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주택가에 가스계량기가 설치돼 있다. 류영주 기자대전 유성구에서 학교 예술강사로 일하는 A씨는 최근 한숨이 늘었다. 월 평균 230만 원을 버는데 지난 1월 난방비가 41만 원, 지난달 난방비는 32만 원으로 소득의 15~20%가 난방비로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생활비가 부족해진 A씨는 어쩔 수 없이 추가 일자리를 구해야 했다.
서울 동작구에서 배달하는 라이더 B씨도 난방비와 물가 인상이 걱정이다. B씨는 월 평균 200만 원을 버는데, 지난 1월 11만 원, 지난달 12만 원을 난방비로 지출했다. 작년 대비 난방비가 40%나 늘었다. B씨는 "배달 콜이 줄어 수입은 줄었는데 난방비와 물가 인상으로 생활이 어려워 소비를 줄이고 있다"고 털어놨다.
연합뉴스
저임금 노동자들이 '난방비 폭탄'으로 인한 생활고를 호소하면서 실질임금 인상을 요구했다.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서비스연맹)은 16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저임금 서비스 노동자 난방비 폭탄, 물가 인상 실태조사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고물가, 고금리로 고통받는 노동자의 실질임금을 대폭 인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비스연맹 정책연구원이 월 평균 임금 300만 원 이하의 조합원 105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은 작년보다 올해 난방비가 20~30% 늘었다고 응답했다.
응답자의 월 평균 임금은 206만 원으로 올해 최저임금액(201만 원)과 비슷했는데, 지난 1월 난방비 평균은 18만 3천 원으로 월 수입의 9%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월 소득이 100만 원 이하의 경우 월 난방비가 18%를 차지해, 저임금 노동자일수록 난방비 폭등으로 인한 생계의 어려움이 가중된 것으로 드러났다.
난방비 등 오른 공공요금과 물가 인상에 응답자 80%는 "소비를 줄이고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 40%는 대출을 늘렸다고 답했고, 10%는 추가로 일자리를 구했다고 했다. 가장 많이 소비를 줄인 항목은 식비이며, 그 다음으로 공공요금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비스연맹은 "윤석열 정부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개혁을 얘기하면서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의 임금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지만 최저임금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을 내놓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물가, 고금리로 고통받는 노동자들에 대한 대책은 실질임금 인상이며 최저임금 노동자에게는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