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뇌구조', 3가지 칩을 통해 이해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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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대통령이 새로 그릴 대한민국, 그의 생각 조각 맞춰보니

이재명 제21대 신임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취임선서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이재명 제21대 신임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취임선서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정치는 정해져 있는 것을 하는 게 아니다. 정해져 있는 걸 하는 것은 행정이다. 정치는 행정과는 달리 없는 길을 새로 만드는 것이다. 절망 속에서 희망을 만들어내 비전을 제시하고, 사람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게 정치이고, 정치인이 해야 할 일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선거 나흘 전 JTBC '장르만 여의도'에 출연해 '정치'에 대해 이렇게 정의했다. 그 '정치'를 이제 대통령이 됐으니 '진짜' 해야 하는 때가 됐다. 그렇다면 그는 어떤 '새로운 길'을 만들어갈까?

그의 구상은 대선 출마 전후 각종 인터뷰, 연설, 글에 오롯이 담겨있다. 그 가운데 그 스스로 심혈을 기울여 썼다는 올해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2월 10일), 최신 신간(결국 국민이 합니다), 각종 방송 대담에 나온 그의 생각 편린을 끼워 맞추면 앞으로 5년간 그려질 대한민국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인다. 여기에 대선 공약까지 더하면 그 윤곽은 더욱 또렷해진다.
 
우선 이 대통령의 뇌는 '회복', '성장', '행복'이라는 세 칩으로 돌아간다. 집요한 실행 의지는 전원, 지독한 현실감은 운영체제 역할을 한다.
 

회복: 민주주의 재부팅

그의 머릿속 1번 파일은 '내란극복'이다. 과거 회고적 언어가 아닌 현실 투쟁적 용어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에 아직 내란 잔당이 준동중이라고 본다. 권위주의와 싸움은 현재진행형인 것이다. 따라서 대통령의 계엄권 제한, 검찰·사법 개혁, 공영방송 정상화, 경찰국 폐지 같은 개혁 과제들이 우선 순위다. 이 대통령은 이를 '민주주의 회복'이라 부른다. 단순한 제도 개혁이 아니다.
 
이를 뒷받침할 실천 기제로는 인공지능 기반 국민권익 플랫폼 구축, 국민통합위원회의 실질화, 참여적 의사결정의 제도기반 구축 등이 꼽힌다. 대통령 권한의 축소가 아니라, 책임의 확장이다.

성장: 반(反)신자유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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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은 좌파인가? 이 질문은 이제 무의미하다. 이 대통령의 경제 청사진은 진보·보수를 구분하지 않는 '실사구시 기술국가론'에 가깝다. 그가 내세운 '진짜성장론'은 과거식 고도성장도, 불균형 시장주의도 아니다. 국가가 방향을 제시하고 민간이 따라올 수 있게 기반을 정비하는 모델이다.
 
핵심 키워드는 AI, 벤처, 기후, 균형발전이다. "AI 대전환을 통해 AI 3강으로 도약하겠다", "세계 최강의 AI 인프라를 구축하겠다", "AI 거버넌스를 정립하겠다"는 선언은 정부의 존재이유, 산업정책의 복원을 의미한다.
 
또한 "벤처스타트업을 지역의 성장엔진으로 육성하겠다", "딥테크·핀테크 등 유니콘 기업을 적극 육성하겠다", "청년 창업기업에 법인세·소득세 부담을 경감하겠다"는 약속은 기술주도형 경제의 밑그림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경제를 경제로만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대통령은 성장정책 속에 사회정책, 과학기술, 민주주의를 교직한다. "햇빛소득마을 조성, 농가 태양광 설치 지원을 통한 햇빛연금 지급"은 단순한 에너지 전환이 아니라 농촌소득과 기후위기, 균형발전의 접점이다.
 

행복: 복지국가의 재구성


'행복'은 그의 정책 목표 중 가장 따뜻하면서도 구체적이다. "모든 국민의 기본적인 삶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다짐은 생애 전주기 복지국가 비전이다.
 
"최후의 생활안전망을 강화하여 빈곤층 제로 사회를 만들겠다", "공적연금 신뢰를 회복하겠다", "국가가 책임지는 공공의료체계를 확립하겠다"는 약속들엔 소득·건강·주거의 포괄적 접근이 깔려 있다.
 
한부모 가족, 문화예술인, 농업인, 군 장병 등 정책 사각지대에 대한 세심한 배려 역시 눈에 띈다. 이 대통령에게 복지는 시혜가 아니라 정의 구현이자 국민의 삶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성장 전략이다.
 

이재명식 정치: 속도+성과+혁신

이재명 제21대 대한민국 대통령 내외가 영접 나온 우원식 국회의장과 함께 4일 취임 행사가 열리는 국회 본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윤창원 기자이재명 제21대 대한민국 대통령 내외가 영접 나온 우원식 국회의장과 함께 4일 취임 행사가 열리는 국회 본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윤창원 기자
이 대통령의 정치 엔진에는 야성과 기민함이 탑재돼 있다. 정치 엘리트가 아닌 행정가 출신답게 그는 속도, 성과, 현장에 집착한다.
 
의사결정 과정을 빠르게 조정하고, 성과를 국민이 체감하도록 지표화하며, 기술을 활용한 행정 혁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의 뇌는 실용과 균형으로 짜여있다. '회복'은 제도, '성장'은 산업, '행복'은 사람이다. 각 영역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고, 중심에는 국민의 삶이 놓여 있다. 강한 추진력, 정무적 감각, 기술에 대한 이해, 형평성에 대한 집착이 혼재된 그의 국정운영은 단선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많다.
 
이 대통령 그리는 대한민국은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회, 성장과 복지가 충돌하지 않는 구조, 갈등을 드러내고 공론화하는 체제로 요약이 가능하다. 과연 그의 뇌 구조가 대한민국의 구조를 어떻게 바꿔낼지 이제 진짜 '이재명의 시간'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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