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제공순직 해병 수사외압 사건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당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가 걸려온 장소를 윤석열 전 대통령이 사용하던 공간들로 특정했다. 윤 전 대통령이 임성근 전 해병대1사단장 등 채모 상병 순직 책임자들에 대한 보고를 받고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이른바 'VIP 격노설'이 점차 구체화되는 모습이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수사3부(이대환 부장검사)는 'VIP 격노설' 당일인 2023년 7월 31일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건 '02-800-7070' 번호가 윤 전 대통령 부속실을 비롯해 집무실 등 공간에서 이용된 것으로 확인했다.
지난달 7~8일 공수처는 용산 대통령실과 국가안보실을 압수수색하고 대통령실의 협조를 받아 '02-800-7070' 통신 서버 기록을 확보해 조사해왔다.
다만 윤 전 대통령이 사용하는 여러 공간에서 이용되는 번호이기 때문에 한 군데를 특정하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전화 발신 시각이 오전 11시 54분으로 근무시간인 점이나 윤 전 대통령의 당일 동선 등 여러 정보를 토대로 발신자를 확인하기 위한 추가 수사를 벌이고 있다.
'VIP 격노설'은 윤 전 대통령이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조사 결과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할 예정이라는 보고를 받은 후 격노해 이 전 장관에게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는 의혹이다. 이 전 장관은 '02-800-7070' 번호 전화를 받아 168초간 통화한 후 이첩 보류 지시를 내렸다.
공수처는 향후 통화 당사자인 이 전 장관 등 사건관계인에 대한 소환조사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