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종호> 기후의 눈으로 경제를 읽다. 안녕하세요. CBS 기후로운 경제생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홍종호입니다. 한 주 동안 세계 각지에서 벌어진 기후 현안 전해드리는 주간 기후 브리핑 시간입니다. 오늘도 CBS 경제부 최서윤 기자 나와 계세요. 안녕하세요.
◇ 최서윤> 네 안녕하세요.
◆ 홍종호> 오늘은 또 어떤 흥미진진한 이야기 준비해 주셨습니까?
◇ 최서윤>
AI가 예측한 올여름 홍수 위험 지역. 인공지능 활용 분야가 점점 넓어지고 있잖아요. 기후 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에 인공지능을 활용해서 우리나라 지역별 홍수 위험도를 예측한 홍수 위험 지도가 발표됐어요. 관련 소식 가져왔습니다.
◆ 홍종호> 흥미롭네요. 곧 여름이 다가오는데 지난 수년 동안 여름 홍수를 지역 곳곳에서 계속 겪었잖아요. 정부 입장에서 굉장히 중요한 자료가 될 텐데 결론적으로 어디가 제일 위험하고 취약합니까?
◇ 최서윤> 일단 서울 포함해서 수도권 일대 그리고 부산 같은 대도시는 단단한 대비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겠지만 연구에서 AI 모델 2개가 쓰였는데요. 두 모델 모두 대도시의 홍수 위험도를 높게 예측했어요. 여기서 위험도라고 하는 게 단순히 홍수가 발생할 가능성만이 아니라 홍수가 발생했을 때 그 피해가 클 수 있는 지역들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지자체의 대응 역량도 중요할 수 있겠죠.
구체적으로 보면 서울 중랑구, 노원구, 서대문구, 구로구, 동작구가 눈에 띄었고요. 인천 동구, 부평구 그리고 경기도 안양시, 김포시, 수원시, 부산에서는 중구, 진구, 동래구, 연제구 등이 꼽혔습니다. 인구 밀도도 높고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지 살펴봐야 할 것 같아요. 주민분들과 지자체 행정가들이 참고해야 할 결과로 보입니다.

◆ 홍종호> 실제 서울에서도 지난 수년 동안 취약 지역의 반지하 같은 곳에서 피해가 있었습니다. 강남 지역도 비 많이 오면 물에 잠겼잖아요. 결국 인구 밀도가 높고 콘크리트 지역이 많으니까 불투수층 면적이 크고 이런 것들이 위험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천 주변으로 건물, 시설이 많은 것도 재산 피해가 날 수 있다는 얘기죠.
◇ 최서윤> 맞습니다. 대도시가 홍수 피해에 취약한 것을 그냥 직관적으로 보는 게 아니라 수치로 위험도를 평가한 게 이번 분석의 큰 성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원래 홍수 위험을 예측할 때는 계층화 분석법이라는 걸 사용한대요. 전문가들한테 설문조사를 해서 어떤 요소가 홍수 위험 요소인지 따져서 가중치를 두고 결정하는 방법이라고 해요. 전문가들의 주관적 판단에 의존도가 있는 연구법이라 예측 결과에 신뢰도를 수치로 표현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는데, 이번에 AI로 극복했다는 게 연구의 성과로 꼽힙니다.
◆ 홍종호> 사실 저도 몇 년 전에 학생과 함께 연구한 적이 있어요. 저는 AI를 쓴 건 아니고 경제학 모형을 썼는데 그때 예측에서는 강수량도 당연히 중요하고요.
지역에서의 재정 자립도가 중요한 변수더라고요. 오히려 비는 조금 적게 와도 재정 자립도가 낮은 광역 시도에서는 지자체가 미리 대비를 못 하니까 피해 액수가 커지더라고요. 이 연구에서는 어쨌든 인공지능을 활용했는데 어떻게 실제로 인공지능을 적용한 건가요?
◇ 최서윤> 이번 지도는 포스텍 환경공학부 감종훈 교수와 경북대 건설방재공학과 정영훈 교수의 공동 연구로 진행됐는데요. 2002년부터 2021년까지 최근 20년간 행정안전부가 기록한 전국 시군구별 홍수 피해 데이터를 분석했다고 합니다. 홍수 관련 데이터를 먼저 경북대에서 취합해서 만들어 주고 그다음에 경제적 피해액을 모델로 개발한 거라고 합니다. 과거에 피해액을 산정한 내역을 바탕으로 홍수 피해 대비 지도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아까 제가 지역을 조금 나열해 드렸지만, 홍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가장 큰 대표적인 지역 중 하나로 서울 강남구, 송파구가 있는데 빠졌잖아요. 이게 피해액으로 산정했을 때는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고 추측해 봤어요.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홍수 위험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 4가지를 집어넣습니다. 위해성, 노출성, 취약성, 대응력이에요. 위해성은 비가 얼마나 많이 오는지, 노출성은 위험에 노출된 인구와 시설, 인프라 환경이겠죠. 취약성은 피해를 입기 쉬운 정도, 대응력은 얼마나 잘 대처할 수 있는지를 뜻합니다. 이렇게 세분화한 것을 엑스지부스트(XGboost)와 랜덤포레스트(Random Forest) 2개 AI 모델에 학습시켜서 각각의 지도를 만들고 여기서 겹치는 부분을 찾아내는 방법을 썼다고 합니다. 기상 분야와 방재 분야 자료를 함께 분석해서 AI 모델에 집어넣고 위험도를 분석했다고 해요.

◇ 최서윤> 논문 제1저자이자 통합과정생으로 참여한 이은미 씨가 언론 인터뷰에서 "AI를 활용해 환경 변화와 실제 피해 데이터를 정밀하게 분석했다"라고 설명하더라고요. 연구팀이 두 모델이 공통으로 위험하다고 평가한 지역을 방재 정책 우선순위에 둬서 한정된 예산으로 효과적인 홍수 대책을 세우면 도움이 될 거라고 조언했습니다.
특히 경북대 정영훈 교수는 이번 연구에 대해서 "미래 지역 맞춤형 홍수 및 침수 범람 대책에 중요한 연구 자료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고요. 포스텍 감종훈 교수는 "여전히 전문가 의견은 중요한 의미가 있고, 이걸 취합해서 계획을 세워 나가면 좋지 않을까"라고 이야기했는데요. 올여름에도 사실 강수량이 굉장히 높을 것으로 예상이 되고 있고 그래서 홍수 대책을 지자체에서 미리 세우고 있을 텐데 참고할 만한 조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 홍종호> 최근에 대선 과정에서도 앞으로 AI 산업 키우겠다는 얘기를 대선 후보들이 많이 했는데, 이렇게 분야별로 필요한 맞춤형 AI 활용 능력을 개발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고 좋은 사례 같아요.
◇ 최서윤> 맞아요. 기상 분야에서 실무적으로도 계속 인공지능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거든요. 이 얘기도 조금 덧붙여서 말씀드려 볼게요. 지난주에 환경부가 '홍수 피해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했어요. 여기에서 제가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꼽은 게 인공지능이었습니다. AI를 활용해서 댐을 방류할지 말지 결정하는 운영 체계를 확립한다는 거예요.

◇ 최서윤> 지금 전국 국가하천에 한 2,700여 개의 CCTV가 설치돼 있는데 이 중에서 천 개 이상을 AI CCTV로 바꾸기로 했습니다. 국가하천 쪽에 CCTV가 설치돼 있고 어딘가 상황실이 있잖아요. CCTV가 수백 개가 나열돼 있으면 지금은 이걸 사람이 보는 거래요. 교대 근무를 한다고 해도 한 사람이 계속 많은 CCTV 화면을 보면서 찾아내야 하다 보니까 한계가 있을 수 있거든요.
여기에 AI를 도입해서 AI가 하천 주변에 사람, 차량 같은 위험 요소를 자동으로 인식하고 나중에는 조치도 할 수 있는 기술까지 나아가겠죠. 화면을 보시면 사람과 차량은 개인정보 보호로 모자이크됩니다. AI가 침수 위험 지역으로 접근하는 차량이나 사람을 포착하는 순간에 지방자치단체 담당자한테 자동으로 문자 메시지를 전송하게 됩니다.
이게 되게 필요할 것 같은 게요. 몇 년 전에 순식간에 중랑천이 범람하면서 동부간선도로에 진입한 차량이 침수 피해를 입고 사망 사고가 나는 일이 있었어요. 그런 것들을 순식간에 막을 수 있는, AI로 피해 정도나 규모를 예측하고 바로 운전자들에게 알려서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 홍종호> 충청도에서도 물이 지하차도로 들어가서 차 안에 갇혀서 피해를 본 일도 생겼잖아요. 이럴 때는 정말 기술이 상당히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 최서윤> 바로 문자 오고 네이버나 카카오톡으로 알림을 받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 홍종호> 어느 지역을 가지 마라, 위험하다는 알림 같은 거죠.
◇ 최서윤>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단순히 날씨뿐만 아니라, 어떤 지역에 사람들이 얼마나 있는지, 시설은 어느 정도인지, 지형은 어떤지 같은 비기상학적 정보까지 파악이 가능해지는 겁니다. 그럼 기상 분야에서 실무 범위가 확대된다고 볼 수 있어요. 기존 기상 모델 데이터에서 새로운 정보를 뽑아내거나 예측을 개선할 수도 있고요.
사실 아직 기상 모델 관련해 신뢰도가 높지 않지만, 예측이 제일 어려운 부분이잖아요. 이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중에는 데이터들을 후처리해서 특정 풍력 터빈이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생산할지 예측하는 것도 가능해질 거라고 해요. 무엇보다 작업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에 지금 인공지능 기술이 기상 예보 분야에 활용되고 있고요. 앞으로도 계속 활용될 방식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게 고도화될수록 오늘 아침 우산을 챙길지 말지를 넘어서, 홍수나 태풍이 발생했을 때 내가 사고를 당하지 않고 살아남을 확률까지 계산해 준다고 해요. 산업 중에서도 날씨나 기후 영향을 받는 분야에서 경제적 손실을 줄일 수도 있고요. 쓰임이 무궁무진합니다. 태양광, 풍력 재생에너지 발전 계획을 세우는 데에도 당연히 도움이 될 거고요. 생태계뿐 아니라, 온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기상 분야 AI 기술의 개발 속도를 높이는 것은 의미 있을 것 같습니다.
◆ 홍종호> 맞습니다. 재생에너지는 결국 바람이나 햇빛에 의존하기 때문에 앞으로 5분, 10분, 15분 뒤에 어떻게 될지가 전력 공급에 영향을 미치고요. 그렇다면 이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앞으로 전력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가져가는 데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겠죠.

◆ 홍종호> 작년이었나요? 스톰캐스트, NVIDIA, 구글의 그래프캐스트 같은 기상 AI 모델들을 소개해 드렸는데, 이런 기술들이 우리나라에서도 연구를 통해 실제 단초가 나타나는 것 같아서 보람을 느끼는데요. 실제로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분야에 인공지능이 활용되는 걸 보면 굉장히 많은 진전이 있는 거죠?
◇ 최서윤> 네. 그때 허리케인 경로를 기상청 모델보다 구글이 더 정확하게 예측했다는 소식 전해드렸었죠. 그때 마이크로소프트의 오로라라는 모델도 같이 다뤘는데요. 오로라가 최근 엄청난 성과를 발표했어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연구팀이 오로라에 100만 시간 분량의 지구물리학 데이터를 학습시킨 결과, 대기 오염과 날씨 예측, 그리고 사이클론 경로 예측 과제에 있어서 모든 예보 모델보다 정확한 예측 결과가 나왔다는 발표가 있었습니다. 무려 한두 달 정도의 훈련만으로 가능했다고 해요. 기존 슈퍼컴퓨터는 개발 과정이 수년씩 들어가고 고성능 컴퓨팅 자원도 필요한데,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기존 방법에 비해 자원을 수십 배 아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보통 날씨 예측은 10일 안팎으로 가능하고요. 2주 정도가 한계입니다. 브라질 나비의 날갯짓이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일으킬지도 모른다는 나비효과 이론 때문에 길게 예측할 수 없는 한계가 있었는데요. 인공지능 기술이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겁니다. 최근 미국 워싱턴 대학교에서 예측한 바에 따르면 무려 33일까지 날씨 예측이 가능하다고 해요.
◆ 홍종호> 한번 기다려 봅시다. 정말 정확한지.
◇ 최서윤> 기존 기상 모델은 열대 지방 강우량 예측에 있어서 정확도가 좀 낮았거든요. 기술이 미국, 유럽 중심이다 보니 아무래도 열대 지방에 몰려 있는 개도국 기상 예측은 뒤처져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AI 기술이 개발되면 개도국 날씨 예측과 관련해 양질의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희망 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어요.
또 지금 홍콩 천문대에서 인공지능 기법 활용해서 강우량 예측 시스템을 개선하는 시험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스웨덴의 스타트업 이그니티아(Ignitia)는 이미 AI 기법을 활용해 개발도상국 농부들에게 초정밀 강우량 예측을 제공하고 있다고 하는데, 상용화되면 기후 변화에 대응해 농작물 작황을 개선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홍종호> 과거에 자연대에 계신 교수님들과 협력해 연구할 때는 AI 기술이 아닌, 지금 생각해 보면 전통적인 연구 방법이었죠. 많은 데이터를 모아 통계적인 기법을 활용해 미래를 예측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제가 속한 학과에서도 기후 AI를 전문으로 하시는 교수를 새로 초빙했어요. 정말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다는 걸 느끼고, 우리나라도 여기서 뒤처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되네요. 여기까지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