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3선 중진인 박완주 의원이 성비위 사건으로 제명되면서 여야 모두 민심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민의힘은 '성범죄 DNA'라며 민주당을 향해 총공세를 펴고 있고, 민주당은 '일꾼론'을 내세우며 국면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지방선거 대진표 완성…최대 격전지는 수도권
윤창원 기자13일 오후 6시를 끝으로 6.1 지방선거 후보 등록이 마무리되며 대진표가 완성됐다. 최대 격전지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사활을 걸고 있는 곳은 수도권이다. 서울은 현직 시장인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후보가 맞붙고, 인천에서는 국민의힘 유정복 전 시장과 재선에 도전하는 민주당 박남춘 시장의 리턴매치가 성사됐다.
지난 대선의 연장전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경기지사 선거에는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김동연 후보가 박빙 승부를 이어가고 있다.
또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싹쓸이'에 성공했던 충청권에서는 △이장우-허태정(대전) △김태흠-양승조(충남) △김영환-노영민(충북) △최민호-이춘희(세종) 후보가 겨룬다.
이외에도 △주기환-강기정(광주) △박형준-변성완(부산) △김두겸-송철호(울산) △홍준표-서재헌(대구) △조배숙-김관영(전북) △이정현-김영록(전남) △허향진-오영훈(제주) △박완수-양문석(경남) △이철우-임미애(경북) 후보 등이 일찌감치 광역단체장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성비위 악재' vs '이재명 효과', 경기-인천 민심 향배는
현재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광역단체장 17곳 중 과반인 9곳에서 승리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다만, 민주당 내 성비위 시건이라는 대형 변수가 불거지면서, 영호남 등 각 당 지지층이 확고한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선거 구도가 크게 요동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젊은층이 다수 거주하는 경기지역 표심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헤럴드경제 의뢰로 지난 10~11일 경기도 거주 만 18세 이상 802명을 대상으로 경기도지사 후보 지지도를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5%포인트)한 결과, 김동연 후보는 42.4%, 김은혜 후보는 41.8%로 오차범위 내 초접전 상태다.
박완주 의원의 성비위 문제가 반영되기 이전 조사인데, 일단 민주당은 박 의원의 거취를 신속히 결정하고, 즉각 사과하는 등 파장을 줄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동시에 13일에는 중앙선대위 회의를 김동연 후보 사무실에서 열고, 국민의힘을 향해 역공을 펼치기도 했다. 박지현 비상대책위원장은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에 공직자 비리 척결에 동참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성상납과 증거인멸 의혹을 받고 있는데 징계 절차를 지방선거 이후로 미루기로 했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또 정책 역량을 강조하는 '일꾼론'을 내세우며 국면 전환에 나섰다. 이재명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이제는 소를 키울 때다. 소를 키울 유능한 민주당 후보들을 선택해달라"며 김동연 후보에 대한 지지를 촉구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국민의힘은 민주당에서 연달아 불거진 성비위 문제를 부각시키며, 공세를 펼치고 있다. 김기현 전 원내대표는 이날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민주당에서 박원순, 오거돈, 안희정을 관통하며 이어진 성범죄 DNA는 개선은커녕 더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성범죄의 전문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김은혜 후보 측에서는 이번 성비위 문제가 중도층 표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후보측 관계자는 "유권자들이 민주당에서는 성비위 사건이 반복되고 고쳐지지 않는다는 점을 인식했을 것"이라며 "성범죄의 주된 피해자인 여성 유권자들이 민주당을 선뜻 지지하기는 어려워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인천시장 선거도 이재명 선대위원장의 계양을 보궐선거 출마에 이어 성비위 사건이라는 변수가 나타나며 형세 판단이 쉽지 않다.
뉴스더원이 여론조사업체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0~11일 인천 거주자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 인천시장 후보 지지도는 유정복 국민의힘 후보 44.6%, 박남춘 민주당 후보 41.2% 였다.
민주당은 '이재명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보고 있지만, 성비위 문제의 파장을 주시하고 있다. 이 위원장 캠프 관계자는 "최근 박남춘 후보 지지율을 보면 확실히 상승 추세로 이재명 붐업 효과가 분명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면서도 "최근 당내 성비위 문제가 터져 당분간 지켜봐야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반대로 국민의힘에서는 '이재명 역효과'을 거론하며, 기존의 우세가 굳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정복 후보 측 관계자는 "인천 시장을 뽑는 선거인데 야권에서는 이재명 위원장의 등판으로 박남춘 후보가 안 보이고 있다"며 "대학가 중심으로 성비위 문제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커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박완주 기반은 충남 최대 천안…민주 "당혹 속 거리두기" 국힘 "역전"
연합뉴스특히, 박완주 의원의 지역구인 천안은 충남 최대 도시로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인데, 민주당 입장에서는 최근 3연승을 거뒀던 충남지사 선거 자체를 걱정할 수밖에 없는 상태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요청으로 험지에 나선 김태흠 후보가 역전을 노려볼 수 있는 구도가 형성됐다.
한국갤럽이 중앙일보 의뢰로 지난 1~2일 충남지역에 거주하는 성인남녀 802명을 대상으로 충남지사 후보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민주당 양승조 후보는 46.0%를 얻어 국민의힘 김태흠 후보의 39.6%를 6.4%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포인트)
양 후보가 유리한 상황이지만, 김 후보 측에서는 여야가 뒤바뀐 상황에서 나온 성비위 문제로 천안을 포함한 충남 민심에 큰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 후보측 관계자는 "지역에서는 정말 박완주 의원 개인의 일탈인지, 또 다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며 "젊은층과 여성 유권자 중심으로 실망하는 여론이 확산되지 않을까 전망한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관계자도 "양 후보가 현직 프리미엄을 가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사태와 김 후보의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 강한 리더십 등이 부각된다면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에서는 갑작스러운 악재에 당혹스러워하면서도 양 후보 자체의 문제는 아니라는 점에서 거리두기를 시도하고 있다. 천안지역의 한 출마자는 CBS노컷뉴스에 "지방선거는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지만 정당간 바람을 무시 못하는 선거이기도 하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지역 유력 정치인의 성비위 사건은 정말 치명적"이라고 토로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