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코스피가 이달에만 9% 상승한 배경은 '유동성 확대'로 분석된다.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으로 코스피가 3300을 달성할 당시와 비슷한 분위기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상법 개정안을 통해 기업의 배당성향 확대가 현실화하면, 코스피가 3000선에 안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2697에서 출발한 코스피는 전날까지 9.18% 상승해 2972.19를 기록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4일 이후 연일 연고점을 새로 쓰며 2022년 1월 이후 4년 5개월 만에 3000 달성을 눈앞에 뒀다.
코스피 상승은 '유동성 확대' 즉, 개인 투자자 유입이 이끈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 투자 대기 자금인 고객예탁금은 지난 16일 기준 63조 8천억원으로 2022년 4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DS투자증권 양해정 연구원은 "미국 금리 인상 이후 미국 중심으로 시장이 상승하고 코스피는 부진해 떠났던 개인도 점차 한국 시장으로 보기 시작했다"며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2020년 하반기 고객예탁금이 60조원을 돌파하고 시장이 상승했던 것과 비슷한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양 연구원은 이어 "지수가 2900을 넘어서면서 밸류에이션 부담이 나타나긴 했지만 대기자금이 풍부해 조정이 있더라도 조정 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장 지표도 코스피 상승 가능성을 가리킨다. 현재 9배 수준인 코스피 12개월 선행 PER(주가수익비율)은 3000에 도달하면 10배가 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펼쳐진 동학개미운동 당시 코스피 12개월 선행 PER이 14배에 달했던 점을 고려하면, 현재의 상승세는 11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평가다. 2020년 3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이어진 동학개미운동으로 개인 투자자가 나홀로 40조원 순매수했고, 코스피는 역사적 고점인 3300을 기록했다.
신한투자증권 노동길 연구원은 "하반기 정부 2차 추경안 추진과 내년 예산 확대 기대에 따른 유동성 확대 움직임이 선반영된 전형적인 유동성 랠리"라며 "통화와 재정 공조가 정점을 기록하기 전까지 우호적 유동성 상황과 PER 확대를 염두에 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유동성 소진을 경고하는 지표도 존재한다.
거래대금을 시가총액으로 나눈 거래대금 회전율이 지난달 2배 수준에서 지난 13일 3.37배로 상승했다. 2012년 이후 거래대금 회전율이 3배를 넘은 것은 동학개미운동 때와 이차전지 랠리 고점인 2023년 7월(4.6배) 등 2차례에 불과해 '시장 과열' 국면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면서 발생한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도 변수다. 미국이 이란을 직접 공격하는 개입 여부에 따라 중동 위기의 수위가 달라지고, 그에 따라 전 세계 경제도 큰 영향을 받게 될 전망이다.
다만 코스피가 3000선에 안착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윤석열 정부가 삭감한 R&D(연구개발) 예산을 중심으로 정부 지원이 확대하고, 이 대통령이 약속한 상법 개정안에 따라 주주환원이 실제로 늘어나는 것이 확인돼야 한다는 조건에서다.
한화투자증권 박승영 연구원은 "주주가치 제고는 선언적 조치보다 실제 기업의 배당성향 확대를 통해 확인돼야 한다"면서 "정부 지출의 우선순위가 벤처시장 활성화에 있다는 사실도 확인돼야 한다. 그래야 주식시장의 기대감이 증거로 바뀌며 랠리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