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정신대 할머니 눈물 외면하는 외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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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손해배상 소송은 사인 간의 문제, 입장표명 부적절"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이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을 바라보는 외교부의 시각이 논란을 낳고 있다.

한일 양국을 오가며 힘겨운 소송을 벌이는 할머니들을 도와달라는 호소에 외교부는 정부가 개입할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외교부의 방관적 태도는 최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박주선(무소속) 의원의 질의에서 다시 확인됐다.

할머니들이 광주지법에 낸 손해배상 소송에 대한 입장과 대응방안을 묻는 박 의원의 질의에 외교부는 "재판이 진행 중인 사인 간의 민사소송에 대해 정부가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부적절한 것으로 사료된다"고 답변했다.

박 의원은 원고들이 80대 고령이고 미쓰비시 측이 재판 지연을 유도할 수도 있는 상황을 감안해 신속한 재판이 이뤄지도록 외교적 노력을 요청했다가 차가운 반응에 가로막혔다.

외교부는 2005년 총리실 산하 민관공동위가 밝힌 입장으로 정부의 답변을 갈음했다.

총리실 산하 민관공동위는 당시 "청구권 협정을 통해 일본으로부터 받은 무상 3억불은 강제동원 피해보상 문제 해결 성격의 자금 등이 포괄적으로 감안돼 있다고 봐야한다"고 밝혔다.

정부끼리 문제는 해결됐으니 개인 간 문제에는 개입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외교부는 법적·도의적 측면에서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지원이 부족한 부분이 있었는지, 어떤 지원이 가능한지 범정부 차원에서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은 혀를 찼다.

국가가 주권을 지키지 못해 국민이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본 손해를 배상받겠다는 소송을 외국 회사와 개인 거래로 생긴 손해배상쯤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시민모임은 광주지법 소송 이전에 일본에서 벌인 10년간 소송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외교부에 도움을 요청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모임은 당시 시민단체 역량의 한계를 절감하고 소송 진행 등 할머니들을 돕는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외교부의 한 국장은 "여러분이 일본 공항에 도착하면 숙소까지 차편은 제공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시민모임 측은 전했다.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 가운데 한 명은 외교부의 지속적인 냉대에 "한국인지, 일본인지 국적을 알 수 없는 정부"라고 항의하며 국적 포기를 선언한 적도 있다.

외교부의 태도는 사법부의 행보와도 상당히 배치된다.

대법원은 지난해 5월 24일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임금 청구 소송에서 "한일 청구권 협정 해석을 통해 개인 청구권이 소멸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할머니들은 이 같은 판결을 근거로 광주지법에 소송을 냈다.

광주지법 재판부는 미쓰비시 측 변호사의 재판 연기 요청에 "전화도 잘되고 일본은 금방 왔다갔다할 수도 있다"며 신속한 재판 진행 의지를 비치기도 했다.

김희용 시민모임 상임 대표는 "국가 간 청구권 협정만 자꾸 반복하는 외교부가 답답하다"며 "이런 내용이 알려질수록 미쓰비시 측은 한국 정부의 태도를 악용해 할머니들의 주장을 들어줄 필요가 없다고 맞설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탄했다.

할머니들의 소송을 대리하는 이상갑 변호사는 "비슷한 문제를 겪은 중국 정부는 일본 정부와 기업들을 압박하는 논평을 내기도 했고 기업들은 소송에서 이기고도 중국 내 기업활동을 위해 피해자들에게 사죄하고 협상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며 "한국에서도 이윤을 추구하려면 정부 방침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미쓰비시의 입장을 고려했을 때 정부의 태도는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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