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사당 중앙홀(로텐더홀)에서 제21대 대통령 취임사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향후 주택과 부동산을 둘러싼 정책에 변화가 생길지 이목이 쏠린다. 특히 수요가 집중된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공급 부족으로 시장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이를 잠재울 방안을 내놓을지가 관심사다.
이 대통령은 선거기간 동안 부동산 공약과 관련해 '공급 확대'를 큰 줄기로 잡았다. 세금 규제를 통한 가격 억제가 아닌 공급에 방점을 뒀다. 이전 민주당 정부와 차별화를 뒀지만, 구체적인 계획과 실행 방안을 제시하지 않아 여전히 의문 부호가 남는다.
5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선거기간 중에 발표한 '제21대 대통령선거 정책공약집'에서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부동산 공급 정책에 집중하겠다"고 방향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초고가 아파트 가격상승 억제 중심에서 중산층·저소득층을 위한 주택공급 중심의 주거 정책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주택공급 신속인허가 제도를 도입해 인허가 기간을 줄여 사업비를 절감하고 이를 통해 분양가를 낮추도록 유도하겠다는 내용도 담았다.
재건축·재개발 규제 합리화와 용적률·건폐율 완화 등도 공약했다. 공공 임대주택의 점진적 확대, 1인 가구와 청년 주택 지원 등과 같은 주로 공급 위주의 정책도 예상된다.
공공 부문에서 이 당선인은 맞춤형 공공분양, 고품질 공공임대 주택 공급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고도 밝혔다.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에서 공공임대주택을 늘리고 민간주택 사업에서 공공주택을 의무화하거나, 돌봄서비스 특화 주택, 부담가능주택(affordable housing) 등 다양한 형태의 공공주택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연합뉴스반면 부동산 세제와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공약을 제시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지난 문재인 정부 시절 세금으로 집값을 잡겠다는 방식은 취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새정부가 공급 확대 기조를 밝히긴 했지만, 단기간에 부족 사태를 해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3기 신도시 용적률을 높여 우선 공급을 늘리는 방안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3기 신도시 용적률을 확대하거나 공원 녹지 비율 등을 축소하면 주택을 대략 20만호 정도 더 공급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면서 "가장 최우선으로 공급 확대에 필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고 이 부분은 정부 의지대로 추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3기 신도시 물량을 확대한다는 것은 앞으로 5년 안에 입주한다는 가능성이 있는 것"이라며 "1~2년 이내에 분양하고 5년 안에 입주한다면 (시장에)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효과도 있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재초환) 폐지와 재개발·재건축 과정에서의 절차 간소화 등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얻은 수익 일부를 정부가 세금으로 환수하는 제도다. 조합원 1인당 초과 이익이 8천만원을 넘을 경우 초과 이익의 최대 절반을 부담금으로 환수한다.
다만 재초환은 새정부에서도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후보 시절 재개발·재건축과 관련한 규제 완화를 공약했지만, 재초환 폐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재건축으로 인한 과도한 이익은 사회 공공을 위해 환원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온 만큼 우선은 유지한 뒤 부담 수준을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이재국 한국금융연수원 교수도 "개인적으로는 재초환 폐지가 맞다고 보지만 이재명 정부는 공공성, 공익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며 "수익에 대한 것을 공공으로 분배하겠다는 방향인데 (재초환 폐지가) 지금 정부 기조와 맞을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정부가 공급 확대 방침을 밝혔지만, 공급은 현실적으로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며 "공급을 늘리면서 어느 정도 공급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때까지 수요 부분을 억제해야 하는데 균형 잡힌 정책을 내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