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토론인데…네거티브로 시작해 끝난 '진흙탕 싸움'[영상]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닫기
  • 1

- +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발언 수위 비해 정작 정책 논의는 '부실'

김문수·이준석 "형수 욕설"·"커피원가 선동" 등 李 맹공
이재명 "내란 종식이 통합 첫 걸음" 강조하며 반격
이준석과 단일화 언쟁도…"내란세력과 불법거래" vs "망상"
권영국은 이준석 지목해 '갈라치기' 정치문법 지적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토론회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왼쪽부터), 국민의힘 김문수, 민주노동당 권영국,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토론회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왼쪽부터), 국민의힘 김문수, 민주노동당 권영국,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2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한 대선후보 2차 TV 토론회는 '사회 분야'가 주제란 점이 무색하게, 시작부터 '네거티브 공방'으로 얼룩졌다. 주요 정당 후보들은 각자가 주력하는 사회통합 방안 등을 어필하기보다는, 서로의 약점을 파고들어 부각하는 데 진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부정선거론과 국민연금 개혁 등의 첨예한 현안들도 도마에 올랐으나, 유권자들의 뇌리에 남은 것은 "형수 욕설", "소방관 전화 갑질" 등의 자극적 발언이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문수·이준석, '총각 사칭'·'커피원가'로 李 때리기 화력 집중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토론회를 연 '1분 모두발언'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거짓말 논란'을 공격하는 데 올인했다. 김 후보는 "이 후보는 '이제부터 진짜 대한민국'이라고 하는데 그럼 그 전에는 전부 '가짜 대한민국'이었나. 정말 의아하기 짝이 없다"며 "이렇게 말하는 분은 진짜 총각인가, 가짜 총각인가. 진짜 검사인가, 검사 사칭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지금 공직선거법 허위사실공표죄 (관련 행위 부분을) 삭제해 거짓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유리하도록 법을 바꾸고 있다. 이게 말이 되나"라며 "거짓말을 이렇게 계속하고, 총각·검사 사칭까지 하면서 어떻게 '진짜 대한민국'을 말할 수 있나. 국민 여러분의 소중한 한 표로 가짜를 물리치자"고 공세를 퍼부었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화살도 이재명 후보를 향했다. 이준석 후보는 이날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임을 짚으며 "그분은 '바보 노무현'으로 자신을 낮췄지, 국민을 바보라고 경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자신의 사이비 호텔경제학에 의문을 제기하는 국민을 '바보'라고 조롱하는 후보가 감히 노무현을 입에 올리는 세상에서 진정한 노무현 정신이 어디 있나 생각해 보게 된다"고 했다.
 
앞서 지난 18일 첫 TV토론 당시 '호텔 예약을 했다가 취소해도, 돈이 돌면 경제가 살아난다'는 취지의 이재명 후보 발언과 관련한 이 후보 태도를 꼬집은 것이다.
 
김 후보는 이후에도 사회 통합을 위한 입장을 묻는 진행자의 질의에 "정말 국민통합이 되려면 거짓말, 사기꾼들이 없어져야 된다"거나 "부정부패한 사람이 없어야 된다"며, '이재명 때리기'를 이어갔다.
 
이 후보의 '불법 대북송금 의혹 사건'을 재차 언급하며 "어떻게 (이화영 전) 부지사가 감옥에 가 있는데 지사가 멀쩡한 대북 송금이 가능한가. 저도 도지사를 해봤지만 있을 수 없다"며 "백현동·대장동 비리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감옥에 가 있고 의문사를 했나. 이 거짓말과 부패를 뿌리 뽑는 것이 국민 통합의 첫 걸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준석 후보는 최근 이재명 후보가 뭇매를 맞은 '커피원가 120원' 논쟁을 다시 꺼내들기도 했다. 그는 "AI(인공지능) 연산용 GPU(그래픽처리장치) 한 장 가격이 5천만원 정도 한다. 그런데 재료비만 보면 120원 정도일 것이다. 반도체는 모래에 있는 성분에서 나오기 때문"이라며 "이걸 두고 'GPU 원가는 120원'이라고 하면 농담이지만, 그를 근거로 '대기업이 폭리를 취하니 이윤을 빼앗아 국민에게 나눠주자'고 주장하면 선동이 된다"고 주장했다.
 

李 "내란세력과 단일화", "소방관 전화 갑질"로 반격


1위 주자로 집중 타깃이 된 이재명 후보는 '내란 종식'을 고리로 반격에 나섰다.
 
이재명 후보는 "사회갈등의 근본 원인은 양극화, 엄청난 격차에 있다. 또 저성장이 큰 원인을 차지한다"며 "기회가 적다 보니 사회 구성원 간의 갈등이 격화된다. 근본적 해결책은 우리가 다시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사회'로 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당장 우리 사회가 당면한 갈등을 조정해야 할 정치가 '존중과 대화'보다는 '상대를 제거'하는 쪽으로 변질됐다며, "가장 극단적인 형태가 이번 내란, 계엄 사태"라고 정의했다. 따라서 "내란사태를 극복, 엄격하게 심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이재명 후보는 특히, 김 후보가 "지도자가 되고 국민 통합을 하려면 가정에서부터 통합이 돼야 하지 않나. 형님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려다가 형수님하고 욕을 하고 다툰 것 아닌가"라고 공격하자, "우리 사회 통합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요소는 헌정 질서를 파괴한 내란 사태"라고 받아쳤다.
 
김 후보를 콕 집어 "김 후보가 소속된 국민의힘, 또 김 후보도 탄핵에 대체적으로 반대하는, 또 윤석열 '내란수괴'를 비호하는 입장을 갖고 계신 것 같다. 이 문제에 대해선 우리 국민들께서 명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정권심판론을 강조했다.
 
가정사와 관련, "제 수양의 부족으로 사과 말씀을 다시 드린다"고 자세를 낮추면서도 "김 후보는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고 했다. 이 후보는 "이것은 집안 내 내밀한 사적 문제인데, 굳이 따지면 본인은 갑질을 하지 않았나. 소방관한테 전화해서 '나 김문수인데'. 어쩌라는 건가"라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사랑제일교회 전광훈씨 등 '극우 세력'과 단절할 생각이 없느냐며, 김 후보에게 따져 묻기도 했다.


이재명 후보는 단일화 이슈가 계속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이준석 후보에 대해서도 '내란세력과의 야합'을 꾀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취지로 직격했다. 개혁신당 측이 제기한 '당권거래설' 의혹을 들어 "내란세력 후보와 단일화할 건가. 이런 거래는 불법 아닌가"라고 몰아붙이기도 했다.
 
대선 완주 의지를 거듭 밝힌 이준석 후보는 이에 대해 "이재명 후보가 음모론적이고 세상을 참 삐딱하게 보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증명하고 있다"며 "망상"이라고 강하게 되받아쳤다.

연금개혁 등 공방 오갔지만…여전히 앙상한 정책 논의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토론회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왼쪽부터), 국민의힘 김문수, 민주노동당 권영국,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가 토론 준비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토론회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왼쪽부터), 국민의힘 김문수, 민주노동당 권영국,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가 토론 준비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후보들은 지난 3월 여야가 '더 내고 더 받는' 방향의 모수개혁 관련 합의를 이룬 연금개혁 등에 대한 공방을 주고받기도 했다.
 
이재명 후보는 "모수개혁이라도 한 것이 안 한 것보다 낫다. 정치는 현실을 인정하고 길을 만드는 것"이라며 1차 개혁에 긍정적 평가를 내놓은 반면, 청년세대를 주로 대변해 온 이준석 후보는 "젊은 세대는 가만히 앉아서 손실을 떠안게 된다"며 '개악(改惡)'이란 입장을 고수했다.
 
이준석 후보는 "구조는 손도 대지 않고 숫자만 바꾼 가짜 개혁으로 사회 초년생에게 평생 5천만원 가까운 부담을 떠넘기고 기성세대는 더 가져간 '밀실합의'"라고 비판하며, "연금제도는 기본적으로 세대 간 연대"라는 이재명 후보의 주장을 "궤변"이라고 폄하했다.
 
김문수 후보는 청년층의 반발이 크다는 이준석 후보의 주장에 공감하며 집권 시 "2차 구조개혁에 즉시 착수하겠다"고 했다. 인구구조 변화와 경제상황 등에 따라, 보험료율·소득대체율이 자동으로 연동, 변경되는 자동조정장치 도입에 대해서는 "청년들이 불안해한다"며 필요하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하는 노동개혁과 더불어 국민연금 실질 가입기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소득대체율을 높이자는 대안을 제시했다.
 
한편, 이날 출연한 후보들 중 유일하게 차별금지법 제정 등을 공약한 권 후보는 이준석 후보에 대해 "옆에서 보니 그간 남녀 갈라치기, 장애인 혐오, 차별금지법 반대 등으로 분열을 부추기는 것 같다"며 이 후보와 결부된 '이대남'(20대 남성), '전장연 지하철 시위' 등의 문제를 소환하기도 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저한테 혐오 낙인을 찍으려면 무엇을 잘못했는지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셔야 국민께 와닿을 것"이라며 "혐오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게 뭐가 있는지 말씀해 달라"고 반박했다. 시쳇말로 '느낌적 느낌'으로 상대를 단정짓는 것은 과거 민주노동당을 두고 '빨갱이'라고 했던 것과 동일한 양상이라고도 비판했다.
 
후보들은 이밖에 의료개혁과 원전 문제 등을 놓고도 산발적으로 논쟁을 벌였지만, 발언 강도에 비해 유권자의 선택 기준이 될 만한 정책 논의와 공약 검증은 상대적으로 부실했다는 평가다. 권 후보는 토론 도중 "역시 진흙탕 싸움"이라고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0

2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