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에서 대통령까지…파란만장 이재명 일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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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공, 시장, 도지사, 민주당 대표에 대통령까지

'참혹'한 어린 시절…고학하며 사법고시 합격
盧 만나고, 5·18 진실 알며 인권변호사 활동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거치며 '기본사회' 준비
주특기 '사이다', 체급 키웠지만 발목도 잡아
체포동의안 가결로 위기…피습으로 '죽을 뻔'하기도
12·3 당일 '유튜브 방송'으로 시민 독려해 軍 저지
'사법 리스크'는 현재진행형…'방탄 입법' 등 논란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서 6.3 대선 피날레 유세를 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서 6.3 대선 피날레 유세를 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21대 대통령 선거 당선을 확정지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자타공인 '흙수저' 출신의 입지전적 인물이다. 특정 유력 정치인과의 인연을 발판 삼지 않은 채 두 차례 당 대표가 되었고, 여러 정치적 위기는 물론 생명의 위협까지 겪었음에도 3번째 도전 끝에 대권까지 거머쥐었다.
 

소년공의 '참혹한 어린 시절'…인권변호사 활동하며 정치 입문

1978년 야구 글러브 공장인 '대양실업' 소년공 시절의 이재명 후보의 모습. 이재명 후보 측 제공1978년 야구 글러브 공장인 '대양실업' 소년공 시절의 이재명 후보의 모습. 이재명 후보 측 제공
이 후보의 어린 시절은 '참혹'이라는 말로 요약된다. 그는 최근 펴낸 자서전 '결국 국민이 합니다'에서 어린 시절을 기록한 대목의 첫 부분을 "나의 어린 시절은 참혹했다. 다른 아이들이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 나는 내내 소년공이었다. 그래서 교복을 입어보지 못했다"고 썼다.
 
공장에서 일하던 도중 팔이 기계에 끼어 장애를 얻기도 했고, 약품을 다루다가 후각을 잃기도 했다. 그럼에도 고학(苦學)을 하며 검정고시를 거쳐 중앙대학교 법과대학에 입학했고, 1986년에는 사법고시까지 통과했다.
 
이듬해 사법연수원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만나면서 이 후보의 인생은 전환점을 맞게 됐다. 그는 노무현 변호사의 강연을 듣고 인권변호사로서의 꿈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의 진상이 알려진 것도 영향을 끼쳤는데, 이 후보는 유세에서 "광주 학살의 참상이 '판검사가 되어서 잘 먹고 잘 살면서 떵떵거려야지' 했던 저 이재명 같은 사람의 생각을 고쳐먹게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성남시에서 시민운동가 생활을 시작한 이 후보는 성남시립병원 설립 운동 당시 특수공무집행방해 전과를 얻을 정도로 과격했다. 이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에서도 활동하는 등 인권변호사 활동에도 나섰던 그는 2005년 8월 열린우리당에 입당하며 현실 정치에 입문했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는 성남시장 후보로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4년 동안 절치부심한 이 후보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 성남시장에 당선됐다.
 
정치권 '비주류'에 '무명'이었던 그는 성남에서 시정을 이끌면서 인지도가 높아졌다. 2010년 7월 악화된 성남시의 재정을 복구하기 위해 당시로서는 지자체장으로서 매우 생소했던 '모라토리엄'(채무지불유예)을 선언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이후 3년 6개월만에 모라토리엄을 청산하고 청년배당·무상 산후조리·무상교복 지원까지 '3대 무상복지' 사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나중에 본인이 내세우게 되는 '기본사회'에 대한 시도를 이 때부터 했던 셈이다.
 

주특기 '사이다', 장점이자 단점으로 작용…윤석열에 0.73%p 석패

지난 2022년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 마련된 제20대 대통령선거 패배 승복 기자회견장에 들어서는 모습. 윤창원 기자지난 2022년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 마련된 제20대 대통령선거 패배 승복 기자회견장에 들어서는 모습. 윤창원 기자
성남시장 재직 중이던 2016년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이 발생하자, 이 후보는 광화문 광장에 모인 시민들 사이에 나가 민주당 정치인으로서는 최초로 '정권 퇴진'을 주장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정권 퇴진 집회가 계속되면서는 이른바 '사이다' 발언으로 인지도와 지지세를 얻기도 했다.
 
이를 발판으로 2017년 조기 대선에 출마했지만, 당시 '대세'를 형성하고 있던 문재인 후보와 안희정 충남도지사에게 밀려 민주당 경선에서 3위에 그쳤다.
 
특히 이 과정은 이 후보에게 뼈아픈 일로 남았다. 비주류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네거티브에 나섰는데, 이로 인해 친문(친문재인)계와 갈등을 빚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행보는 5년 뒤 2022년 대선에서 그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게 석패하게 되는 원인 가운데 하나로 작용한다.

이후엔 경기도정을 통해 행정 효용성을 입증하는데 주력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에 당선된 이 후보는 계곡·하천 불법시설 철거, 닥터헬기 도입 등 민생 분야에서 여러 성과를 올리면서 유명세를 탔다.
 
2021년 10월 열린 20대 대선 경선에서는 50.29%의 득표율로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를 꺾고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대장동 개발 관련 의혹 등 여러 논란으로 인한 '비호감' 이미지가 컸고, 여전히 남아 있던 친문계와의 갈등 등이 발목을 잡으면서 윤석열 후보에게 0.73%p 차이로 석패했다.
 

정치·생명에 위기도 잇따라…'비명횡사' 공천에, '사법 리스크'도

지난 4월 29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성남FC 뇌물'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지난 4월 29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성남FC 뇌물'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대선 패배 이후 이 후보에겐 위기가 연달아 몰려왔다.

민주당은 대선 3개월 뒤 열린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그런 상황에서 이 후보 본인이 지방선거와 함께 열린 인천 계양구 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되면서, '홀로 살아남은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다만 이를 발판으로 그 해 8월 열린 전국당원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되면서 당권을 거머쥐었다.
 
이듬해인 2023년, 검찰은 이재명 대표에 대해 대장동 개발 사업과 성남FC 후원금 관련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체포동의안은 부결됐지만 같은 해 9월 검찰은 백현동 용도변경 사건, 위증교사 혐의 등을 적용해 두 번째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번에는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면서 이 대표는 구속 기로에 놓였다.
 
당시 윤석열 정권의 폭거에 저항하겠다며 단식투쟁을 진행하던 이 대표는 지팡이를 짚은 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고,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가까스로 위기를 면했다.
 
2024년 1월엔 부산을 찾았다가 흉기에 목을 찔리는 피습을 당했다. 칼날이 경동맥이 아닌 경정맥을 향하면서 가까스로 죽을 고비를 넘겼다. 이후에 이 대표는 독해졌다.

지난해 22대 총선 당시 민주당 공천은 이른바 '친명횡재 비명횡사' 논란을 빚었다. 친명(친이재명)계가 대거 공천장을 받았고 다른 계파 상당수가 낙천했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은 이른바 '이재명 일극 체제'라고 불렸고, 지나친 독선으로 국민들의 반감을 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하지만 총선에서 민주당 단독으로 171석을 얻으면서 이를 일축했다. 이 후보는 같은 해 8월 열린 전국당원대회에서 당 대표 재선에 도전했고, 85.4%라는 사상 최고 득표율로 당선됐다. 다만 당시 '사법 리스크'가 적지 않았기에, 당 대표직을 '방탄'으로 활용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그의 사법 리스크는 현재진행형이다. 지난해 위증교사 혐의 1심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가장 큰 관심사이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지난해 1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았지만, 지난 3월 2심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대법원이 지난달 1일 유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하면서 리스크가 재점화됐다. 직후 민주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대통령 당선 시 형사재판을 중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행정안전위원회에서는 허위사실 공표 구성 요건을 완화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헌법 84조의 '대통령 불소추 특권'을 확실히 하기 위한 조치라고 하지만, '방탄 입법'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12·3 내란 사태, '유튜브 방송'으로 계엄군 막아…대권 지지율 줄곧 1위

지난해 12월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참석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지난해 12월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참석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지난해 말 윤석열 대통령이 12·3 내란 사태를 일으키면서, '체포 대상' 1순위였던 이 후보의 행보도 주목을 받게 됐다.
 
그는 아내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집에서 국회로 향하는 길에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켜, 시민들에게 국회로 와 달라고 부탁했다. 당 소속 의원들에게도 계엄 해제 요구안 가결을 위해 국회로 올 것을 지시했다.

오래지 않아 국회 앞에 시민들이 모여들어 계엄군과 대치했고, 결과적으로 군 병력이 국회 본회의장으로 진입하는 데 실패하면서 2시간여만에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됐다.
 
직후 민주당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당론으로 결정했고, 12월 14일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일부가 돌아서면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4월 4일 헌법재판소는 윤 전 대통령의 탄핵을 만장일치로 인용했고, 직후 이 후보는 본격적인 대선 재도전 가도에 나섰다.
 
4월 27일 치러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이 후보는 89.77%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가운데 본선 후보로 선출됐다. 이후 '중도보수' 노선을 표방하고 '내란 종식'과 '국민 통합'을 외치며, 여론조사에서 줄곧 지지율 1위를 유지한 끝에 대권을 거머쥐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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