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AI 교과서'…교과서 지위 잃고 '교육자료'로만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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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윤석열 정부의 대표적인 교육 정책, 퇴출 수순
민주당 대선 공약집 "尹정부의 성급한 도입으로 발생한 교육 현장의 혼란 해소"
수십~수백억 쏟아부은 AI 교과서 발행사들…"행정소송 등 대응책 준비"

교육부 제공교육부 제공
디지털 과몰입 우려 등 도입과정에서 적지 않은 논란을 빚은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가 교과서 지위를 잃고 '교육자료'로만 활용될 전망이다. 윤석열 정부의 대표적인 교육 정책인 AI 교과서가 사실상 퇴출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AI 교과서는 올해 3월에 초등학교 3·4학년과 중학교 1학년·고등학교 1학년 영어·수학·정보 교과에 처음으로 도입됐다.
 
교육부는 당초 해당 학년에 '전면 도입'할 계획이었지만, 교원·학부모들의 우려와 더불어민주당의 강한 반발로 올해에 한해 채택 여부를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했다. 이와 관련해 AI 교과서 발행사들은 최근 교육부를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AI 교과서 자율시행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부는 지난 2023년 6월 'AI 교과서 추진방안'을 통해 2025년부터 초중고 수학, 영어, 정보, 국어(특수교육) 등 4개 교과에 AI 교과서를 도입하고 2028년까지 연차적으로 국어, 사회, 역사, 과학, 기술·가정 등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후 지난해 11월에는 국어와 기술·가정(실과) 과목은 AI 교과서를 도입하지 않고, 사회, 과학 교과는 당초 계획보다 1년 늦춰 2027년부터 도입하는 내용을 담은 'AI 교과서 도입 이행안(로드맵)'을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국회는 민주당 주도로 AI 교과서의 지위를 교육자료로 격하하는 내용을 담은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지만, 당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간신히 교과서 지위를 유지했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새 정부는 'AI 교과서 지위'를 박탈하고 '교육자료'로 격하는 방안을 재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교과서는 모든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하지만, 교육자료는 학교장 재량으로 도입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민주당 대선 공약집 "尹정부의 성급한 도입으로 발생한 교육 현장의 혼란 해소"


제21대 대통령선거 더불어민주당 정책공약집에는 "윤석열 정부의 성급한 AI 교과서 도입으로 발생한 교육 현장의 혼란 해소를 위해 AI 교과서는 '교육자료'로 규정하고 학교의 자율선택권을 보장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대신 다양한 온라인 학습 콘텐츠(코스웨어) 활용을 위한 공공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제21대 대통령선거 더불어민주당 정책공약집 캡처제21대 대통령선거 더불어민주당 정책공약집 캡처
현재 학교별 AI 교과서 채택률이 30%대에 그치고 있는데, 교육자료로 격하되고 학교별로 자율 선택을 하게 될 경우 채택률은 더욱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구독료 등 비용 부담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내년에 관련 예산이 줄어들 경우 AI 교과서는 현장에서 사실상 퇴출될 수도 있다.
 
그동안 교육 현장에서는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하고 무리하게 추진된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또한 AI 교과서는 학생들의 학습 데이터 유출이나 유해매체 접속, 과몰입과 같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전교조 최선정 대변인은 "교육은 실험이 아니"라며 "새 정부는 교육의 공공성과 학교 현장의 자율성을 훼손하는 AI 교과서를 교육 자료화해 교사가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민주당 백승아 의원이 지난 3월 전국 초·중·고 및 특수학교 교직원 630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86.7%가 AI 교과서 도입 정책에 대해 부정평가를 내렸다.
 
정부가 AI 교과서를 도입하기 위해 투입한 예산이 1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교과서 업체들도 교과서 개발에 막대한 비용을 쏟아부은 상황이어서, 정책 좌초로 인한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십~수백억 쏟아부은 AI 교과서 발행사들…"행정소송 등 대응책 준비"


AI 교과서 발행사는 AI 교과서 전면 도입을 예상하고 수십~수백억원을 들여 AI 교과서를 개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AI 교과서 발행사 관계자는 "발행사에 막대한 피해가 났는데, 그 피해를 어떻게 보상할 것이냐"라고 반문했다.
 
또 다른 AI 교과서 발행사 관계자는 "교과서라는 것은 당연히 모든 학생이 사용하는 것으로 생각해 AI 교과서 개발에 참여했는데, 그게 완전히 다 깨져버려 인력 등에 대해 재조정을 해야 되는 상황이 됐다"며 "행정소송을 비롯한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AI 교과서 발행사들은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지 한 달 만인 지난 1월 "정부의 엄격한 개발 가이드라인에 맞춰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수백 명의 신규 인력을 채용했지만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그간 투자한 시간과 비용이 고스란히 손해로 돌아올 처지에 놓였다"며 "헌법소원, 행정소송, 민사소송 등 법적 구제 절차를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 무리하게 밀어붙인 AI 교과서 정책이 퇴출 수순에 들어간 가운데, 그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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