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조기대선에서 패배한 국민의힘 김문수 전 대선 후보가 패배의 첫 이유로 "당내 민주주의가 무너졌다"며 대선 참패의 책임을 통감하고 사과했다.
김 전 후보는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식을 보며 역사적인 죄를 지었다고 생각했다"며 큰절을 올려 사죄의 뜻을 전했다.
그는 패배의 가장 큰 원인으로 '당내 민주주의 붕괴'를 꼽았다. 그는 "이 시대에 계엄이 왜 필요했는지, 그것이 무슨 결과를 가져왔는지 판명 났다"며 "우리 당이 계엄을 선포한 윤 전 대통령을 뽑았고, 대통령의 뜻이 일방적으로 관철된 데 대해 깊은 자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치는 목표도 중요하지만 수단은 더 중요하다"며 "전혀 적절치 않은 수단이 쓰이는 것을 말릴 수 없었던 점, 이를 내부에서 제어하지 못한 것이 큰 문제"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김문수 전 대선 후보가 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그러면서 당내 의사결정 구조의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공직 후보자나 당대표를 뽑는 방식이 민주주의 원칙에서 벗어나 있었다. 삼척동자가 봐도 말이 안 되는 방식"이라며 "깊은 성찰과 개혁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의 초대 인사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그는 "이종석 같은 사람이 국정원장"이라며 "북한에 내재적 접근 방식을 (가진) 이런 사람이 국정원장을 하는 게 맞느냐"며 의구심을 표했다.
민주당 김민석 의원이 초대 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것에 대해서도 "이 사람들이 과연 대한민국을 통합으로 가져갈 것인가. 굉장히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날 해단식에서는 당내 쇄신과 민주주의의 회복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번 대선은 처음부터 힘든 싸움이었다"며 "비상계엄과 대통령 파면으로 국민 신뢰를 잃은 사태에서 선거 레이스가 시작됐고, 후보를 뽑는 과정에서도 국민의 눈에는 권력 싸움처럼 보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헌법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로서 무너진 민주주의의 균형을 다시 세우는 건전한 견제 세력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국민 전체를 아우르는 대중정당으로, 미래를 말하는 합리적 보수로 환골탈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선 패인을 놓고는 당내 계파간 충돌도 표면화됐다. 친한(친한동훈)계로 분류되는 조경태 공동선대위원장은 "결정적인 것은 보수의 분열이다"며 "이준석 후보가 (과거 당에서) 쫓겨나지 않았으면 이런 어려운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름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민주주의를 얘기하는 건 잘못"이라며 "의총장에서 자기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로 발언을 멈추게 하는 반민주적 모습들이 보수 분열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이에 대해 친윤(친윤석열)계인 권성동 공동선대위원장은 "적을 향해 싸워야 하는데 내부를 향해 싸우는 모습은 절대적으로 사라져야 한다"며 친한계를 겨냥했다.
그는 "말로만 '분열, 분열' 하지 말고, 정말 어렵고 힘들 땐 민주당을 배워야 한다"며 "이재명 후보가 도덕적 결함, 법적 리스크가 많은데도 후보로 당선시키기 위해 잡음 하나 없이 뛰는 모습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한동훈 전 대표가 경선 패배 이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지 않고 선거 초반 지원유세에 소극적이었던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해단식 이후 기자들과 만나 당 지도부 총사퇴 주장과 관련해서는 "의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지혜를 모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전 대선 후보가 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발언 도중 절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