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도 친일파가 땅도 친일파가… '주먹이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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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상욱의 기자수첩]

 


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수첩 시즌2'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

청주지방법원이 친일파 민영은 후손들의 친일재산 돌려받기 소송에 대해 원고 패소 결정을 내렸다. 이번 소송 결과가 주목을 받는 것은 문제의 땅이 ‘친일 반민족 행위자 재산 조사위원회’가 국고로 환수해야 한다고 결정했던 땅이 아니기 때문이다.

민영은 후손 측은 이를 근거로 친일재산이 아닌 조상의 정당한 재산이라고 주장했던 것. 재판부는 친일반민족조사위원회가 20여 가지 항목을 정해 친일행위를 규정한 건 맞지만 여기서 벗어난다고 해서 결코 친일행위가 아니라는 절대기준은 아니라고 판시했다.

친일 행위의 직접증거 아닌 정황만으로도 그의 재산을 친일반민족행위 축적재산으로 인정할 수 있게끔 친일재산의 규정범위가 훨씬 넓어진 것이다.

민영은의 핵심 친일 관직은 조선총독부 중추원 참의. 문제의 땅은 그 관직을 갖기 이전에 확보한 땅이다. 그래서 친일재산조사위가 친일재산으로 확정 짓지 못한 것. 그런데 그의 그 이전 직책은 충북지역 토지조사위원이었다.

일제 강점기에 수탈을 위해 전국적으로 토지대장을 만들 때 미신고된 임자 모르는 땅, 기록이 미비한 국유지를 집어 삼켰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또 이를 무마하고자 총독부에 상당한 기부를 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민영은은 쉽게 말해 전국구 친일파가 아닌 지역구 친일파다. 대한제국에서 괴산·청주군수 등 관리를 지낸 신분으로 일제 침탈 이후 조선국방의회연합회, 조선신궁봉찬회, 조선군사후원연맹, 국민정신총동원조선연맹, 지역의 자제회(3.1운동의 확산을 막고자 민족을 자제시키는? 역할을 맡은 기구) 등 숱한 친일 활동을 폈다. 1935년 일제 총독부가 편찬한 ‘조선공로자 353명’에 속해 있다.

당시 민영은에 대한 소문은 ‘동으로 80리 북으로 50리’는 그 집안 땅이라 했다한다. 그런데 본인과 상속자인 아들이 숨진 후 미국과 서울 등지로 가족이 흩어지며 그 땅을 시유지로 해 도로, 다리, 공립중학교 부지로 사용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토지대장에 여전히 민영은과 그 아들이 소유자로 등기돼 있어 친척들이 땅을 차지하러 나선 것.

재판에서 해당 지자체인 청주시가 졌다면 청주 시민들은 100년 만에 친일파의 재산을 시민혈세로 다시 사들여 사용할 뻔 했다.

그러나 민영은의 막내딸과 그 후손들은 “90년 가까이 청주 시민이 사용해 온 땅을 반환하라고 소송을 제기한 것은 공공의 이익을 무시하고 개인의 이익만을 생각한 것”이라며 “잘못 판단한 일부 후손들에게 공익이 사익에 앞설 수 있다는 현명한 판결을 내려주길 기대한다”고 탄원을 내 소송을 불사한 친척과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는 2006년부터 친일파 168명의 토지 총 2284만㎡(690만9100평)을 찾아냈다. 서울 강북구 크기에 해당하는 면적이다. 이 중 조사위가 국가 환수 결정을 내린 토지는 절반 정도인 337만 평. 당시 시세로 2100억 원 정도이다.

그러나 이완용만 해도 일제강점기에 여의도 면적 1.9배에 해당하는 땅을 가졌던 걸로 알려져 있다. 국가로 귀속시킨 땅은 0.09%. 대표적인 반민족행위자 9명만 따져도 일제 때 토지조사에서 드러난 친일파 재산 토지 중 지금껏 환수한 땅은 0.64%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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