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스
미국이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에 대해 내놓은 입장문에서 이례적으로 '중국의 개입'을 언급해 파장이 커지고 있다. 새 정부에게 중국과 거리를 두라는 경고를 담은 것으로 풀이되는데, 이재명 정부의 실용외교가 시작부터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미국 백악관은 3일(현지시간) 이 대통령 당선에 대해 "미국과 한국의 동맹은 여전히 철통같다"면서도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치렀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을 우려하고 있고 이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냈다.
 
백악관은 중국의 개입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동맹국의 선거결과에 대해 타국을 언급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비슷한 시간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한미일 3국의 협력을 계속해서 심화할 것"이라는 내용의 입장문과도 결이 다르다.
 
백악관의 이례적인 입장은 심화하는 미중 패권경쟁 속에서 한국 정부에 중국과의 거리두기를 하라는 경고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한미동맹을 강조하면서도 중국과도 관계개선을 시사하는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를 표방했는데 이에 불만을 보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미국 정부가 중국과의 관계설정과 관련해 동맹국들에게 보내는 압박은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지난달 3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샹그릴라 대화 연설에서 "여러 국가가 중국과의 경제협력과 미국과의 방위협력을 동시에 추구하려는 유혹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동맹국들이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과 보폭을 맞추는 이른바 '안미경중(安美經中)'에 대한 분명한 경고다.
 
미국이 새 정부에 중국에 대한 압박 동참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재명 정부의 실용외교도 시작과 동시에 시험대에 오른 모습이다. 미국이 대만문제를 내세우며 '안보'를 고리로 협력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외교적 운신의 폭이 넓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손열 동아시아연구원(EAI) 원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한미동맹에서 대(對)중국문제는 유사시에도 한반도에서의 대북억지가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대전제"라며 "지역의 안보 질서 안정을 위해 한국도 공헌한다는 기존 입장을 분명히 하되 주한미군의 대만 투입이나 한국의 지원 같은 구체적인 이야기를 먼저 할 필요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