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기자회견장에서 한미 관세·안보 협상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 최종 합의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용범 정책실장, 이 대통령,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이규연 홍보소통수석. 연합뉴스한미가 우여곡절 끝에 발표한 조인트 팩트시트(Joint fact sheet)에는 '중국'이라는 단어는 없지만 문안 전반에 중국 견제의 의도가 선명하다. '한미동맹의 르네상스'을 열었다는 평가의 이면에 중국과의 관계설정이 숙제로 남은 셈이다.
中 '레드라인' 대만 문제 포함한 팩트시트 문안 보니…
"미국은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는 것을 승인하였다. 미국은 이 조선 사업의 요건들을 진전시키기 위해, 연료 조달 방안을 포함하여, 한국과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다"(한미 정상간 회담 공동 설명자료).
핵추진잠수함은 중국 견제를 원하는 미국과 국방력 증대를 원하는 우리 정부의 이해가 일치한 결과다. 대럴 커들 미국 해군참모총장은 지난 14일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잠수함을 중국을 억제하는 데 활용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예측이라 생각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에 앞서 다이빙 주한중국대사는 핵추진잠수함에 대해 "신중히 처리하길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강동길(대장) 해군참모총장과 대릴 커들(Daryl L. Caudle, 대장) 미국 해군참모총장이 14일 서울에서 만나 양국 해군 군사협력 증진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해군 제공"양 정상은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양 정상은 양안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독려했으며, 일방적 현상 변경에 반대했다".
팩트시트에는 중국이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문제인 대만에 대한 언급이 포함됐다. '일방적 현상 변경'이란 미국이 대만과 관련해 중국의 군사 활동을 경계할 때 쓰는 표현이다. 윤석열 정부 당시 2023년 한미일 캠프데이비드 선언에도 "대만해협에서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반대"라는 표현이 담겼는데, 이번에도 미국 측 요구가 수용된 것으로 보인다.
"한미 양국은 북한을 포함하여, 동맹에 대한 모든 역내의 위협에 대한 미국의 재래식 억제 태세를 강화할 것이다. 양측은 2006년 이래의 관련 양해를 확인한다". 동맹 현대화라는 배경을 고려할 때 명시된 '역내의 위협'은 중국을 겨냥하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다만 "2006년 이래의 관련 양해를 확인한다"는 표현은 '한국의 의지에 반하는 지역분쟁 개입은 없다'는 합의를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양 정상은 항행·상공비행의 자유와 여타 합법적인 해양 이용을 수호하기 위한 노력을 재확인하였다. 양 정상은 모든 국가의 해양 권익 주장은 국제해양법과 합치해야 함을 재확인하였다". 중국이 동·남중국해에서 영유권 확대를 시도하는 '회색지대 전술'을 겨냥한 표현으로 보인다. 커들 총장은 중국의 회색지대 도발에 대해 "힘을 통한 평화라는 접근법이 맞다"고 말했다. 아울러 중국이 서해에 철제 구조물을 설치하며 마찰을 빚고 있는 상황에 대한 견제로도 해석될 수 있다.
李대통령, 발표서 '한중관계' 언급…'한중일' 표기 통일
한미 관세·안보 협상의 결과물인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 사본. 연합뉴스
아직 팩트시트 발표에 대한 중국의 공식적인 반응은 없다. 다만 중국이 대만 문제와 관련해 연일 일본과 갈등의 수위를 높이는 것을 볼 때 '양안 문제'를 담은 한미 팩트시트 문안을 두고도 날선 반응을 보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한미 팩트시트를 발표하는 자리에 직접 나서 중국과의 관계를 강조한 것 또한 이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미국도 중국과 다방면에 걸쳐 갈등하고 대립하지만 또 한편으로 협력할 부분은 협력하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그러한 실사구시적인 자세"라며 "중국과 꾸준한 대화를 통해 양국 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길을 흔들림 없이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동북아 3국의 공식 표기를 '한중일'로 통일하기로 한 것 또한 중국과의 관계 복원 의지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