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 스위치 2. 연합뉴스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가 잇달아 대형 고객사 유치에 성공하며 생산라인 가동률을 높이고 있다. 레거시 물량을 중심으로 수주를 이어가고 있지만, 경쟁사인 TSMC는 첨단 공정에서 독주를 이어가고 있어 삼성이 좀 더 과감한 기술 투자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닌텐도, 신작 칩생산 TSMC 대신 삼성 선택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본 게임업체 닌텐도는 다음달 5일 출시 예정인 새 콘솔 게임기 '닌테도 스위치2'에 탑재되는 메인 칩을 삼성전자 8나노 파운드리 공정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닌텐도는 스위치1의 칩셋은 글로벌 1위 파운드리인 TSMC에서 생산했지만 납기와 가격 등의 이점 때문에 삼성 파운드리를 선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 통신은 닌텐도의 이번 결정이 TSMC와 경쟁하는 삼성전자에 중요한 승리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닌텐도는 삼성전자 5나노 공정을 통한 생산도 고려했지만, 칩 성능은 떨어지더라도 단가와 수율 측면에 이점이 있는 8나노 공정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닌텐도는 스위치2 판매 목표치로 1500만대를 제시했는데 일본에서 사전 신청만 220만건이 몰렸고, 이후 일본 주요 전자상거래 사이트에 사전예약 물량을 받을 수 있는 당첨권이 웃돈이 붙어 판매되는 점을 감안하면 스위치2의 판매량이 목표치를 웃돌 가능성이 제기된다.
삼성 파운드리 "첨단칩 수주는 아직…성과 나올 것"
이번 수주는 낮은 가동률로 고심이 깊었던 삼성 파운드리에 '단비'로 평가받는다. 양사의 이번 협업이 삼성 파운드리 역량에 대한 시장의 인식을 개선시킬 수 있는 레퍼런스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삼성 측이 기대하는 부분이다.
글로벌 콘솔 게임 시장은 올해 약 613억 달러가 예상되고 오는 2030년까지 연평균 7.2%의 성장이 예상된다. 콘솔에 탑재되는 메인칩은 생산 비용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닌텐도 수주처럼 TSMC가 점하고 있는 파운드리 사업 일부를 삼성이 가져올 경우 매 분기 수조원의 적자를 내고 있는 삼성 파운드리 실적 개선에도 속도를 낼 수 있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첨단 공정 수주도 중요하지만 가동률과 레퍼런스 확보도 못지 않게 중요할 것"이라며 "삼성이 2나노 이하 첨단 공정 양산 안정화 및 수주와 함께 수율이 확보되어서 당장 돈을 벌어올 수 있는 레거시 공정에 대한 수주 전략을 함께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3나노 공정 양산, 삼성이 앞섰지만 가동률 100% 달성은 TSMC가 먼저
황진환 기자 삼성 파운드리가 '틈새시장' 공략에 성과를 내는 사이 TSMC는 첨단 공정에서 질주를 이어가며 삼성과 격차를 키우는 모양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TSMC 3나노 공정은 애플 A17·A18 프로, x86 CPU 등 주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수요 증가게 힘입어 양산 5분기 만에 100% 가동률을 기록했다.
3나노 공정은 지난 2022년 삼성이 세계 최초로 양산을 시작했지만 첨단 수율과 고객 확보에서 TSMC에 무릎을 꿇게 됐다.
엔비디아 젠슨 황 CEO(최고경영자)는 대만 IT전시회 '컴퓨텍스 2025' 기자회견에서 첨단 파운드리로 삼성전자나 인텔을 사용할 가능성에 대해 "이 기술은 매우 고도화돼 있으며, 현재로서는 대안이 없다"며 사실상 TSMC가 '유일한 파트너'임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업계에선 최선단 공정의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삼성이 과감한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에 탑재하는 AP 대부분을 자사 파운드리에서 자체 생산했지만 발열 등의 이슈로 최근 출시한 플래그십 스마트폰은 TSMC에서 만든 제품을 구매해서 사용하고 있는데, 이를 다시 내재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이종환 교수는 "세계 최고 공정인 2나노 양산성을 확보해서 고객을 유치하겠다는 전략은 좋지만 시간이 걸리고, 고객들과 신뢰가 탄탄한 TSMC와 격차를 줄이긴 쉽지 않다"며 "삼성이 자사 스마트폰 AP(생산)를 자꾸 외부에 맡기고 있는데 쉽지 않겠지만 전략적으로라도 이를 삼성 파운드리가 하도록 해서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