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무기력한 이유, 나이 아니라 이 것 때문[의사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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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나이 들었다고 다 무기력하지 않아…증상 있다면 의심해야
평소 우울증과 거리 멀었어도 '노인 우울증' 올 수 있어
의심이 되면 바로 병원으로 가서 빠른 치료 추천해
방치하면 여러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어


은퇴 후 삶이 무기력하고 우울감이 들 때가 있다. 자꾸 누워 있는 것이 좋고, 대화도 줄고, 친구도 잘 안 만나게 된다면 이것은 단순한 노화가 아니라 '노인 우울증'일 수 있다. 만약 부모님에게 이러한 현상이 있다면 '노인 우울증' 의심하고 병원에 모시고 가는 것이 좋다. 노인은 우울해도 적극적으로 표현하지 않아 가족이 눈치채기 어렵기 때문이다. 노인 우울증을 방치할 경우 삶의 질 저하는 물론 노인 자살의 위험까지 높아지기 때문에 조기 발견과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강동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황재연 교수는 CBS 경제연구실 유튜브 채널의 '의사결정'에 출연해 "노인은 기운이 없고 우울한 게 당연하다는 인식은 편견"이라며 "질환에 의한 증상일 가능성이 크므로 안일한 생각으로 조기에 치료를 받는 것을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노인 우울증을 구분하는 방법과 치료, 예방법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나이 들면 무기력하다는 인식, 사실은 위험한 편견


강동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황재연 교수. '의사결정' 유튜브 캡처강동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황재연 교수. '의사결정' 유튜브 캡처
"어르신이 기력이 없고 재미도 없어 하시는 건 나이 들어서 당연한 일 아닌가요?" 많은 이들이 이렇게 말하지만, 이는 사실 위험한 편견이다. 실제로 모든 노인들이 다 그런 상태는 아니며, 문화센터를 다니거나 친구들과 여행을 다니며 활기차게 사는 노인도 많다. 또 어떤 어르신들은 일정을 짜고, 배우는 일에 도전하고, 하루하루를 즐기기도 한다. 무기력해진 자신의 모습을 보며 "나이 때문이야"라고 넘기지 말고, 오히려 이전과 다른 모습이라면 그 이유를 찾아봐야 한다. 무기력은 자연스러운 노화가 아니라, 노인 우울증의 신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젊을 땐 괜찮았어도 노년엔 우울증 올 수 있어


"저희 부모님은 원래 낙천적인 성격이에요", "전 원래 우울증 같은 거랑 거리가 멀어요" 이런 말도 노인 우울증 앞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 황 교수는 "젊었을 때 우울증을 겪지 않았던 분도 노년에 처음 우울증을 경험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고 말하며 "노년에는 갑작스럽게 그동안 겪지 않았던 삶의 환경 자체가 크게 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변의 친구들이나 배우자가 떠나는 등의 반복되는 상실감, 은퇴 후의 역할의 축소, 신체 기능 저하, 소득 감소 등은 누구에게나 큰 심리적 충격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젊었을 때는 명랑했던 사람도, 이런 변화에 충분히 취약해질 수 있다. 특히 황 교수는 "낙천적이고 열정적인 사람이 우울증에 걸리면 오히려 더 세게 오는 경우가 많다"고도 지적했다. 즉, 과거의 성격이나 기질만으로 현재의 상태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의심되면 바로 병원으로…체크리스트도 도움 돼


노인 우울증이 생기면 바로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는 것이 가장 좋다. 우울증은 초기에 치료할 수록 그 치료 성과가 다르기 때문이다. 만약 병원에 가는 것이 머뭇거려 진다면 간단한 체크리스트로 자가 진단이 가능하다. 대표적인 도구는 '단축형 노인 우울 척도'로, 총 15개의 문항으로 구성돼 있다. '요즘 들어 활동량이나 의욕이 많이 떨어지셨습니까?, '자신이 헛되이 살고 있다고 느끼십니까?', '생활이 지루하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까?', '평소에 기분은 상쾌한 편입니까?', '자신에게 불길한 일이 닥칠 것 같아 불안하십니까?', '대체로 마음이 즐거우신 편입니까?', '절망적이라는 느낌이 자주 드십니까?', '바깥에 나가기가 싫고 집에만 있고 싶습니까?', '비슷한 나이에 다른 노인들보다 기억력이 더 나쁘다고 느끼십니까?', '현재 살아있다는 것이 즐겁게 생각되십니까?, '지금의 나 자신이 아무 쓸모도 없는 사람이라고 느끼십니까?', '기력이 좋은 편이십니까?', '지금 자신의 처지가 아무런 희망도 없다고 느끼십니까?', '자신이 다른 사람들의 처지보다 더 못하다고 생각하십니까?'의 질문에 예·아니오로 대답하면 된다. 8점 이상이면 우울증을 강하게 의심해야 하고, 병원 방문이 권장된다.

방치하면 몸과 마음이 모두 무너진다


노인 우울증은 단순히 기분의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그대로 방치하면 건강 전반에 영향을 준다. 우울한 노인은 운동량이 줄고 식사도 건너뛰기 쉽다. 병원 약도 제대로 챙겨 먹지 않게 되고, 당뇨나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도 악화된다. 결국 체력은 더 떨어지고, 면역력이 약해져 병치레가 잦아진다. 신체 기능이 망가지면 그 자체로도 또 우울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노인 우울증은 다른 정신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황 교수는 "뇌도 몸의 일부인데, 우울증이 뇌의 노화를 촉진시킨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노인 우울증은 인지 기능 저하와 연결되며, 치매로 진행될 수 있다. 특히 자살률도 높아진다. 우리나라 노인의 자살률은 OECD 최고 수준으로, 그 이면에는 치료받지 못한 우울증이 자리 잡고 있다. 따라서 우울증을 '기분 탓'으로 넘기지 않고, 적극적으로 치료를 시도해야 한다.

운동, 단백질, 대화… 기본적인 것이 예방의 핵심


강동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황재연 교수. '의사결정' 유튜브 캡처강동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황재연 교수. '의사결정' 유튜브 캡처
노인 우울증을 예방하고 개선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운동, 균형 잡힌 식사, 사람과의 교류,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과 같은 것이 도움이 된다. 기본을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다. 황 교수는 "노인 우울증에 좋은 식단은 특별한 것이 아니고 보기에 예쁜 식단, 여러 색의 음식이 차려져 있어 골고루 먹는 식단이 좋다"고 말했다. 특히 단백질은 노인의 근육과 뇌 건강에 매우 중요하므로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또한 매일 산책을 하고, 친구를 만나며, 배우고 싶은 것을 찾아보는 일은 뇌를 자극한다. SNS를 시작하거나 스마트폰 앱을 배워보는 것도 좋은 자극이 된다. 주변에 만약 우울증이 걱정되는 노인이 있다면 관심을 가져주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혼자 두지 않는 것'이다. 가족이나 이웃이 자주 대화를 걸고, 일상을 함께 나누는 시간만으로도 우울증 예방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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