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사흘 만에 18개 부처 중 14개 부처 장관 인선을 마무리하며 내각 구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측근으로 꼽히는 한동훈 법무장관 후보자까지 임명 수순에 돌입한 가운데
'아빠찬스' 논란 주인공인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를 두고 고심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은 13일 오후 권영세 통일부·원희룡 국토교통부·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대한 임명을 재가했다. 전날 인사청문회를 거친 권 후보자는 더불어민주당이 청문보고서 채택에 동의했지만, 원희룡‧박보균 후보자는 야당의 비토 속에 임명을 강행한 것이다.
이날 추가로 장관 3명이 임명되면서 새 정부에서 임명이 완료된 장관은 모두 14명으로 늘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박진 외교부‧이상민 행정안전부‧이정식 고용노동부‧조승환 해양수산부‧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종섭 국방부‧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한화진 환경부‧이영 중소벤처기업부‧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이날 3명을 추가된 것이다. 18개 부처 중 14개가 완료되면서 나머지 4개 부처만 남은 셈이다. 정호영 보건복지부‧한동훈 법무부‧김현숙 여가부 장관 후보자 등 3명은 아직 임명이 안 됐고, 교육부는 김인철 전 후보자의 자진 사퇴로 미정인 상태다.
윤 대통령이 이날 오후 국회에 한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오는 16일까지 요청한 점을 고려하면 조만간 임명 강행 쪽에 무게가 실린다. 김현숙 후보자는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았지만,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임명 강행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공석인 교육부를 제외하면 사실상 정 후보자만 남게 된 셈이다. 자녀들의 의대 편입 과정에서 '아빠찬스' 사용 의혹을 받고 있는 정 후보자에 대해선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온 바 있다. 윤 대통령이 '공정'의 가치를 전면에 내걸고 대선을 치른 만큼 입시부정 의혹이 드러날 경우 자칫 '조국 시즌2'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인사청문회가 열리기 전부터 낙마 1순위로 꼽혔던 정 후보자는 지난달 말 여야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공방전이 벌어지는 바람에 여론의 주목도가 낮아지면서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했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민주당의 반대로 여전히 국회 인준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내에선 정 후보자를 막판 빅딜의 카드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 정부 '발목잡기' 여론이 일면서 민주당 내부에서도 한 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준에 동조하는 의견이 차츰 나오고 있다. 특히 이재명계 좌장으로 꼽히는 정성호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서 "한 후보자에 대한 조건 없는 인준 표결을 해야 한다"고 공개 의사를 밝히면서 파장이 일었다.
윤 대통령 입장에선 민주당이 한 총리 후보자 인준에 동의하는 조건으로 정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는 안은 그다지 나쁘지 않은 시나리오라는 분석이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새 정부 출범에서 국무총리가 가장 중요한 자리이기 때문에 한 후보자 인준을 중심으로 정국 구상을 하고 있다"며 "정 후보자에 대해선 일반 여론도 좋지 않기 때문에 적절한 낙마 타이밍을 보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도 통화에서 "당내에서도 정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윤 대통령에겐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당내 의견을 핑계로 부적절한 인사들을 쳐내고 국민 여론 눈높이에 맞춰서 나가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