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주 기자5.18 민주화운동 45주년을 맞아 6.3 조기대선 후보들이 광주를 찾았지만,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자리는 없었다. 12.3 내란 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도 탈당했지만, 최근 정호용 전 국방부 장관 영입 등으로 논란을 빚은 여파가 컸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45년 전 광주에서처럼 시민들이 나서서 지난해 12.3 내란 사태를 막았다며, 호남 지역 표밭 다지기에 나섰다. 김 후보가 참석하지 못한 5.18 기념식에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참석하며 범보수 진영 인사로서 보폭을 넓히는 모습이다.
이재명, 5.18-12.3 연계하며 '텃밭 다지기'…이면에는 '위기 의식'
류영주 기자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5.18 민주화운동 45주년 전날인 17일 광주와 전남 나주에서 집중 유세에 나섰다. 그는 '5.18 광주 정신'과 '12.3 내란을 진압한 빛의 혁명'이 맞닿아 있음을 유달리 강조했다.
이 후보는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 강연에서 언급한 "과거가 현재를 돕고,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한다"는 말을 거론하며 "광주 학살의 참상이 '판검사가 되어서 잘 먹고 잘 살면서 떵떵거려야지' 했던 저, 이재명 같은 사람의 생각을 고쳐먹게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광주에서 스러져간 수없이 많은 광주 영령들이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일깨워서 12월 3일 군사 쿠데타, 내란을 진압하지 않았겠나"라고 덧붙였다. 5.18 민주화운동이 이 후보 자신뿐만 아니라, 12.3 내란 사태 당시 시민들에게도 영향을 주어 '빛의 혁명'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이 후보는 전날 저녁 광주 금남로에서 열린 5.18 전야제에도 참석했다. 그의 등장에 금남로에 모인 시민들은 박수를 보내며 화답했고, 이 후보는 5.18을 상징하는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을 시민들과 함께 부르며 '광주 정신 계승' 의지를 강조했다.
그는 지난 15일부터 전남 광양·여수·순천·목포·나주, 전북 익산·군산·전주·정읍을 거쳐 광주에서 집중 유세를 펼치며 3박 4일 동안 호남에 머무르고 있다.
전통적인 민주당 강세 지역임에도 이 후보가 호남에 이같이 공을 들이는 이유는 '텃밭 다지기'에 있다. 지난달 전남 담양군수 재선거에서 조국혁신당에게 패한 여파 등으로, 선대위 내부에선 '호남 지역에서는 절박하게 생각하고 뛰어야 한다'는 위기 의식이 거론되고 있다.
이 후보 본인도 전날 나주 유세에서 담양군수 선거 패배를 언급하며 "이게 호남의 위대함으로,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잘못하면 언제든 징치(懲治, 징계하여 다스림)한다"며 "그래서 제가 텃밭이라고 하지 말라고 했다. 무슨 텃밭이냐, 살아있는 죽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호남의 한 지역구 의원은 "호남은 이미 지지세가 높은 곳이기 때문에 득표율을 높이는 것이 더 어렵다"면서도 "내란 사태를 함께 이겨내서 시민들에게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뛰고 있다"고 말했다.
김문수, '정호용 논란'에 5.18 전야제·기념식 참석 무산
박관현 열사 묘역서 눈물 흘리는 김문수. 연합뉴스반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5.18 민주화운동 전야제와 기념식에 참여하려 했지만 결국 자리를 비우게 됐다. 그는 전날 아침 이른 시각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고, 현장에서 선대위 회의를 열었지만 광주에서 별도로 유세는 하지 않고 전북 전주로 이동했다가 서울로 향했다.
중앙선대위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박관현 열사가 투옥됐던 그 방에서 옥살이를 했다. 김문수 후보만큼 5·18 정신을 온몸으로 실천하면서 살아온 분이 있느냐"며 "처음부터 (5.18 기념식을) 간다는 전제로 일정을 잡았으면 미리 토론 준비를 할 수 있었을 텐데, 급박하게 일정을 준비하기 때문에 도저히 시간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후보의 불참엔 다른 이유가 있다는 해석이 중론이다. 앞서 중앙선대위는 지난 14일 5.18 유혈 진압을 주도했던 정호용 전 국방부 장관을 상임고문으로 위촉했다가 논란 끝에 이를 철회했다.
다음 날인 15일 김 후보가 12.3 내란 사태에 대해 공식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했지만 이미 여론은 악화된 뒤였다. 5.18 민중항쟁행사위원회는 김 후보의 5.18 전야제 참석에 대해 사실상 반대한다는 입장을 김 후보 측에 전했다.
김 후보가 5.18 민주묘지를 참배할 때는 광주전남촛불행동 소속 대학생들이 "내란 공범은 지금 당장 광주를 떠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항의하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이 같은 날 탈당을 선언한 것도 상황에 별다른 변화를 주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탈당을 선언하면서 "대선 승리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며 김문수 후보를 지지해달라고 강조했다.
자신이 일으킨 12.3 내란 사태와 탄핵에 대해서도 사과나 반성의 뜻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는데, 이같은 상황이 되려 반발을 불러일으켰다는 분석도 나온다.
광주에서 김 후보가 없는 자리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차지했다. 이 후보는 5.18 당일 광주로 향해 기념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범보수 진영의 대통령 후보로서 윤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보수층의 지지를 모으고 보폭을 넓히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