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LG는 이제 프로농구 챔피언입니다, 심지어 미래가 더 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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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조상현 감독. KBLLG 조상현 감독. KBLLG 허일영. KBLLG 허일영. KBL
파죽의 3연승, 이후 3연패, 그렇게 맞이한 운명의 7차전, 4쿼터 종료 5분 전에 잡은 10점 차 리드, 순식간에 다시 2점 차 추격, 창단 28년 만의 첫 우승으로 가는 길은 이처럼 험난했다.

서울 SK가 드라마를 쓰는 듯 했다. 정규리그 챔피언의 힘을 되찾은 SK는 3연패 후 3연승으로 미국프로농구(NBA)에도 없는 리버스 스윕을 눈앞에 뒀다. 상승세를 탔고 7차전이 열린 장소는 서울 잠실이었다.

하지만 LG가 마지막 순간 최후의 고비를 이겨냈다. LG는 17일 오후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시즌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7차전에서 접전 끝에 SK를 62-58로 누르고 시리즈 전적 4승 3패로 정상에 올랐다.

1997년 창단 후 처음으로 우승했다. KBL 역사상 구단명도, 연고지도 바꾸지 않은 유일한 구단 LG가 오랫동 이 순간만을 기다렸던 세바라기 홈 팬들과 함께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3연승 이후 긴 연패, 그리고 다시 반등하는 장면은 2024-2025시즌 초반을 다시 보는 듯 했다.

LG는 개막 3연승으로 시즌을 시작했다. 이후 누구도 예상 못한 8연패 늪에 빠졌다. 순위는 정규리그 8위까지 내려갔다. 두경민, 전성현 등 개막 전 야심차게 트레이드로 영입한 선수들은 몸 상태가 안 좋았고 기둥 아셈 마레이는 11월 초부터 약 한 달 동안 부상으로 결장했다.

조상현 감독은 8연패 기간에 많이 힘들어 했고 괴로워 했다. 그렇다고 포기하진 않았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두경민, 전성현 등 베테랑들의 공백을 채우는 양준석과 유기상을 위주로 하는 팀 전력 개편에 나섰다.

또 조상현 감독은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 정인덕을 점점 더 신뢰했다. 그 사이 마레이와 칼 타마요의 호흡은 점점 더 단단해졌다. '타마레이'는 지난 두 시즌 연속 4강에 직행하고도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던 LG의 새로운 변화이자 무기였다.

젊은 팀으로 다시 태어난 LG의 질주는 거침없었다. 3년 연속 4강에 직행한 LG는 쌍둥이 사령탑 대결로 펼쳐진 4강에서 현대모비스를 3경기 만에 탈락시켰다. 기세를 몰아 정규리그 1위 서울 SK를 만난 챔피언결정전을 파죽의 3연승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개막 3연승 이후 8연패로 위기에 몰렸던 것처럼,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위기가 찾아왔다. 4차전에서는 챔피언결정전 최소 득점을 기록했고 5차전에서는 30점 차로 졌다.

LG는 반등했다. 6차전에서는 우승에 대한 기대를 키웠다. 창원 홈 팬의 응원을 등에 업고 있었고 막판까지 리드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무너졌다. 리버스 스윕이 눈앞에 오는 듯 했다.

LG는 마지막 순간 단단함을 되찾았다. 1쿼터 시작과 함께 야투 8개를 놓쳤다. 프로농구 팀 같지가 않았다. 하지만 LG는 공격 리바운드가 재차 공격권을 따내며 득점을 만들어냈고 무엇보다 첫 쿼터 내내 실책을 1개도 하지 않았다. 잘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아쉬움을 만회해가면서 버티고 또 버텼다.

LG는 계속 이렇게 버텼다. 후반 내내 SK의 추격에 맞서면서 한 번도 리드를 넘겨주지 않았다. 종료 5분 전 10점 차로 앞섰지만 김형빈에게 3점슛 2개를 내주며 흔들린 끝에 55-53, 2점 차로 쫓겼다. 게다가 타마요는 5반칙으로 코트를 떠났다. 6차전의 악몽이 떠오를만 했다.

하지만 SK 김태훈이 자유투 2개 중 1개를 놓쳐 동점을 만들 기회를 날렸다. 이후 SK는 세 차례 야투 시도를 모두 실패했다. LG는 마레이의 득점으로 점수차를 벌려 승기를 잡았다. 이후 SK의 반칙 작전 때 유기상이 침착하게 자유투를 넣어 승부를 결정했다.

우승이 확정되고 조상현 LG 감독은 오열했다. 3연승 이후 역 스윕을 당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누구보다 긴장했을 것이다. MVP는 베테랑 허일영이 차지했다. 허일영은 7차전에서 25분 동안 14점(3점슛 5개)을 기록했다. 그의 활약이 없었다면 LG가 승리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그는 7차전의 히어로였다.

LG 유기상. KBL LG 유기상. KBL LG 조상현 감독. KBL LG 조상현 감독. KBL 
기자는 LG의 우승 직후 회사 유튜브 '빡센농구' 리뷰를 진행했다. 많은 농구 팬들이 "LG는 미래가 더 밝다"라고 입을 모았다. 사실이다. 양준석, 유기상, 타마요 등 2001년생 선수들이 우승의 주역이다. 젊은 팀으로 탈바꿈하는 과감한 시도가 우승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프로 스포츠 무대에서 흔치 않다.

그 어려운 일을 LG가 해냈다. 28년 만의 첫 우승만으로도 감격스러운데 밝은 미래까지 손에 넣었다. LG는 이제 프로농구 챔피언이다. 심지어 미래가 굉장히 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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