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일성으로 경제 성장을 내세우며 새 정부를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로 천명한 가운데 경제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경기지사때 주요 기업인과 꾸준히 소통해왔고 대선 기간에도 국내 주요 기업 사업장을 수시로 찾으며 접촉면을 넓혀왔는데 주요 국정 과제 선정과 인선 등을 마무리하는 대로 경제계와 소통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용과 손잡고, 정의선과 드라이브, 최태원과 차담회
이재명 대통령은 경기지사때부터 민주당 대선 후보때까지 꾸준히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과 SK그룹 최태원 회장,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들과 긴밀한 소통을 이어오며 재계와 접촉면을 넓혀왔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때인 지난 3월 20일엔 삼성전자가 운영하는청년 소프트웨어 교육기관(SSAFY)를 찾아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과 회동했다.
1층 로비에서 기다리다 이 대통령이 도착하자 두 손을 잡으며 인사를 건넨 이 회장은 "대한민국의 진짜 미래인 청년들의 미래를 위해 투자한다는 믿음으로 지금까지 SSAFY를 꾸려 왔다"고 환대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기업이 잘 돼야 나라가 잘되고, 삼성이 잘 살아야 삼성에 투자한 사람들도 잘 산다. 삼성이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잘해주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겸하고 있는 SK그룹 최태원 회장과도 여러차례 만났다. 지난달 8일 경제5단체장 간담회에서 최 회장은 일본과의 경제 연대 필요성을 제언했는데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이 "어쩌면 그렇게 저하고 생각이 똑같냐"며 격하게 공감을 표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경제를 살리는건 기업"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SK그룹이 주최한 'SK AI 서밋'에서 최 회장과 차담회도 가졌다.
이 대통령과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의 '드라이브 회동'도 재계에선 잘 알려진 일화다. 이 대통령은 경기도지사 시절이던 2021년 5월 경기 화성시 현대차·기아 기술연구소를 방문했고, 당시 이 대통령과 정 회장은 수소 버스와 자율주행차에 차례로 탑승했다. 그러다가 돌연 두 사람만 수소전기트럭에 올랐다. 예정에 없었던 즉석 시승으로 정 회장이 직접 트럭 운전대를 잡았고, 두 사람은 예정보다 1시간 길게 대화를 이어갔다는 후문이다.
취임 50일만에 경제인 마주한 文…李대통령은 언제 만날까
연합뉴스경제계에선 이재명 대통령이 조각 등이 마무리되는 대로 이 대통령이 경제계와 접촉면을 넓히며 광폭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윤석열 전 대통령은 사상 최초로 취임식 만찬에 이재용 회장과 정의선 회장, 최태원 회장 등 주요 재계 인사들을 초청했고, 문재인 전 대통령은 취임후 50일째 방미(訪美) 순방길에 나서며 주요 그룹 회장들을 처음 만났었다.
경제계에선 이 대통령이 대통령 궐위에 따른 대선으로 선출된 만큼 윤 전 대통령처럼 취임 당일까진 아니더라도 문 전 대통령보다는 빠르게 기업인과의 회동을 진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은 헌법가치 훼손과 정경유착 등으로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집권했기 때문에 경제계와 소통을 하는데는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며 "이재명 대통령은 경기지사때부터 경제계와 긴밀하게 소통해 왔고, 경제 성장을 우선 과제로 제시했기 때문에 경제계 내부에선 그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재명정부 출범 직후 여당이 재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에 대해선 당혹감이 감지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 대통령 취임 다음날인 5일 상법 개정안을 재발의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사의 충실의무를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 처리를 공약했는데 민주당은 상법 개정안을 이재명 대통령의 '1호 경제 법안'으로 삼겠다고 했다.
그동안 재계는 상법 개정안이 이사에 대한 소송 남발과 행동주의펀드의 경영권 위협 등을 초래할 수 있다며 완강하게 반대해왔는데 새 정부 출범 하루 만에 여당이 법 시행 유예 기간도 두지 않고 상법 개정안을 바로 재발의한 것을 두고 당황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상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경영 리스크가 늘어나는건 명약관화하다"면서도 "상법 개정안은 이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 논란 이후 여론이 상법 개정 쪽으로 기울어 버려서 (법안 통과를) 막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