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이미지 제공미국과 중국 간 관세전쟁 휴전 소식에 안도한 한국 반도체 업계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반도체 품목 관세 조치 리스크 때문이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반도체 및 관련 장비에 대한 관세 부과를 위한 조사에 착수했고, 그 일환으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수렴을 진행했는데 미 행정부가 이르면 다음달 반도체 관세를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 업계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미중 "고율 관세 부과 90일 유예"…반도체 주가 고개 들어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이 서로에게 매긴 고율 관세를 90일간 대폭 하향하기로 합의하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는 가슴을 쓸어 내렸다.
미중 합의와 반도체 산업간 직접적 연관은 없지만 양국 갈등 심화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와 스마트폰과 PC 등에 대한 수요 둔화 우려를 덜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중 갈등이 본격화된 후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던 미국 엔비디아와 브로드컴, 대만 TSMC 등 글로벌 주요 반도체 기업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의 주가는 미중 합의 후 일제히 상승했다.
KB증권 김동원 연구원은 "미중 관세 부과로 인한 전방 수요 둔화는 반도체 업황에 치명적"이라며 "불확실성으로 작용했던 미중 관세 협상 진전에 따라 향후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DS투자증권은 "PC와 스마트폰의 최종 생산을 70% 이상 중국에서 하고 있기 때문에 단가 상승 압박에 대한 우려가 계속됐다"며 "관세 합의로 인해 정책 리스크 완화, AI 수요 재가속, 2분기 메모리 가격 상승이 함께 일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미중의 이번 관세율 인하 합의는 '90일 유예'라는 조건이 붙었고, 양국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 '관세 전쟁'이 재발발할 수 있어 반도체 업계는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모양새다.
"급한 불 껐지만 반도체 품목 관세 리스크 여전"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 연합뉴스특히 미국 정부가 예고한 반도체 품목별 관세 부과도 국내 반도체 업계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미 상무부 하워드 러트닉 장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반도체 관세와 의약품 관세를 한두 달 내 발표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대만 경제일보는 미국 상무부가 반도체 및 관련 장비에 대한 관세 부과를 위한 그동안의 조사 내용과 접수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등을 담은 요약 보고서를 조만간 발표하고, 이르면 다음달 말 반도체 관세를 발표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미국 관보에 따르면 각국 이해관계자들의 관련 의견은 총 204건 제출됐는데 국내에선 한국무역협회 등이 의견서를 제출했다.
무협은 "반도체의 경우 한국의 대미 수출은 대부분 범용재 성격의 메모리 반도체로, 미국은 한국에 반도체 장비 등 고부가 제품을 수출하며 교역에서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며 미국 내 반도체 설비투자(CAPEX) 중 37%는 한국 기업이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반도체 관세 조치로 미국산 반도체의 원가가 상승하고 핵심 소재 및 장비의 조달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한국 기업의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전한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중 관세전쟁이 간접적인 영향을 주는 리스크라면 반도체 품목 관세는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위협"이라며 "반도체 품목 관세가 부과될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는데 관세 부과 방식 및 일정이 확정되면 이후 구체적으로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 정부가 관세 압박 강도를 조절하고 있는 최근 상황을 감안하면 반도체 품목 관세 역시 제한적으로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른 관계자는 "지난달 상호 관세가 발효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유예 되고, 이후 각국이 무역 협상을 진행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반도체 품목 관세도 모든 국가에 동일하게 부과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며 "일단은 우리 정부의 협상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