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가 알려주는 '요즘 산후조리'…잘못된 상식은 거르세요[의사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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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운동, 영양, 휴식 세 가지를 중점으로 산후조리 필요해
무조건 쉬기만 해서는 휴식 더뎌…초기부터 많이 움직여야
옛날에는 영양 부족이 문제, 요즘은 영양 과잉 더 많아
수유 중엔 중금속 오염 음식 조심해야


산모들은 10개월 동안 아이를 품는다. 그동안 많은 것들을 참아가며 출산을 했기에 억누르고 있던 욕구들을 한 번에 분출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출산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몸 관리의 시작이다. 흔히 임신 중에는 산모들이 음식과 활동에 매우 민감하게 신경을 쓰지만, 산후에는 그렇지 못해 몸을 망치는 경우가 많다. 산모의 몸은 아이를 낳는 과정에서 여성의 몸은 근육, 골반, 호르몬, 수면까지 모든 것이 뒤틀리는 큰 변화를 겪는다. 그 변화는 단순히 회복을 기다린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산모가 적극적으로 예전으로 돌아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산후 6주, 이른바 '산욕기'는 몸이 원래대로 돌아가기 위한 결정적인 시기이며,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산후 비만과 후유증, 나아가 장기적인 건강까지 영향을 미친다.

서울의료원 산부인과 황인철 과장은 CBS 경제연구실 채널의 '의사결정' 유튜브에 출연해 "시대가 달라졌기 때문에 과거의 방식대로 푹 쉬기만 한다거나, 보양식에 기대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하며, "출산 후에는 반드시 체계적인 운동과 영양, 수면, 이 3가지를 중점으로 산후 관리를 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무조건 편히 있어라? 회복 더 늦어질 수 있어

출산은 마치 몸 전체가 해체됐다 다시 조립되는 과정과도 같다. 황 원장은 "3~4kg의 아기를 낳기 위해 골반이 벌어지고, 전신 근육이 수축하는 등 몸의 구조 자체가 크게 변형된다"라고 설명했다. 이 변화는 산욕기 동안 점차 회복되는데, 이때 누워서 쉬기만 하면 오히려 회복이 더뎌지고 근육이 더 빠질 수 있다. 오히려 몸이 돌아가는 시기에 산모의 노력이 더해져서 빨리 잘 돌아갈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따라서 출산 직후에는 가능한 한 조기 보행과 가벼운 스트레칭부터 시작하고, 2주 후부터는 간단한 근력 운동, 6주 차에는 유산소 운동을 더해 점진적으로 몸의 기능을 회복하는 것이 좋다. 또 배가 많이 나와있다면 복부 운동 등을 병행해서 배가 잘 들어갈 수 있도록 신경을 써줘야 한다. 특히 제왕절개를 한 경우 복벽 회복에 더 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반드시 복부운동을 해주는 것이 좋다.

'산모의 수면'이 보장될 수 있게 주변에서 도와줘야

황 원장은 산후조리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로 '수면'을 꼽았다. "출산 후 초반에는 아이는 배고파도 울고, 기뻐도 울고, 이유 없이 울기도 한다"며, "이때 산모가 제대로 된 수면을 취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황 원장은 지적했다. 이러한 수면 부족은 체력 저하와 함께 산후 우울감까지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보완 대책이 필요하다. 산모와 아이가 최대한 수면 사이클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고, 특히 아빠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황 원장은 "남편이 퇴근 후 일정 시간만이라도 아이를 돌보며 아내가 깊은 수면을 취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보양식은 오히려 독…칼로리 낮고 단백질 위주의 식단 필요

서울특별시 서울의료원 황인철 주임과장. '의사결정' 유튜브 캡처서울특별시 서울의료원 황인철 주임과장. '의사결정' 유튜브 캡처
예전에는 출산 후에는 기력을 회복한다는 이유로 여러 보양식을 찾는 경우가 많았다. 또 시댁에서 몸에 좋다는 진귀한 음식들을 보내주기도 했다. 하지만 황 원장은 이러한 것들을 되도록 먹지 않을 것을 당부했다. 대부분의 보양식들이 고지방·고콜레스테롤 식단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영양 부족이 흔해 산모가 자신의 모든 영양소를 최대한 끌어다가 출산하는 데에 썼지만, 요즘은 영양 상태가 좋아져 산모가 영양 과잉 상태에서 출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오히려 출산 후 남아 있는 에너지를 제대로 소비하지 않으면 산후 비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 황 원장은 "단백질 위주의 식사와 함께 하루 1500~2000kcal 사이로 열량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수유 중엔 '중금속 노출 음식' 조심해야

모유 수유를 하는 산모들은 "매운 걸 먹으면 아이 항문이 빨개진다"거나 "커피를 먹으면 안 된다"는 식의 말들을 종종 듣곤 한다. 이에 대해 황 원장은 "너무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웃으며 "대부분 잘못된 속설인 경우가 많다"고 바로 잡았다. 매운 음식은 산모에게도 좋지 않아 자극적인 음식은 가능하면 피하는 것이 좋지만, 아이의 피부색 등에는 큰 영향이 가지는 않기 때문이다. 다만, 음식이 중금속에 오염되거나 노출되는 것은 아이에게 좋지 않을 수 있다. 그러므로 수산물을 섭취 시, 내장이나 뼈를 피하고 흰 살 생선을 위주로 먹는 것이 안전하다. 또한 산모에게 흔히 나타나는 변비를 예방하기 위해 식이섬유와 유산균을 충분히 섭취하고, 장 건강을 회복시키는 식단을 구성하는 것이 수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산후 관리는 함께하는 것…남편의 역할이 절반

서울특별시 서울의료원 황인철 주임과장. '의사결정' 유튜브 캡처서울특별시 서울의료원 황인철 주임과장. '의사결정' 유튜브 캡처
끝으로 황 원장은 "산후 관리는 아내 혼자 감당하는 몫이 아니다. 남편이 50% 이상 함께 해야 건강한 육아와 회복이 가능하다"라고 강조했다. 아이를 10개월 동안 품고 낳는 것은 아내의 몫이지만, 기르고 산후 관리에 힘쓰는 것은 부부의 공동 책임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산모는 출산 이후 급격한 신체 변화와 수면 부족, 호르몬 변화로 인해 심리적·육체적으로 큰 부담을 겪는다. 이런 상황에서 남편이 육아와 가사에서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산모의 정서적 지지자가 되어주는 것이 회복에 큰 힘이 된다. 황 원장은 "함께 수면을 챙기고, 산모의 식사와 운동을 응원하고 도와주는 것이야말로 진짜 산후조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가 함께 하고 있다는 안정감을 주는 것이야말로 가장 효과적인 방법"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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