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연합뉴스이스라엘과 미국의 이란에 대한 위협 수위가 높아지자, 궁지에 몰린 이란이 핵폭탄 제조를 결단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9일(현지시간) 미 정보당국의 분석을 인용해 이란이 포르도 핵 시설을 공격받거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암살당할 경우, 핵무기 제조를 결단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이 많은 양의 핵탄두 연료를 비축하고 핵무기 완성을 위한 부품을 만들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으나, 아직 핵무기를 제조할 결단을 내린 상태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정보당국의 이 같은 판단은 최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하메네이 암살과 포르도 핵시설 파괴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한 가운데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메네이의 은신처를 파악하고 있다고 밝히며 위협했고, 이스라엘의 카츠 국방장관은 하메네이를 '현대판 히틀러'라고 칭하며 제거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스라엘은 현재 포르도 핵 시설에 대한 군사 작전을 준비 중이며, 미국 정부도 벙커버스터 폭탄과 B-2 전략폭격기 지원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백악관 고위 관리들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2주 내에 대이란 군사 조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강경 기류 속에서도, 이란 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정보기관들의 평가는 여전히 엇갈리고 있다.
존 랫클리프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이란이 핵무기 보유에 매우 가까워졌다는 내용을 관계자들에게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NYT는 미국 내 정보기관들 사이에선 이란이 아직 핵무기 보유를 결단하지 않았으며, 이스라엘이 주장하는 것보다 핵탄두 완성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것에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전했다.
한 고위 정보당국자는 "하메네이가 2003년 핵무기 개발을 금지한 종교적 칙령, 즉 파트와는 여전히 유효하다"며 "이란이 보름 안에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는 이스라엘의 평가는 기우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보기관들은 이란이 실제로 핵무기를 제조할 경우 수개월, 길게는 1년까지 소요될 수 있다는 기존 분석을 유지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미·이스라엘 정보당국 간 견해차도 이란과의 군사 충돌 초기부터 드러났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폭탄 제조가 임박했다는 첩보를 미국에 전달했지만, 미 정보당국은 이를 실제 제조 결단의 증거로 보지 않았다. 미국 국가정보국(DNI)의 털시 개버드 국장은 지난 3월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서 "정보당국은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지 않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보당국 관계자들은 NYT에 "이란의 핵무기 제조 의도에 대한 평가에는 지난 3월 이후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자국 정보당국의 신중한 분석보다는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판단에 더 신뢰를 두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란은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모든 요건을 갖춘 상태이며, 남은 것은 최고지도자의 결단 뿐"이라며 "결정이 내려지면 몇 주 안에도 핵무기를 완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JD 밴스 부통령은 "3월 정보당국의 기존 입장 이후 '새로운 정보'가 들어왔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NYT는 이 같은 주장이 이란의 새로운 핵 활동에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기존 정보에 대한 새로운 '분석'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란의 핵무기 제조 의도에 대해서는 해석이 엇갈리고 있지만, 농축우라늄 비축량이 이미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는 데에는 미 정부 내에서도 의견이 일치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해석이 갈린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