸으로 즐겼다.

앞서 지난 1월부터 매 주말 광화문광장에서는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대국본)의 탄핵 반대 집회가, 광화문 동십자각 앞 도로에서는 '내란청산·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의 탄핵 찬성 집회가 열렸었지만 새 대통령 취임과 함께 집회 열기는 잦아든 분위기다. 대국본과 비상행동 측 모두 향후 집회 계획은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광화문광장의 분위기도 많이 달라졌다. 탄핵 찬반 집회가 한창일 당시에는 광화문 일대 일부 도로가 통제되고, 곳곳에 충돌을 막기 위한 경찰 기동대 버스 차벽이 설치됐었다. 그러나 이제는 차벽도 사라지고, 배치된 경찰도 그 숫자를 셀 수 있을 정도로 적었다. 집회 인원들이 사라진 자리는 나들이를 나온 시민들이 채웠다.

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다. 민소운 기자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다. 민소운 기자
남자친구와 함께 광장을 걷던 박혜리(29)씨는 "매번 집회 때문에 너무 시끄러워서 광화문광장에 오는 걸 피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조금 정리가 된 느낌"이라며 "국가에 공백이 있다 보니 '주인이 없는 느낌', '아버지가 없는 느낌'이었는데 이제 새 대통령이 뽑히다 보니 다시 기대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 대통령이 청년들의 목소리를 많이 들어주고, 모든 세대의 아픔에 공감을 잘 하는 대통령이 되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초등학생 자녀 2명을 데리고 청와대를 거쳐 광화문광장에 방문했다는 박모(43)씨도 "사람들 얼굴만 봐도 너무 활기찬 게 보인다"며 시원한 기분이고, 막힌 데가 뚫린 느낌"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원래 정치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지만, 12·3 계엄 이후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며 "이제 새 대통령이 당선되기도 했으니 '그래도 우리나라가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이 있다"고 웃었다.

친구와 함께 광장을 찾은 박모(50)씨는 "비상계엄 이후로 스트레스도 많았고, 집이 헌법재판소와 가까워서 소음 문제도 있었다. 생각보다 사태가 너무 길어져서 힘들었다"며 "불안정했던 것이 좀 해소가 된 것 같고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60대 장모씨 또한 "광화문 광장이 죄다 '데모하는 문화'였지 않냐. 그래서 여기를 한동안 안 왔는데 오늘 와보니 이런 '축제하는 문화'가 펼쳐져서 너무 좋고 일상을 되찾은 기분"이라면서 "국민의힘 지지자였지만 새 대통령의 행보를 응원한다. 정치 보복 없이, 평범한 서민들을 위한 대통령이 되어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에서는 여전히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응원 및 규탄 집회가 이어졌다. 이날 오후 2시에는 보수단체가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윤 전 대통령 응원 집회를, 오후 5시부터는 진보성향 시민단체인 촛불행동이 교대역 인근에서 사법부 규탄 집회를 연다.

9

5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