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前 우크라 대사가 '원희룡 축사' 요청…금감원 집중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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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국내 1호 건설사'에서 주식시장의 대표적 '작전주'로 전락한 삼부토건. 기업가의 뒤틀린 욕망은 정권의 도움이 있을 때 날개를 단다. 때마침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장관이 바람잡이가 돼 주었고 삼부토건 주가는 두 달 만에 5배 이상 치솟았다. 기막힌 우연일까 약속된 각본일까. CBS노컷뉴스는 김건희 여사의 계좌관리인으로 알려진 이종호씨가 '삼부 내일 체크하고' 메시지로 쏘아 올린 의혹의 실체를 가장 먼저 확인한 뒤 사건의 전말을 추적해왔다. 삼부토건의 새빨간 거짓말과 윤석열 정권의 수상한 행보를 연속 보도한다.

[삼부토건의 새빨간 거짓말, 바람 잡은 尹정권②]
인당 100만원 내면 참석 가능한 민간 포럼
주가조작 본격 시작 의심된 포럼에 국토부 장관이 왜
원희룡 참석해 축사, A 전 우크라 대사가 요청
금융당국, A 전 대사 불러 경위 등 집중 조사
사건 넘겨 받은 검찰에서도 면밀히 살펴볼 듯


▶ 글 싣는 순서
①[단독]'원희룡 참석' 민간 포럼서 MOU 찍어낸 삼부토건…조작의 시작
②[단독]前 우크라 대사가 '원희룡 축사' 요청…금감원 집중 조사
(계속)
삼부토건의 주가가 급등하게 된 결정적 계기 중 하나인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의 '폴란드 우크라이나 재건 포럼'(폴란드 포럼) 참석은 A 전 우크라이나 대사의 요청으로 성사된 것으로 확인됐다.

2023년 5월 22일, 원 전 장관의 폴란드 포럼 참석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일본 히로시마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나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을 논의한 다음날 바로 연달아 이뤄진 것이다. 이러한 윤석열 정권의 행보는 삼부토건 주가조작의 재료가 된 것으로 보인다.

30일 CBS노컷뉴스 취재와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A 전 대사는 2023년 3월 원 전 장관을 지인의 소개로 만난 뒤, 폴란드 포럼의 참석과 축사 등을 요청했다. 해당 포럼에서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등이 논의되는 사정을 설명하며 원 전 장관의 참석을 부탁했다고 한다. 이에 원 전 장관은 5월 초쯤 A 전 대사의 부탁을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원 전 장관은 실제로 폴란드 포럼에 참석해 "재건과 복구는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는 것이고, 이 과정에서 한국은 좋은 파트너로서 적극 지원하겠다"며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대한 한국 기업의 참여 의지를 적극 홍보했다.

이어 "스마트시티 및 첨단 기술 기반의 교통망 조성 등 우크라이나의 인프라 재건을 위해 우수한 역량을 가진 한국의 공공기관과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다리를 놓겠다"며 "한국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폴란드에 투자하길 희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A 전 우크라이나 대사(왼쪽)와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자료사진∙국회사진취재단A 전 우크라이나 대사(왼쪽)와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자료사진∙국회사진취재단
사실 폴란드 포럼은 개최 당시 1인당 100만원만 납부하면 누구나 참석할 수 있는 민간 주최의 포럼이다. 사단법인 유라시아경제인협회 등이 주관해 열렸으며, A 전 대사는 포럼의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일각에서는 국토부 장관이 참석할 정도의 위상을 갖춘 포럼은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A 전 대사는 오랜 기간 외교관으로 활동하며 우크라이나, 러시아, 카자흐스탄 등을 거쳐 과거 정부에서 주우크라이나 대사로 임명되기도 한 유라시아 지역 전문가다. 금융감독원은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조사하면서 A 전 대사를 불러 원 전 장관을 초대한 경위와 삼부토건 측과의 관계 등을 자세히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삼부토건이 폴란드 포럼에서 사실상 무의미한 MOU(업무협약) 체결 사실을 과장해 홍보하며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시켰다고 판단했다.(참고기사 : [단독]'원희룡 참석' 민간 포럼서 MOU 찍어낸 삼부토건…조작의 시작) 원 전 장관의 포럼 참석 및 축사는 삼부토건에겐 훌륭한 재료가 된 셈이다.

포럼 약 일주일 전(5월 14일), 과거 김건희 여사의 계좌를 관리했던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는 단체 대화방에 "삼부 체크"란 메시지를 남겼다. 그 다음날 삼부토건의 주가는 1013원이었다. 하지만 원 전 장관이 참석한 폴란드 포럼 직후 2115원으로 급상승했다.

금융당국은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8개월 간 조사한 뒤 주요 혐의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폴란드 포럼을 기점으로 주가조작이 시작된 정황이 짙은 만큼, 삼부토건과 원 전 장관 참석 배경 등을 검찰에서도 면밀히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대검찰청은 최근 이 사건을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에 배당했다.

A 전 대사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원 전 장관에게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포럼에) 초청했다"며 "(폴란드 포럼 당시) 삼부토건 측으로부터 주가조작에 대한 얘기를 들은 바 없으며, 삼부토건도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대한 진정성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역시 대통령의 철학과 의지로 인한 것이지, 특정 기업을 위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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