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랭킹 뉴스

'게임 캐릭터가 아파트 값'…도 넘은 모바일 게임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닫기

- +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게임 이용자들, 도넘은 구매 유도에 청원 ·불매 운동
정부는 게임산업 진흥 위한다며 구매 제한 폐지
시민단체 "구매 제한 폐지, 오히려 게임산업 망쳐"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로 부쩍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진 김모(31)씨. 최근 친구의 권유로 시작한 모바일 게임이 화근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게임을 하면 할수록 아이템을 사지 않으면 진행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다른 게이머들과 어울리기도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가볍게 3만3천원을 결제했다. 이 상품은 아이템을 뽑기와 같은 방식으로 구매하는 확률형 아이템이었다. 게이머가 돈을 내고 아이템이 들어 있는 '랜덤 박스'를 구입하면 정해진 확률에 따라 아이템이 지급된다. 성능이 좋은 아이템일수록 당첨 확률이 낮다.

김씨는 "처음에는 결제한 돈에 비해 굉장히 좋은 아이템이 나왔는데, 그게 이렇게 빠져들게 할 줄은 몰랐다"며 "레벨이 오르고 상위 그룹으로 갈수록 고급 아이템 없이는 게임을 진행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급격히 빠져든 김씨가 아이템 구매에 사용한 한 달 결제금액은 1천만원에 달했다.

◇ 게임중독 질병에도 사행성 물든 모바일 게임

지난해 세계보건기구 WHO는 게임 중독을 공식적으로 질병으로 분류했다. 하지만 국내 게임업계는 갈수록 도박처럼 사행성을 자극하는 아이템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어 오히려 중독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게임 아이템 거래 사이트에서는 이미 수 만원대에서 수 억원까지 상상을 초월하는 아이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에는 한 BJ가 '리니지2M'의 한 캐릭터를 6억원에 판매한다는 방송을 해 눈길을 끌었다. 이 BJ는 해당 캐릭터에 수십억원 투자했다고 홍보했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M'의 경우 출시 때부터 사행성 게임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 게임은 전형적인 확률형 아이템 방식을 취하고 있다. 1회 아이템 구매로 가장 높은 등급이 나올 확률은 0.00245~0.00490%다. 1회 구매 비용이 3천원인 점을 감안하면 확률상으로는 6천만원 이상이 필요한 셈이다.

게임에서 이기려면, 혹은 잘하려면 돈을 내고 아이템을 구매해야 하는 '페이투윈(pay to win)' 구조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한 게이머는 "운이 좋아서 고급 아이템이 나오면 거래 사이트에서 고가에 팔 수 있다"며 "게임이 복권처럼 '돈 놓고 돈 먹기'가 돼 쉽게 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넥슨의 축구게임 피파온라인4(피파4)의 경우도 게이머들이 나서서 '무과금 운동'을 벌이고 있다. 게임에 더 이상 돈을 쓰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넥슨은 올해 한 달에 한 번꼴로 새로운 '선수팩'(게임아이템)을 내놓고 있다. 그런데 새로운 선수들의 성능이 기존 선수들에 비해 월등히 좋게 설정함으로써 구매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 모바일 게임 규제 목소리 높아지는데, 정부는 역행

국내 게임업계의 사행성 조장이 도를 넘었다는 비판속에 지난 4월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확률형 뽑기 아이템을 규제해 달라는 청원글들이 연이어 올라왔다.

모바일 게임을 운영하는 국내 대형 게임업체가 판매하고 있는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공지하고 1일 결제 한도를 제한해 달라는 내용이다.

이처럼 과도한 사행성 조장을 막아달라는 이용자들의 요구에도 정부는 게임산업 진흥을 이유로 게임업계의 입장만 대변해 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6월 게임물관리위원회 규정 개정을 통해 50만원으로 제한 돼 있던 PC·온라인게임 성인 월 결제한도를 폐지해 최소한의 안전장치마저 해제해 버렸다.

당시 박양우 문광부 장관은 "의사 결정 능력이 있는 성인들을 대상으로 결제한도를 두는 것은 옳지 않다"며 "후속 조치를 취해 온라인게임 월 결제한도를 풀 것"이라고 밝혔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게임산업 진흥과 사행성 조장에 대한 규제는 분명히 구분해야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과거 게임업체의 주요 수익원은 '게임의 판매'였다면 지금은 아이템, 직업 등 다양한 콘텐츠를 판매해 수익을 올리는 구조"라며 "접속자 수가 아닌 판매 수익이 게임의 성공과 실패를 나누는 잣대가 된 것인데, 성공한 해외 게임들을 보면 여전히 아이템 판매보다는 게임상의 재미를 우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게임이용자보호시민단체협의회 관계자도 "현재 모바일 게임의 행태를 보면 이용자들은 게임을 즐기는 게 아니라 도박을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며 "게임이 돈과 연결돼 있다 보니 불법 이용자, 작업장 등이 생겨나 게임 산업은 오히려 기형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0

0

오늘의 기자

실시간 랭킹 뉴스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