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올해 1월부터 4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한국은행도 다음 달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기준금리 인하(2.75%→2.50%)로 미국(4.25~4.50%)과의 금리 격차가 역대 최대인 2%포인트(p)까지 커진 상황에서 한은만 또 금리를 내릴 경우 원/달러 환율이 오르고 외국인 자금이 이탈할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여기에 서울 집값이 폭등하고 가계대출도 급증하고 있어, 한은이 한 차례 동결하며 금융 상황을 점검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한미간 금리차 역대 최대…격차 확대 시 환율 상승 우려
연합뉴스연준은 17~18일(현지 시각)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연 4.25~4.50%로 유지했다. 올해 1월, 3월, 5월에 이어 이달까지 네 차례 연속 동결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연준은 관세 인상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과 경기 하강을 우려해 6개월 넘게 금리 인하에 나서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은 경기 부진을 벗어나기 위해 지난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내렸지만, 연속 인하는 미국의 통화 완화 속도와 국내 집값,가계대출 상황 등을 봐가며 신중하게 결정할 전망이다.
이창용 총재는 지난 12일 한은 창립 75주년 기념사에서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 중반 수준으로 낮아졌지만, 미국의 금리 인하 속도 조절에 따라 내외 금리 차가 더 커질 수 있고 무역 협상 결과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도 커 외환시장 변동성이 다시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내외 금리 차가 커지면 어렵게 안정된 환율이 다시 뛰어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런 부작용을 고려해 통화 완화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전고점' 돌파 속출 서울 집값 폭등세…가계대출 5월에만 6조원↑
19일 서울 시내 아파트. 연합뉴스폭등하는 집값과 급증하는 가계부채도 기준금리 연속 인하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최근 서울지역은 지난 2020~2021년 주택가격 급등기의 가격을 뛰어넘는 아파트가 속출하는 등 집값 폭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전 금융권 가계대출도 6조원 늘어나며 지난해 10월(+6조 5천억원) 이후 최대 증가폭을 보였다. 주택담보대출은 5조 6천억원 증가했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를 과도하게 낮추면 실물경기 회복보다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며 "지난 3월 이후 서울 아파트 가격이 연율 기준으로 약 7% 상승했고,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세도 확대되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내달 10일 시점까지 서울 집값과 가계대출 증가세가 안정되지 않을 경우 한은은 일단 금리를 동결하고 부동산과 금융 상황 등을 지켜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집값이나 가계대출, 한미간 금리 차, 환율 등의 문제 때문에 한은이 추가 금리 인하를 미룰 수 만은 없는 상황이다.
지난 1분기 우리 경제는 건설투자와 민간소비 등 내수 부진으로 0.2% 역성장했고,올해 연간 성장률도 미국 관세정책 등의 영향이 겹치면서 0%대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총재도 지난달 29일 기준금리 인하를 발표하면서 "성장률 전망이 크게 하향 조정됐기 때문에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진 것은 사실"이라며 "저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가운데 4명이 3개월 내 2.50%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라고 밝혔다.
8월·11월 인하 가능성…"부동산‧美정책 따라 유동적"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공동취재단국내 시장에서는 한은이 올해 하반기 최소 한 차례에서 최대 두 차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시장 과열에 금리를 내리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7월 한 템포를 쉰 후 나쁜 경기를 감안해서 8월 인하는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연말 기준금리는 2.25%에서 그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이 연내 8월과 11월 두 차례 더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있지만, 7월 초 미국과 관세 협상이나 새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하 속도 등에 따라 다소 유동적"이라고 예상했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미국이 하반기에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한은도 하반기 1~2회 더 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