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민군사령관. 연합뉴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15일(현지시간) 주한미군의 역할과 관련해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의 위협을 상대하는데 있어 한국에 지상군을 계속 주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브런슨 사령관은 이날 하와이에서 열린 미국 육군협회(AUSA) 심포지엄에서 "광활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군사 작전을 어렵게 하는 '거리의 횡포'(tyranny of distance)를 극복하는데 한국에 주둔한 미군이 큰 역할을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른바 주한미군의 역할 조정 가능성을 제기한 것인데, 주한미군사령관이 공개적으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표명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브런슨 사령관은 이어 "한국은 베이징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동맹이자 일본과 중국 본토 사이에 떠 있는 고정된 항공모함 같다"며 "한국의 지리적 위치가 전략적으로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주한미군은 북한을 격퇴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며 "주한미군은 북한·러시아·중국 지도부의 셈법을 바꾸고, 어느 충돌에서든 미국의 고위급 지도자들에게 선택지를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언급은 미국이 주한미군의 활동 범위를 한반도로 국한하지 않고 중국의 대만 침공 등 동북아의 다양한 지정학적 위기에 투입하는 '전략적 유연성'을 추구할 것이라는 관측과 일맥 상통한다. 
 
앞서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북핵 협상에 참여한 랜들 슈라이버 전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 차관보도 "한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더 큰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이런 요구가 거세질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이렇게 될 경우 미·중 간 무력분쟁이 발생했을 시 주한미군이 동원될 수 있다는 것이어서 한국도 뜻하지 않은 전쟁에 휩쓸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이와함께 브런슨 사령관은 한국의 조선 분야 역량에 대한 칭찬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최근 한화오션이 미 해군 수송함 '시저 차베즈'의 정비를 끝냈는데 "새 것일 때보다 나아 보였다"면서 "한국의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역량이 미군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활동하는데 크게 도움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브런슨 사령관은 북·러 간 협력에 대해 "북한이 러시아에 병력을 파병한 대가로 기술 지원을 받는 게 우려된다"며 "북한은 러시아와의 협력이 없었다면 수년이 걸렸을 도약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