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 마포구 SBS프리즘타워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토론회에서 각 정당 대선 후보들이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의힘 김문수, 민주노동당 권영국, 개혁신당 이준석,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국회사진취재단6·3 조기 대선을 앞두고 주요 후보들의 첫 TV토론회가 '경제'를 주제로 열렸지만, 정책이나 비전에 대한 토론보다는 '네거티브'만 난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부분 상대의 주장을 존중·배려하거나 수용하기는커녕 왜곡하고 깎아내리는데 급급했고, 본인 주장만 끝까지 고집하는 태도를 보였다.
권영국 "尹비호한 김문수는 자격 없다"
18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오후 8시부터 중앙선거방송 토론위원회가 주관하는 제21대 대선 TV토론회에 참여했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국회 5석 이상 정당 추천 △직전 선거 3% 이상 득표 정당 추천 △언론기관이 실시한 여론조사 평균 지지율 5% 이상 후보들이 초청됐다.
먼저 윤석열 정부에서 고용노동부 장관을 역임했던 김 후보에 대한 집중 공세가 이어졌다. 우리 경제가 침체에 빠지는데 김 후보 책임도 크다는 취지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후보가 18일 서울 마포구 SBS프리즘타워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토론회에서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권 후보는 김 후보에게 "윤석열씨가 내란 우두머리라는 사실을 인정하나. 헌정질서를 파괴하고 군을 동원한 내란 기도와 그 책임을 인정하나. 그 계엄으로 이 나라의 경제에 비수를 꽂았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관광과 투자 등 모든 흐름이 끊어졌다는 사실을 인정하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윤 정부 노동부장관이었는데, 그런 분이 윤석열을 감싸며 대선에 나왔다. 탈당하라고 말도 못하고 뜻대로 하라며 조아렸다. 그 대가로 윤석열의 지지 선언을 받으니 기쁜가. 이쯤 되면 내란수괴 윤석열의 대리인"이라며 "윤석열 때문에 치러지는 선거인데, 무슨 자격으로 여기 나오셨나. 국민 앞에 석고대죄 하고 사퇴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몰아세웠다.
그러자 김 후보는 "말씀이 좀 과하다. 윤 전 대통령의 계엄은 잘못됐고 제가 알았다면 당연히 말렸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내란이란 것은 현재 지금 재판이 진행 중이고, 그런 부분에 대해선 여러 가지 판단이 많이 남아 있다. 계엄으로 인해 소상공인들의 경제가 어려워진 건 사실이지만, 헌법재판소에서도 내란죄는 빠졌다"고 반박했다.
"토론회 주제와 맞지 않다" 제지도
토론회의 주제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자 권 후보는 "경제 얘기를 해야 하는데 이 아까운 시간에 이 말씀을 드리는 것은 (김 후보는) 민주 헌정 질서를 유린했던 정당에서 나왔고, (그 정부의) 노동부장관이었다. 윤석열씨를 비호했던 사람"이라며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국민 여러분께서 퇴출시켜달라"고 언급한 뒤 발언을 마무리했다.
이에 이재명 후보도 "권 후보의 마음은 내란 때문에 경제가 이렇게 나빠졌으니 책임을 명백히 해야 해결이 되지 않겠나 하는 것이다. 저도 거기에 공감이 된다"며 "정말 시장 골목과 서민들이 너무 어려워졌다. 특히 자영업자는 완전히 무너졌다. 매출도 오르지 않을 뿐만 아니라 물가도 올라 평년보다 10만명 이상이 문을 닫았다고 한다"고 김 후보에 대한 비판에 가세했다.
이 후보는 이어 김 후보에게 "지금 대한민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윤석열 정권의 주무장관으로서 책임감과 죄송함을 느끼지 않나"고 따져 묻기도 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8일 서울 마포구 SBS프리즘타워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국회사진취재단해당 발언에 김 후보는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도 "이재명 후보의 책임도 매우 크다. 이재명 후보는 우리가 뭘 하려고 하면 전부 반대했다"고 응수했다. 또 민주당의 국무위원 줄탄핵을 언급하며 정부가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도록 방해했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이준석 "호텔경제학은 괴짜" vs 이재명 "예를 든건데, 단순하냐"
반면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후보를 겨냥했다. 그는 "굉장히 민생이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더 조심해야 되는 건 어려울 때 나타나는 유혹들"이라며 "이재명 후보께서 많은 정책을 얘기하면서 이것도 해주고 저것도 해주고 다 해준다고 얘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재명 후보의 이른바 '호텔경제학'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이재명 후보가 지난 군산 유세에서 "한 여행객이 호텔에 10만 원의 예약금을 내면 호텔 주인은 이 돈으로 가구점 외상값을 갚고, 가구점 주인은 치킨집에서 치킨을 사 먹는다. 치킨집 주인은 문방구에서 물품을 구입하고, 문방구 주인은 호텔에 빚을 갚는다"며 "이후 여행객이 예약을 취소하고 10만 원을 환불받아 떠나더라도 이 동네에 들어온 돈은 아무것도 없지만 돈이 돌았다. 이것이 경제"라고 언급한 것을 일컫는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가 18일 서울 마포구 SBS프리즘타워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이를 두고 이준석 후보는 "호텔 예약을 취소해도 돈만 돌면 경제가 살아난다며 돈 풀기식 '괴짜 경제학'을 말한다. 무한 동력이냐"고 비꼬았다.
그러자 이재명 후보는 "경제가 순환된다는 것을 명쾌하게 설명하려고 극단적인 예를 들어본 것"이라며 "왜 그렇게 단순하냐"고 맞받았다.
김문수 "커피 원가 120원 발언, 자영업자 분노" vs 이재명 "맥락봐야"
이재명 후보의 이른바 '커피 원가 120원' 발언에 대한 공세도 이어졌다.
김 후보는 "유세 현장에서 (이재명 후보가) 커피 한 잔의 원가가 120원이라고 해서 시끄럽다. 지금도 120원이라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이재명 후보는 "하나의 예시인데, 말에는 맥락이라는 게 있다"며 "제가 말씀드린 것은, 2019년 봄경에는 커피 원재료 값이 (커피 한 잔당) 120원 정도가 맞다. 인건비와 시설비는 감안되지 않은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커피) 원료 값이 이 정도니까 닭죽 파는 것보단 더 나은 환경에서, 더 나은 영업을 하도록 (업종 전환을) 지원하겠다는 말을 떼내서 왜곡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김 후보는 "닭죽 파는 사람들에 비해 커피(파는 사람들이)가 굉장히 폭리를 취하는 것처럼 해서 (자영업자들이) 분노하고 있는데 이점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권영국 "노동운동 상징 김문수가 노란봉투법을 악법이라니"
이재명 후보의 '대북송금 사건'도 소환됐다.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께서는 불법 대북송금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지 않나. 이화영 부지사가 징역 7년 8개월을 받았고, 지사가 모르고 부지사가 징역형을 받는 게 가능한 이야기인가. 이런 상태에서 어떻게 경제를 살리겠냐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이재명 후보는 "김 후보 캠프에서 정치자금 수천만원 받았을 때 (후보 본인은) 모른다고 해서 무혐의를 받지 않았나. 본인은 그러면 왜 그거를 몰랐나"라고 되받아쳤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8일 서울 마포구 SBS프리즘타워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김 후보는 "그런 거 없다"면서도 "저도 경기도지사를 해봐서 아는데, 도지사가 모르는 대북사업을 부지사가 할 수 있나"라고 재차 물었고, 이재명 후보는 "대북 사업 자체야 당연히 안다. 하지만 민간 업자가 나를 위해서 100억을 북한에 몰래 줬다는 게 있을 수 있는 이야긴가"라고 반박했다.
김문수 후보가 당의 정강·정책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입당한 정황도 드러났다. 이준석 후보는 김 후보에게 "기본소득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었고, 김 후보는 "말이 안 되는 얘기다. 말이 안 되기 때문에 이재명 후보도 아마 주장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그러자 이준석 후보는 "국민의힘 정강·정책을 살펴보면 '기본소득 실천'이 들어가 있다. 정강·정책에 동의해서 입당한건가 아니면 정치적인 상황 때문에 입당한건가"라고 몰아붙였고, 김 후보는 "그 부분은 저는 잘 몰랐다"고 했다.
김 후보가 '노란봉투법'에 대해 "헌법과 민법에 맞지 않다"고 부정한 것을 두고도 비판이 제기됐다. 권 후보는 "김 후보는 노동운동의 상징이었는데, 어떻게 헌법에 있는 노동 3권에서 보장하는 진짜 사장에게 교섭할 수 있는 권리, 단체교섭권을 악법이라고 하나"라며 "손해배상 청구를 각자의 책임 따라 하자는 것이 어떻게 민법에 위반되는 건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동부장관을 어디로 해먹었나"라며 "법을 모르시면 그런 이야기하면 안 된다. 정말로 부끄럽다"고 질타했다. 김 후보는 본인이 사용할 수 있는 답변 시간이 초과하면서 이에 대한 별도의 답변을 내놓지는 않았다.
김문수·이준석 합공…이재명에 질문 포화
토론은 대체적으로 유력 주자인 이재명 후보에게 질문 포화가 쏟아지는 모양새였다. 김 후보가 이준석 후보에게 이재명 후보를 비판할 수 있는 발언 기회를 주면서 협공을 펼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다소 원색적인 비난 표현도 등장했다. 이준석 후보가 이재명 후보에게 "임금 감소가 없는 주 4.5일제를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기업에게 다 부담을 넘긴다는 것은 아닌지 입장이 궁금하다"고 묻자, 이재명 후보는 "당연히 임금 감소 없이 4.5일제로 가야 되고, 앞으로 점진적으로 타협을 통해 나아가야 한다는 방향을 언급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후보는 '어떻게'가 빠져 있고, '이렇게 하겠다'만 얘기한다. 원래 사람들이 외로울 때 사이비 종교가 돌아다니는 것처럼 가장 위험한 형태의 사람이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저격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8일 서울 마포구 SBS프리즘타워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이에 이재명 후보는 "우리 사회가 참으로 토론과 대화가 많이 부족하다. 토론과 대화를 하려면 상대를 존중하고 왜곡하지 말아야 하는데, 상대 말을 왜곡하고 조작해서 '니가 이렇게 말했지' 하면 토론이 아니라 싸우자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토론이 끝난 뒤에도 이준석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이재명 후보가) 답변하기 어려울 때마다 '극단적이다'라며 회피하면서 상대를 조롱했다. 제가 봤을 때는 정책적으로 가장 극단적인 건 이재명 후보인데, 물어보면 '왜 극단적으로 이해하느냐'고 하는데, 전략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모순적인 걸 공약한 것도 있고, 이재명 후보가 계엄 이후의 '반계엄' 분위기에 도취돼서 아무렇게나 대한민국의 비전을 제시해도 된다고 생각한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꼬집었다.
반면 이재명 후보는 "국민들 삶이나 대한민국의 상황이 매우 어려운데 어떤 방식으로 난제를 타개할지에 대한 진지한 토론이 된 것 같다. 앞으로 더 나은 국민의 삶을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 더 많이 연구하고 토론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한테 제가 커피 원가가 120원이라는건 조금 심하지 않느냐 물었는데, 사과를 하면 좀 좋겠는데 이것도 '왜곡이다', '말의 전후를 안보고 말한다'고 하는데 그 점이 좀 안타깝다. 사과가 있었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